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를 위하여 - 살아갈 자유가 있다면 자살할 자유도 있다.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맹독성 리트리버입니다.

아래 글은 소설가 마광수 교수의 자살 소식을 듣고, 제가 메모장에 적었던 글을 옮긴 것입니다.

정제되지 않았지만, 존댓말로 새로 작성하는 것보다 원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그때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 원문 그대로 작성합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6년의 의과대학 과정과 '의사 국가고시'라는 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의사 국가고시는 실기와 필기로 나누어져 있고, 실기 시험에서는 환자를 진료하게 되는 기본 증상 54가지를 정해두었다.

배우들이 증상을 호소하는 혼자를 연기하며, 예비의사는 환자를 실제 미래에 진료 하는 것처럼 배우를 대하며, 실기 시험을 친다.

그 54가지 항목중에 한가지가, '자살사고'이다.

10분이라는 시간 내에, 예비 의사는 환자가 왜 자살 사고를 하게 되었는지 계기와, 경제적 문제나 사회적 지지, 우울증, 신체적 질환 등의 여부를 파악하며, 환자의 감정에 공감하고, 환자의 자살을 막기위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마광수 교수가 자살 했다는 기사를 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그의 삶이나, 작품에 대해서 지식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해 회상하는, 그의 수업을 들었던 제자중 한명의 글을 보고 나는 '마광수 교수가 나의 진료실에 들어와,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을때 , 그에게 '감히' 공감하거나, 그를 말릴 자신이 없어졌다.

마광수.jpg

삶은 지독한 고통이다.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장 가치있다고 일컬어지는 사랑조차도, 고통이다. 지금의 삶이 못견디게 행복하다해도,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죽음이라는 방식으로 그것을 앗아간다.

마광수 교수는 평소에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그의 책을 읽어보지도, 인간 마광수를 겪어보지도 못한 나이기에 그의 죽음이 삶에 대한 고독한 직관을 통한 선택인지, 우울증으로 인한 안타까운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죽음은, 병으로 생각되는 우울증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도 있고, 삶에대한 진지한 성찰을 거친, 철학자의 마지막 선택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예술인가 외설인가'라는 논란을 불러왔던 그의 죽음은, 적어도 나에게는 '자살자를 말릴 권리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남겼다.

그의 자살 소식을 들은 나는 멀지않은 미래에, '우울증'은 병이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직관과 철학적 논의를 거친 자살은 병이 아니라고, 선언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약간은 두려워 졌다.

40년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는 의학적으로 '병'으로 취급받았다.40년 전까지만해도 정신과 의사들은 동성애를 병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73년, <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가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진단의 표준을 제시하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3판(DSM-III,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III)1)에서 동성애를 정신과 진단명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정신과학이 완벽한 학문은 아니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진단 기준또한 변할 수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물론 이 사례 하나가 모든 정신의학적 질병이 과학적 진단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대부분의 정신의학적 진단은 사회적 논의에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진단되는 질병이라고 확신한다.)

자살을 시도하기전의 마광수 교수가 나의 진료실을 두드려, 그의 얘기를 터놓았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생각해본다.

지금의 나는 그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마광수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설득당할 마음의 준비를 할 뿐이다.

인생에 대해서 논할때, 의사도 오롯이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자살자를 위하여' - 마 광 수

우울.jpg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말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말라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는 것은 비가 오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오는 것은 아니다

천둥, 벼락이 치는 것은 치고 싶기 때문

우리를 괴롭히려고 치는 것은 아니다

바다 속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은 헤엄치고 싶기 때문

우리에게 잡아먹히려고,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

자살자를 비웃지 말라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말라

그는 가장 용기 있는 자

그는 가장 자비로운 자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

  • 마광수, 자살자를 위하여

그가 생전에 작성해둔 '자살자를 위하여'를 읽으며, 오늘 살아있는 내가 눈물을 흘리도록 슬퍼지는 것은 왜일까.

그는, '자살자를 위하여'가 '마광수를 위하여'가 될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게 치열하게 솔직했을, 마광수 교수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그가 진정으로 자유로워 지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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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아...그분-우리 학교의 교수님이었지요. 저는 강의를 듣지 못했지만 캠퍼스커플인 아내 까칠녀는 마교수님 강의를 들었더군요.
그분작품의 외설논란...지금 시대에 보면 웃기는 이야깁니다.
교수니까 그런 작품을 쓰면 안된다? 그것도 마찬가지죠.
아마도.....여기보다 조금은 더 운신의 폭이 넓은 세계로 가셨으리라 믿어봅니다.

@tata1 님 댓글 감사합니다.

연대 졸업생이셨군요.

동의합니다. 이전 사회의 낡은 규율을 깨고 나아가려는 자는 필연적으로 거센 저항을 마주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마광수 교수님도 그런 분이셨다고 생각하고요.

마광수 교수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아! 홍대입니다. 홍대에서도 교편 잡으셨어요 ㅎ

아 그러시군요 ㅎㅎ 저희 아버지도 홍대 출신이십니다 ㅎㅎ 다시한번 반갑습니다 ^^

와! 그러시군요! ^^ 저는 79학번...아마 저보단 선배시겠죠?

방금 여쭤봣는데 저희 아버지는 3수를 하셔서 80학번이라고 하시네요 ㅎㅎ @tata1님이 선배님이십니다 ㅎㅎ

ㅎㅎ 그렇군요. 어쩌면 학창시절 얼굴을 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그렇네요 ㅎㅎ 인연이란 참 신기합니다 ^^

한 때 우울증을 오랫동안 앓았던 저에게 저 시는 무척이나 공감이 가네요. 이 나라는 천재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절망스러운 나라인 것 같습니다...

@followme95님. 어려운 말씀을 꺼내주셔서 감사드려요.

힘든시간을 보내셨던 만큼,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눈치 안보고 자신의 것을 꾸준하게 했음...
행복하면서도 고단했을 삶.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멀리서 보앗을때, 가까이서 보앗을때 그의 삶은 많이 달라졋을것 같습니다.
마지막 선택은 자유로웠길 바래봅니다.

팔로우 했습니다 @gilma

네, 자유로운 선택에 더해서 행복한 선택이셨길 바래요.
맞팔 감사합니다!

프놈펜으로 향하면서 뱅기에서 챙겨 본 신문기사를 통해 마광수 교수의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힘겨웠던 세월을 나락으로 떨어지면서도 붙잡으며 무기력으로 겨우겨우 지켜냈다는 소식에 @toxic-retriever 님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게 치열하게 솔직했을"의 글이 진심으로 공감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leemikyung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팔로우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언젠가 한 번 외부강연을 들은 적 있는데, 무척 힘겨운 모습이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부고 소식도 참 안타깝습니다.

많이 지치셨던것 같습니다..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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