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글날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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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날이 무뎌졌다 그것도 많이..
읽는 이들은 잠깐 모를수도 있다.
그러나 쓰는 나는 알고있다.
그나마 분석의 글을 쓰지않는 내가 이럴진데 전문적인 분석글을 쓰는 작가들은 얼마나 크게 느낄까.

칼은 사용하지 않고 놔두기만 해도 무뎌진다.
당연히 사용하면 더 빠르게 무뎌진다.
바른 방법으로 꾸준하게 갈아야만 칼날의 예리함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

요리사이기도 한 @roychoi님과 공통된 업무가 내게도 있다.
그것은 바로 칼갈기.
(물론 칼쓰기 실력은 자신없다.)

모든 요리사가 자신만의 칼을 가지고 있으며
이 칼을 몸의 일부분처럼 정말 소중히 다룬다.

그 사실을 알게된건..
소중한 칼을 사기 위하여
다친 칼을 치료하기 위하여
찾는 마이스터의 가게에서 만난
그들의 얼굴(표정)과 입(소리) 그리고
세심하게 칼을 대하는 손(감정)을 보며 느끼게되었다.

요리를 하지않는 내겐 요상한 두가지 취미가 있다.
(참고로 취미는 꼭 한두개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ㅎ)
부엌칼 수집과 칼갈기.
무엇보다 칼갈기는 들이는 노력만큼 드러나는 칼날의 예리함이 보여주는 만족감에 도취됨인지 머리복잡할때 슥슥 칼을 갈다보면 개운해지는 묘한 마성이 있다.
(칼수집은 할때마다 아내에게 욕먹는 수고를 꼭 동반하게되는 어려움이...)

아직 사시미의 경지는 내게 너무 높아 보이지만
(언젠가 그 경지에 올라 칼을 정복하는 날이 오리라) 부단한 노력으로 부엌칼의 경지에서 사시미의 경지로 도약하고 싶다.

산토쿠나 우스바와 격이 다른 사시미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칼갈기가 아닌 다른 나로 변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무뎌진 날을 꾸준히 갈아가며 연마해야하는 시간인거다.

오늘은 어느곳에서 나를 갈아줄 좋은 숯돌을 찾을 수 있을지....

갈지않은 날로 마구잡이 써대면 칼날이 상하듯
갈지않은 글로 마구잡이 글쓰면 글날도 무뎌진다.

날선칼은 재료에게 선명한 절단으로
날선글은 사람에게 온전한 감정으로

나는 알고있다.

때가되면 연마가 아닌
날자체를 바꿔야만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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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Misono 제품을 좋아합니다.
오늘도 바짝 칼날을 세워봤습니다. 나의 글날도 바짝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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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날카로와 진다는 것은 날이 얇아진다는 것과 동일한 말입니다. 날카롭게 연마된 칼날은 전쟁에 나가면 쉽게 날이 빠져서 병사들은 전쟁에 나가기 전 모래에 날을 갈아 얇은 날을 뭉툭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처럼 부드러운 것을 벨 때는 날카로운 날을 써서 정밀한 절단을 하고 단단한 것을 벨 때는 반대로 칼을 무디게 만들어 여러번 내리쳐도 상하지 않는 날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글도 마찬가지로 감수성이 얇고 예민하면 날렵하고 직관적인 글이 나오고 마음에 중심을 잡고 묵직하게 내리치면 웅변이 나오는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PS. 사진의 마지막 칼에 나오는 다마스커스 문양이 아름답네요.

소요님 다양한 시각으로 댓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어찌보면 제가 너무 단순한 입장에서 포스팅 하였는지 모르겠네요 소요님의 댓글을 보고나니 말이죠 ^^

실제로 제 글에 대해 제가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뭐랄까 가끔씩 말이 꼬이는 날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입으로 뱉어버린 말도 다시 생각해보면 이상하고 ㅠㅠ

요즈음 제 글을 보며 문득문득 말이 꼬이는듯한 그런 느낌이..
어쩌면 소요님께서 주신 댓글이 지금의 제 글에 맞는 스타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모래로 무텨지게 만들어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금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없이 무딘 나는 부끄럽기만...

