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무술년(戊戌年) 새해 맞이 오늘의 일기

in #kr-pen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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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앞에 키보드가 놓여있고, 아무말 대잔치나 벌려볼까.


일년에 새해를 두 번 맞는 한국인(자, 나는 한국인임을 글에 밝힌다. 무술년(戊戌年) 맞이 황구의 인사는 한번이면 충분한 것 같다.)으로서 올해 맞는 두번째 새해이니 일기를 빙자한 끄적거림과 끼적거름 사이 그 무엇을 적어보기로 한다. 키보드가 앞에 놓여있느니 준비는 충분하다. 내 한국어가 이상하면 언제든 알려주길 바란다.

좋은 직업 형제. (good job bros!) 이런거 말고.

우선 올 한 해는 병원과 함께 시작했다. 최근 응급실과의 인연이 깊은 것 같다. 더이상 자세한 것은 묻지마시라. 나는 개인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삶의 분리를 좋아한다. 스팀잇을 시작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삶이 약간 말리는 듯한 체험을 하였으나, 다행히 균형을 잡는데 성공하였다. 왜 두 삶의 방향에 대한 분리를 추구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좋아한다. 내가 설정한 심리적 안전거리 (이는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나는 분명히 매우 부담스럽거나 도망갈 것이다. 나는 어떠한 날 것의 존재가 내 거리 안쪽으로 쑥 들어오는 것을 견딜 수 없다. 왜냐하면 마주하는 듯 보이다가 튕겨져나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떠한 것을 이 곳에 풀어놓는다는 의미는 철저하게 계산적일 수 있으며, 누구든 감당할 수 있는 부분만을 풀어놓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나의 진실이 남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혹은 남들의 진실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종종 당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일종의 주문을 듣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것이 주문(注文)인지 주문(呪文)인지는 모를 일이다. 사람들은 각자 보고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감당할 수 있을 부분만을 감당할 뿐이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깜냥을 과대평가할 때가 있다. 그 것은 온전히 제3자의 시선이다. 그리고 3인칭의 시점이 1인칭으로 옮겨지는 순간, 객관화된 깜냥은 주관화를 거쳐서 경계가 명확해진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은 나의 문제가 되는 순간 별개의 주관이 작동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것이 당사자의 문제가 되는 어떠한 광경을 목도하는 순간, 어떠한 의견을 내거나 말을 하기 굉장히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섣부른 공감 보다는 차라리 "나는 경험이 없어서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 말하는 편을 좋아한다. 그 것이 좀 더 자연스럽다.

블로그를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있고 나름의 철학이 있겠지만,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면서 차츰 형성된 생각은 아래와 같다.

  1. 하루에 한두개 이상의 포스팅은 굳이 필요가 없음.
  2. 포스팅은 내 삶에 의미가 있는 것을 올릴 것. (리스팀 포함)
  3. 댓글과는 최대한 소통할 것.

각자 개인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원칙은 정말로 다양할 것이고, 그 것에 대한 경중이나 옳고그름은 존재하지 않을것이다. 그 것은 취향의 문제이며, 그러한 취향에 맞는 사람들끼리 소통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것은 그냥 @qrwerq 가 글을 적고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한때 스스로를 의미 중독자라고 여긴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삶의 모든 행위에는 의미가 있어야 하고 의미가 부여되어야 하고, 항상 발전적인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 최소한 그 것을 위한 도움닫기로서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었다. 하지만 머리가 조금 더 굵어지면서 억지로 내가 삶의 모든 행위에 의미와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의미가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하루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루는 사실 나중에 어떠한 의미로 해석될지 모르는 하루이기도 했던 것이다. 따라서 당장의 의미가 부여되지 않아도 좋았다.

내가 생각한 1번과 2번 원칙에 따라서, 사실 무언가를 포스팅할 때 자식 하나를 내어놓는 심정이다. (누구든 안그럴까마는.) 게다가 나의 밝은(?) 역사와 흑역사 - 하지만 우주는 원래 검은색이고 따라서 우주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주 먼지 만한 우주 - 를 드러내고 기록하고 바꾸지 못한다는 것에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리고 예민하게 느낀다. 따라서 지금 적고 있는 이 글 또한 상당히 조심스럽고 상당히 예민하다. 그러니 유머글 같은 것은 아마 여기에 적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두서없는 일기는 언제 한번 다시 적을지 모르겠으나, 황금개의 해를 맞이하여 한번 올려본다. 눈치챘는가. 이 글 또한 당신과 나 사이의 적절한 거리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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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거리

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일까요? 저 역시 사람들과 얽히고 사는 속에 어느 정도의 거리(혹은 괴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의 그 거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가 파악치 못하고, 어쩔 때는 가까움을 허용하다 어쩔 때는 그렇지 못 하는 가변성(혹은 모순) 때문에 밖으로 티를 낼 수 없죠. 단지 상대에 맞춰주는 식이 되버리고 맙니다. 항상 어려운 일입니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적절한 거리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적절한 거리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관계의 (지금 현재의) 거리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관계의 (지금 현재의) 거리 또한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네 가지의 요소는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불일치를 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오롯이 저로서 서있을 수 있는 거리를 안전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제게 다가와 삶에 영향을 준다면, 그러한 영향은 제가 스스로 선택해서 받은 영향이기를 바랍니다. 주체적인 삶을 좋아합니다.

