인문학으로의 초대 - 9. 빈센트 반고흐가 사랑했던 창녀

in #kr9 years ago (edited)

빈센트 반 고흐는 1882년에 헤이그에서 시엔이라는 이름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 당시에 그 여자는 알콜 중독자에 매독질환자였고,
이미 다섯 살 난 딸이 있었고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반 고흐는그러한 그녀를 모델로 삼아 누드화를 그렸던 것인데,
반 고흐는 아무런 가릴 것 없이 벗겨진 여체를 통해서
그림 속 주인공의 깊은 비애와 슬픈 감정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그림 속에서 여자는 삶의 고통을 짊어진 채 인생의 바닥에
주저앉아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과 고통을 처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sorrow_-_vincent_van_gogh_p741026.jpg

잔뜩 웅크린 채 얼굴을 파묻고 비탄에 잠겨 있는 이 그림의 주인공은
시엔(Sien)이라는 이름의 창녀이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에 대한 역사적 기록에는
1882년 헤이그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으며, 반 고흐는 시엔과 그녀의
아이들에게 극진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반 고흐의 가족은 그녀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서 헤어질 것을
종용했고 결국 이들의 관계는 1년을 조금 넘기고 끝을 맺었다고 한다.

반고흐가 시엔을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의 심정을 고백한 기록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지난 겨울 한 여자를 알게 되었다. 남자한테서 버림받은 여자지,
겨울에 길을 헤메고 있는 임신한 여자, 그녀는 빵을 먹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얻었는지는 상상할 수 있겠지. 하루치 모델료를
다 지불하지는 못했지만 집세를 내주고 내빵을 나누어주어
그녀와 아이를 배고픔과 추위에서 구할 수 있었다"

love_and_alchemy_by_daaram.jpg

슬픔이라는 것의 사전적인 의미는, 불행함이나 실패의 경험,
그에 대한 예측 또는 회고(回顧)를 수반하여 생겨나는
억울함으로 인한 정서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슬픔이라는 것은 억울함으로 인한 분노와 좌절감으로 인한
자기애의 박탈로 인하여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깊은 내면의 사색을 통하여 일어나는 슬픔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오히려 철학적 사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겨나는 슬픔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

왜 하필이면, 반 고흐는 벌거벗은 창녀의 몸을 통해서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을까?
아마도 자신의 마음속에 비춰진 사랑과 슬픔의 이중적 감정을 벌거벗은
여인의 몸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고,
그 대상이 사랑하는 길거리의 여인이었다는 점을 통해서
그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예술적 감성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는 것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는 슬픔의 바다가 깔려있기 때문인 모양이다.
행복과 기쁨이라는 따뜻한 감정이 슬픔의 바다에 비춰지면
수증기가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비가되어서 내리듯이,
눈물이 흐르는 모양이다.

인간의 감정들 중에서 기쁨과 반대되는 것이 슬픔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슬픔을 겪게끔 되어져 있고,
세월이 지날수록 슬픔의 바다도 더욱 짙어지게 되어져 있다.

이 슬픔의 감정은 사랑의 힘이 내면을 충만하게 만들면
결국은 그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게 되는데,
사랑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슬픔의 마음도 같이 깊어지게 되고
사랑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가슴이 더욱 더 시려오는 것이고
사랑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눈시울이 더욱 더 붉어지는 것이다.
설령 그 사람이 앞에 있는 순간에도, 마주하고 있는 순간에도 말이다.
그래서 형이상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사랑은 슬픔과 같은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의 가장 멋있고 자랑하고 뽐낼만한 모습을
더 많이 찾으려고 하고, 그것을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이지만,
왜 반 고흐는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 중에서도 가장 슬퍼하고 비통해 하는
벌거벗은 빈궁한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려고 했을까?

그 여인이 하찮은 길거리의 몸 파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는 업신여김의 마음 때문에 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귀를 잘라내고,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여인의 알몸을 보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 나오는 슬픔과
사랑이 같은 것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 깊은 사랑의 순간을 섬세하게
그림으로 그려서 남기고 싶어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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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을 짊어진 채 인생의 바닥에 주저앉아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과 고통을 처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ㅠㅠ 고흐는 인간의 근원적 고통을 그 여성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그 여성의 처지와 자신의 현 상황을 그림의 화법, 선의 표현에 표출이 되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철학적 사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겨나는 슬픔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

종종 새벽에 잠에 깨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사고를 하곤 합니다. 죽음에 관한 철학자들의 말을 떠올리면서 위의 생각을 했었어서 더 마음에 와 닿는것 같습니다. ㅎㅎ

좋은 글을 통해 오늘도 마음의 양식을 쌓아 갑니다 ㅎㅎ

아주 좋은 게시물 ... !!!
공유 주셔서 감사합니다 ... !!!
upvoted ... !!!

정말 깊은 인문적 사색을 엿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고호의 이 그림 무척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여인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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