고급 취미를 가지고 계시니 행복한 노후가 보장 되실 듯 합니다.

아주 좋은

아주 감사

고맙습니다. 귀하의 게시물은 매우 흥미 롭습니다.

칼 간다고 하니 제가 취사병일 때가 생각 나네요. 칼 가는 돌 정말 좋은 거 하나 사달라고 간부님께 졸라가지고 하나 얻어서 칼 갈았는데 종이가 잘릴 정도의 예리함이 ㅎㄷㄷㄷㄷ

@beajinsu님 군에 계실때 힘든 시간 보내셨겠군요.
취사지원 하루만 나가도 정말 힘들던데 ㅜㅜ

저도 머리카락은 소리없이 반토막나는 정도의 예리함을 좋아해서요 ^^

일단 글을 쓰다보면 늘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나서는 꼭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소철님 말씀대로 갈지 않고 마구잡이로 글을 써대면 오히려 날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앞으로는 글 쓰기 전에 날을 좀 더 갈고 닦아봐야겠어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로이최님 영상을 보시면 소위 군대썰기 방법이 나옵니다 ^^
도마에 칼날이 닿아 '딱딱딱딱'소리를 내는 썰기방식이지요.
요즈음의 제가 제 글날을 그리 사용한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조금씩 무뎌지고 있고 ..

칼은 사용이 목적이듯 글도 쓰는 것이 목적일진데..
지금의 저는 연마를 해야 할 시간인듯 싶습니다.

칼날이 무뎌져도 음식이 잘 썰리면 상관 없듯이 글 날이 무뎌져도 독자들이 잘 읽고 있으면 굳이 연마할 필요가 있을까요? ㅎㅎ 잘 갈고 닦아 연마하는게 중요하긴 하지만요 ..

음식이 잘 썰리면 날이 살아있다는 의미이겠죠.
글이 아직 써지면 아직은 글날이 살아있지만
@toptimist님의 말씀처럼 아직은 살아있는 날을 연마하는것이
새로 날을 만드는 것 보다는 더 적은 시간이 들기에 조금 더 연마해야 할 듯 싶습니다. ^^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또 답글을 주심에..
조금씩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저 또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멋진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아직 제 내공이 소철님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ㅎㅎ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
소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글날과 칼날의비유 수련의자세인가요? 마음이무거워짐니다.^^

@kwak
예전부터 저 혼자 써오고 비유하는 말 입니다.
웬지 제겐 딱 맞아떨어지는 듯 해서요..

그런데 요즘 제가 많이 무뎌지고 있는 느낌이라 많이 고민입니다.

모든건 세월이 약이라고 했습니다, 용기내시고 힘내싶시요^^, 불타는 불금 되셔요~~^^

네 오늘은 아들녀석도 없겠다 아내랑 ^^

소철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그런데 중요한건 님이 생각하시는 만큼 무뎌지지는 않으신듯하네요..^^

@skt님 제 마음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무뎌지지 않으셨다고 말씀해 주심에 위안을 받습니다 ^^

좀 더 고민하고 날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너무 날카로우면 부러질지도 몰라요 ㅎㅎ

전 소철님의 지금 날카롭기가 딱 좋은걸요 :)

@rt4u님 실제보다 더 높이 평가해 주셔서 사실 기쁩니다~
많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저만의 숯돌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전혀 무뎌지지 않았습니다 ^^

고토님~
아프지 마세요~
제가 고토님 글에 자주 가지 못해 속상해서 그러신건 아니셔야 하는데 😐

충분히 날카로우세요 ^^ 더 날카로워지시면 손 베입니다~

과찬이십니다 @iieeiieeii
말이 꼬이듯 글이 꼬이는 느낌에 자꾸만 썼다 지웠다는 반복하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어서
제 자신이 많이 무뎌진 느낌이었습니다.

칼날은 말을 잘 듣는데 글날은 생각대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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