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구본무 LG그룹 회장 별세 안팎
산업부에 발령나면서 가장 일어날까봐 두려웠던 일들 중 하나가 지난 20일 일어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하고 있는 커다란 기업의 한 세대가 저물고 새로운 체제로 들어서게 되기도 하거니와, 당장 장례식장 취재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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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취재는 생각보다 편했다. 고인이 비공개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러 달라는 뜻을 남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례식장 취재를 나가면 늘상 해야 하는 화환 체크, 조문객 신원 확인과 보고 등 업무가 훨씬 적었다. 화환은 단 7개가 왔을 뿐이고, 파악해야 할 조문객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루 뻗치기를 하며 딱딱한 벽에 등을 대고 기사를 썼더니 담이 왔다. 역시 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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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고인을 잘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참 한국 기업인 중 몇 안 되는 훌륭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차별이나 장자상속제를 거론하며 비판할 수 있지만, 기업가로서 말이다. 아내가 기사 때문에 재벌 3~4세 기업인들을 조사하는데 전과가 없는 게 구 회장 뿐이라고 했다. 부고 기사에 수천개의 추모 댓글과 훈훈한 일화들이 달렸고, 그 유명한 블라인드에도 진심으로 추모하는 게시물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별세 했는데 생전의 논란이나 부침 등 기사 없는 경우도 처음이다. 당장 옆 공장장 산소호흡기 떼면 어떤 기사 나올지 다들 짐작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산업부 나갈 때까지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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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또 천덕꾸러기가 됐다. 3층 1호실에 빈소가 마련돼 있었는데 기자들은 거기 좌판을 벌일 곳이 없으니 2층 휴게공간에 노트북을 펴고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았다. 첫날은 괜찮았는데 둘째날 2층에 빈소를 차린 유가족들이 생기면서 LG 쪽에 항의를 했다. 쉴 공간을 기자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그룹 관계자는 정중히, 그러나 단호하게 일부 자리를 비워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리 비우는 게 일사분란하게 이뤄지진 않았다. 상심을 가진 유가족들의 시선이 유난히 따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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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예의없는 시대는 지났다. 어딜 가나 주변 시선을 신경써야 욕을 안 먹는다. 아내 수습 시절에 선배가 "그런 착한 마음씨는 가족들한테나 쓰라"고 했다는데, 착해야 욕 덜 먹는 시대다. 이런 생각이 든 건 기자들 장례식장 옷차림 때문이다. 조의와 상관없이 일하러 온 건 맞지만, 장례식장에 흰 반팔 라운드 티셔츠에 청바지, 스니커즈는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빨간 가디건을 입고 왔다가 그건 벗어서 놨더라.
너무 꼰대, 아재 같은가? 수습 때 기자는 아무 데서나 맞담배질 하고, 연장자 앞이라도 술잔 옆으로 돌려 마시지 않는 거라고 배웠다. 예의 없는 게 옛날 식이라는 거다. 요즘엔 지킬 것 다 지키며 취재 해야 한다. 예절도 규칙도 법규도 다 잘 지켜야 한다. 독자가 보고 온 국민이 본다. 기자가 장례식장에 소풍가는 복장으로 와서 유가족들 쉴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욕은 LG가 먹지만 기자는 *레기 된다. 꼴 보기 싫은 사람에게 단독 정보 안 주고 제보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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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들은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발인 취재하느라 오전 7시 10분에 도착했는데 벌써 입구에서 한 여성이 고래고래 악을 쓰고 있더라. 어젠 못 봤는데 첫날부터 왔단다. 들어 보면 무슨 찬송가 멜로디로 노래를 하고 있는데 가사는 '갑질하던 구본무가 죽었어요'다. 3층에 올라가니 또 어떤 여성이 캐리어를 끌고 발인제 중인 빈소에 들어가려다 제지 당하자 난리를 친다. 옆에 서 있는 기자 붙잡고 명함을 달라더니 없다니까 전화번호를 달란다. 나중에 보니 캐리어 안에 뭔 내용증명이니 지급보증서니 서류가 잔뜩 들었는데 그걸 왜 거기서 꺼내 소리를 지르는지 본인은 알까 모르겠다.
어제는 또 어떤 뚱뚱한 여성이 빈소 앞에서 미친듯이 큰 소리로 깔깔거리며 소릴 지르는데 옆에 있던 기자가 그걸 노트북으로 받아쳤다. 내용은 이렇다.
동쪽하늘에 삼성별 서쪽하늘에 금성별 반짝반짝 빛나네 모르세요?
아니 금성에서 모르시면 어떡해요?
왜 서거를 하세요?
설명좀 해달라니깐요
인공위성이니깐 금성이잖아요
금성에서 안드로 메다 만드셨어요? 야 럭키 금성~~ '
아무리 미워도 초상집에 와서 그러는 거 아닌데, 그런 생각 못하는 걸 보니 정신질환자 맞나 보다.
정말 세상에 몰상식한 행동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기자분이셨군요. 처음 뵙네요.
요즘 기자분들이 인터넷 댓글로 고생들이 많으실 거 같아요.
글 정말 잘 봤습니다.^^
마음에 힘이 되는 댓글이네요. 고맙습니다.
빈소에서 저러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요즘은 남들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걸 쿨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참 ㅂ ㅅ 들도 많구나 생각 합니다.
모든 점에서 과오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 한 들 가족들이 조용히 가족행사 하는데 일을 끌어다 들이는 건 진짜 머리에 우동사리만 들었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삼성보단 엘지를 선호하고 그동안 엘지가 알게 모르게 한 선행들을 볼 때 그나마 한국 기업인들 중에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자분의 세세한 글을 보니, 눈 앞에 장례식장이 그려지네요.
초상집 기사에서 기자들은 늘 욕먹지만
기자 입장에서도 할일이 아니로군요 T_T
그래도 사회부에서 박박 길 때 사고, 범죄피해자나 자살자 빈소 갔을 때보단...
공식적인 언론 기사에서는 볼수 없는 글이내요..^^ 재벌들의 폐해도 많지만.. 그래도 어려웠던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활을 하셨던 분이라 맘이 씁슬하군요.. 팔로우잉 및 보팅 드립니다.. 즐건 저녁 되세요~~
기자님답게 생생한 현장감이 넘치는 글입니다. 예전에 어떤 영화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오드리햅번 사망기사를 쓰면서 사람들의 갖은 비난과 눈총을 받다가 결국 그녀가 갑자기 사망하고 그 영상을 만든 기자(pd?)는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런 내요이었어요. 기자분들도 미리 사망기사나 추모기사를 써놓기도 하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일부 써 놓습니다. (이거 얘기해도 되겠지) 돌아가시는 것에 예고가 없으니 준비를 해 놓지 않으면 충실한 기사를 쓸 시간이 없죠. 하지만 절대로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죠.
그렇군요 ㅎㅎ 필요할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의도 본사는 어제 평소와 같았습니다. 징검다리 연휴라 많은 사람들이 쉬었고, 특별한 일은 없었네요.
본사 직원이신지요. 제가 좀 애정하는 출입처입니다.
그쪽 정직원은 아니고, 거기서 일만 합니다. ^^;;
내일은 대부분 출근하니 분위기 또 한번 봐야겠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노(勞)신할매...
그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거다 ㅜㅜ
이상한 사람들이 많네요.
기자가 장례식장에서의 조문객, 화환 확인 등을 하는지는 처음알았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