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하여 - by Tiziano


나도 언제까지 십대 이십대일줄만 알았다.

누구나 그렇듯이 말이다.

나는 지금 청년에서 장년으로 가는 문턱을 지나가고 있다. 그래 뭐 아주 나이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올 수 없는 청춘의 강을 다 건너온 후 배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버티는 중이다. 버티고 버티다가 안 되겠다싶으면 내려서 장년층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겠지 뭐.


청춘은 찬란하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꾸미지 않아도 화사하고 빛나고 누구나 탐을 낸다. 물론 그들 사이에서는 더 빛나는 청춘과 덜 빛나는 청춘들이 나눠지겠지만 개인의 일생을 두고볼 때 청춘만큼 빛나는 시기는 없다. 

청춘이 빛나는 시기인 이유는 젊은 외모와 더불어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무엇을 해도 가능성이 충만하고 여차 싶으면 바꿀 수 있는 길도 무한정하다. 스스로 용기와 패기만 있다면 어떤 길로도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청춘은 혼란스럽다.

나 자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데 자꾸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어른스러워지라며 누군가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라고 용기있게 말하고자해도 돌아오는 시선이 영 곱지가 않다. 

나 자신을 잘 모르니 나와 어울리는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몰라서 별의별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 때문에 신경도 많이 쓰고 감정낭비도 하고 또 그중에서도 운이 좋으면 일생을 함께할 든든한 동지를 만나기도 한다. 

무작위 세상에 불완전한 존재로 내던져진 채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혀 배우는 딱 그런 나이이다.


나는 나이드는 것이 싫지는 않다.

전보다 나 자신을 더 잘 알게되어서 이제는 어차피 내 것이 아닌 것에 헛된 기대를 품지 않는다. 누군가 '산다는 것은 포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던데 나는 포기라기보다는 자기와 어울리는 것만 선택할 줄 아는 선구안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청춘시기에는 무엇이 내 것인지 내 것이 아닌지 몰라서 꽤 많이 방황한다. 걔 중에서도 약삭바른 청춘들은 그마저도 잘 이용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내던져지기 일쑤다. 하지만 그것도 단지 청춘이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나 괜찮은 교훈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먹어서 편한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십대 청춘의 찬란함은 그 무엇보다도 잃고 싶지 않은 법이다. 점점 흰머리가 늘어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나 기대도 없어져서 예전만큼 두근거리는 것도 없다. 

혹자는 돈만 많으면 청춘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난 그냥 그 자체로 빛나는 청춘이 좋을 따름이다. 

(그렇지만 돈 들여서라도 청춘을 유지하고 싶기는 합니다...)


사십대 오십대 분들이 본다면 나조차도 청춘으로 보일 뿐이다. 그들은 지금의 내가 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뼈다귀 문 개와 같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 앞에 비춰진 다른 뼈다귀의 그림자를 보고 그것을 탐내기 마련이다. 

왜? 내가 못 가진 것이니까 :)

그래서 나는 이십대의 청춘이 그립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가도 문득 '아 나도 벌써 이 나이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꽤 오랫동안 감상에 젖는다.


청춘은 그 자체로 찬란하다.

문득 이십대의 내가 그리워진다.


-by Tiz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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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죠?
1일 1포스팅해주시면^^ 짱짱맨은 하루에 한번 반드시 찾아온다는걸 약속드려요~

안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짱짱맨님 :)

20대의 찬란함이 눈부시기는 하지만, 다시 돌아가겠냐고 물으면 잠시의 망설임 없이 거절할 것 같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잘 지내야겠지요 ㅎㅎ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다시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글쎄'올시다. 물론 20대때는 그 나름대로 재밌었지만 인생에서 한 번이면 족하다고 본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 더 좋습니다ㅋㅋ 겉모습은 나이들었을지라도 지금이 더 편해요 ㅎㅎ

무라카미 하루키 그 글귀 보고 정말 동감했었습니다 :)
사람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면 또 똑같은거 할텐데요 뭐 ㅎㅎ

전 40십대요. 정말 공감이 가네요.
20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치만 꾸미지 않아도 마냥 빛이 나는 20대가 부럽긴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나이가 먹는것도 지금의 제 나이도 감사하고 사랑하고 있네요~

이 정신을 가지고 이십대로 돌아간다면 그건 좋겠지만, 그냥 이십대로 돌아가는 것은 저도 별로입니다ㅋㅋ 혼란스럽고 그래서 힘든 것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청춘의 그 젊은 외모가 부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

지금부터 외모를 무지 가꿔보면 어떨까요? ㅎㅎㅎㅎ

오늘부터 운동 해야겠네요 ㅋㅋ

축하드립니다. 눈을 몇번 깜빡거리시면 곧 40대가 되실 겁니다. 앗! 하는순간 저는 오십대가 되어있겠군요!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 하는 중입니다 ㄷ ㄷ

20대를 벗어나 사회에 젖어들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저만의 시간도 줄어드는 것 같아...
저도 20대가 그립네요 ㅋㅋ
그땐 남는게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허송세월을 보냈었는데 ㅎ
이젠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것들이 허다하니...쩝..
겪고 나서야 깨닫는게 참 서글프네요 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 ^^

깨닳음은 언제나 늦고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으로 꽉 채워 사는 것만이 답인듯 합니다 :)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대학을 이제 졸업하는 28살입니다. 말씀하신 청춘의 혼란스러움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자유롭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는 걸까요? 지나고 보면 이 순간이 그리워질까요?

분명히 그리워집니다 ㅎㅎ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알아서 해야하는데 확신도 없고 나 자신이 누군지 몰라서 방황하는 와중에 이십대 청춘이 휙 가버립니다ㅎㅎ 지나고보면 다 추억이지만 청춘의 혼란스러움은 공감합니다

즐기세요 :)

저는 다시 이십대로 돌아간다면 고뇌하지 않고 가볍게 살아볼 것입니다.

저는 이제 곧 20대가 끝납니다... 빨리 한국식 나이를 폐지합시다 :D

저보다 어리시군요ㅋㅋ

저도 한국식나이 좀 이제 그만했으면 합니다... 왜 내가 살지도 않은 나이를 먹어야 하는지;;

머물러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점점 멀어져가네요

청춘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역시....
건강이죠..운동해야하는데..

저도 운동해야하는데 큰일입니다 ㅋㅋ

20대 초반 대학생이던 시절이 가장 좋았던거 같아요. 좋았던 이유는 '자유'를 온전히 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삶에 점점 얽매이는게 생길때면 저도 과거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자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지요

저는 이십대 청춘 때 시간의 자유는 있었지만 경제적 자유는 없었던지라ㅎㅎ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지금이 더 편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십대의 젊은 외모는 그립기는 합니다 :)

@heygood님이 말씀하신 이십대 초반의 자유는 격공합니다 ㅎㅎ

자식이 태어나고 이젠 늙어도 슬프지 않다고 느꼈던것 같습니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이제 내 인생보다는 자식이 더 소중해서 그렇지 않을까요?ㅎㅎ

이래서 자식을 낳아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 하나봅니다

내리사랑이란게 있긴 한가봅니다.
인간이 진화해 간다는 흔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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