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 과정의 디테일을 그려보기
대문 이미지 by @gamiee
감정이 바로 그런겁니다. 우리가 올바른 감정을 가진다면 우리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습니다. 우린 뭐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충분히 창조적이라면, 충분히 즐길 줄 안다면, 충분히 재미있다면 여러분은 누구라도 이길수 있을겁니다. 그렇습니까 안그렇습니까?
수전 케인이 콰이어트에서 외향성 지상주의를 비판하면서 외향성의 대명사로 언급하는 인물 중 하나가 Tony Robbins입니다.
위 인용한 문구는 토니 로빈스의 TED 강연 내용 중 일부입니다.
심리학에는 현실적 낙관주의와 비현실적 낙관주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현실적 상황 인식이 부족한 비현실적 낙관주의의 예로서 위 인용한 문장을 드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혹시나 제가 전체 맥락과 무관하게 이 사람 말을 인용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이 사람의 테드 강연 스크립트를 쭉 훑어 봤는데,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문장만 놓고 보면 비판거리가 많습니다. 감정을 '올바른/올바르지 않은' 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입니다. 감정 그 자체는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학에서 긍정적(positive)/부정적(negative) 정서라는 용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이건 건전지의 플러스 마이너스 전극처럼, 가치가 내포된 게 아니라 기술적(descriptive) 용어일 뿐입니다.
그리고 올바른 감정을 가진다면 우리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바로 비현실적 낙관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현실적 낙관주의는 양극성 장애 등에서 나타나는 과대 자기(grandiose self)와도 통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된 평가는,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과소평가를 낳음으로써 적절한 대처를 어렵게 만듭니다.
과대 자기를 지닌 경우 위험 추구적 행동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위험 사건에 처했을 때 자신을 잘 보호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1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역경에 부딪히게 마련입니다. 특히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좌절 경험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지 못 한 채 막연하게 밝은 미래를 상상하기만 하는 것은 삶의 큰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낙관성(optimism), 즉 현실적 낙관주의는 마주칠 수 있는 역경이나 위험 요소를 머릿속에 시뮬레이션(mental simulation) 해보는 과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비현실적 낙관주의와 차이가 있습니다.
즉, 어떤 행동(ex. 다이어트)을 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긍정적인 결과(ex. 다이어트로 인해 날씬해진 내 모습)뿐만 아니라 그 행동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애물(ex. 동생놈이 야밤에 끓이는 라면 냄새)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정신대비(Mental Contrasting)라고 합니다.
현실적 낙관주의를 가능케 하는 정신대비는 실행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2와 결합이 될 때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라는 목표에는 어떻게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인지에 관한 디테일이 빠져 있습니다.
실행의도는 이 디테일과 연관됩니다. '내일 아침에 헬스장에서 입을 옷과 신발을 챙겨 나가자. 그리고 회사가 끝나자마자 헬스장으로 가자'가 실행의도라는 것이죠.
'내일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면 지하철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자'는 또 다른 실행의도의 예입니다.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장애물을 가정하였기 때문에 정신대비와의 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과제일수록 실행의도를 잘 세워 놓는 것이 목표달성의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3
즉, '내일 한강을 20km 라이딩하자'라는 목표 달성에서 실행의도를 잘 세워 놓았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4년 안에 '상담심리전문가를 취득하자'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행의도를 잘 세워놓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 있고, 특히 정신대비를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역경이나 좌절 상황에 처해 어떻게 목표지향적으로 행동할 것인지에 관한 실행의도를 잘 짜놓는 것이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ref)
- 이나경 (2012). 비현실적 낙관주의에서 지각된 통제성과 사건 빈도의 상호작용효과: 직접 대 간접 측정방법.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31(3), 809-823.
- Stadler, G., Oettingen, G., & Gollwitzer, P. M. (2010). Intervention effects of information and self-regulation on eating fruits and vegetables over two years. Health Psychology, 29(3), 274-283. <-- 정신대비와 실행의도 개념에 관해 잘 설명돼 있습니다.
- 박종철, 정형식, 김상훈, 김영심 (2014). 다이어트 목표수준이 목표달성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 목표시점과 실행의도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소비자 광고, 15(2), 221-240.
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너무 더운데 전 감기기운이. ㅜ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괜히 뜨끔해하면서 봤는데, 테드의 그분은 왠지 503호 같은 ㅋㅋㅋ
알맹이는 없고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점에서 503호 그 분과 비슷할 수 있겠는데.. 아.. 503호는 말도 잘 못 하는.. ㅎ
콰이어트 정말 좋아했던 책이에요. 스스로를 내향성만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무턱대고 밝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의 허무맹랑함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걸 비현실적 낙관주의라고 하는군요. 사실 전 실현불가능해서라기보다는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는 어딘가 진심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였던 것 같아요.
저도 좋아하는 책이라 이번에 한 번 더 읽고 있습니다. 저자도 얘기하듯이 내향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 때로는 외향적인 면모를 보일 수도 있고. 저도 상황에 따라서 좀 다른 것 같아요.
낙관성이나 긍정성이 정말 빛을 발하는 순간은 역경에 처해서도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을 이탈하지 않을 때인 것 같아요. 말로만 표현되는 긍정적인 태도는 진실하지 않아 보일 때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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