균형은 항상 어렵기에, 서로 간에는 조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조금씩 거리의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 오기도 합니다. 적절한 거리는 관계의 진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 적절한 (이상적인) 거리가 현실로 맞춰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 때까지는 저도 잘 모르기에, 제 경우에는 좀 더 멀리 떨어뜨리고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더군요. 기억 속에서 남아있던 그 거리가, 실제의 거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주 보는 사람들이 아니면, 저는 그 거리의 과거 값은 의식적으로 염두에 두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이 온다는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 中

문득 이 시가 떠오르네요.
이런 것을 깨닫지 못했던 미숙한 그 때 저는 얼마나 두려움없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으로 상처받고 사람에 두려워 하면서도 그리워 하여 또 서슴없이 사람을 만나댔는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라는 걸 생각해 봅니다. 아직은, 아직도 전 미숙한거 같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거리라는 게 동일한 대상이라도 시간이나 상황 등에 가변한다는 것, 굳지 않고 열려 있다는 게 맘에 듭니다.^^

정현종 선생님의 시도 참 좋지요. 단순해 보이는 문장에 삶의 통찰이 녹아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는 다가가거나 다가와야 좀 더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만남은 언제나 적절한 거리를 다시 역동적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qrwerq 가 글을 적고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러한 하루는 사실 나중에 어떠한 의미로 해석될지 모르는 하루이기도 했던 것이다. 따라서 당장의 의미가 부여되지 않아도 좋았다."

고맙습니다~

저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미와 의미없음 사이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닿아서 다행입니다.

'의미 중독자' 라는 단어가 재밌네요 ㅋㅋㅋㅋ저도 왠지 그런것 같아요. 저는 꼭 자기전에 손으로 일기를 쓰는데, 그러면서 모든 사건에 의미가 생겨버려요. 당장에는 의미가 없어보이더라도 결국 나중엔 '사건'은 사라지고 어떤 의미'만' 저에게 남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 기대할게요 :)

의미가 켜켜이 모이기 시작하면 삶의 궤적도 단단해지고 통찰도 조금씩 생겨날 것 같습니다. 여백은 단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아니라, 앞으로 채울 수 있는 어떤 공간의 기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사건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결국 그 공간을 의미가 채우는 것 아닐까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취업 준비도 잘 되시고 올 한해 성공적인 직장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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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거리.. 발이 빠지지 않을 거리?
레드북이 애장품이시라니 반갑습니다^^

적절한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에 발이 빠져버리면 곤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드북은 확실히 종이를 넘겨가며 보는 맛이 있더군요. (판본이 크기도 하고요.) 융 선생님이 그렸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과 감정들이 고요한 가운데 휘몰아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

멋있는 태도를 가지고 계시네요.
글도 두서없이 썻다고 하시지만 정말 잘 쓰신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와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수는 없기에, 제가 가지고 있는 태도나 생각을 조금 더 명확히 드러낸다면 오해도 줄이고 적절한 거리에서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적어본 글입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제가 참 감사하고 부끄럽네요.

저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새해 희망차게 시작하시길 기원합니다.

음 산문도 잘 쓰시는군요

근데 인과관계는 안 맞는 결론일지 모르지만 역시 운문이 어울리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 운문이 조금 더 편한 느낌이 있습니다. 제 산문의 경우에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약과 비약을 통해 문장들이 성기게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해 행복하게 시작하시길 기원합니다. :)

ㅎㅎ 스타일의 차이일뿐 이 글도 본질적으로는 매우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qrwerq님도 올 한해 행복하게 시작하시길 기원합니다 :)

모든 것에 의미부여하기
한 때 제가 하던짓?이었는데요
꼭 그럴 필요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나이만 어른에서 진짜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았어요 스스로에서도 좀 자유로워졌구요

적당한? 거리두기
그거 저도 이제는 하는데
잘 안 되더라구요 아직은
매우 슬퍼지는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말씀대로 훅~~차고 나가는 일
겪고 나니 거리 두는 것도 안 두고 훅 썰렁해지는 것두 모두 슬픈 일이긴 마찬가지였지요 그럼에도 아직은 미련스러움이 많이 남은 것은 아직 덜 커서 그런가 봐요 거기로 나이만 먹었나 봐요

의미에 중독이 되어야 무언가 떠오로는 뭔가가 있나봅니다 :)
저도 그럴필요가 없다고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금은 자랐구나 하고 위안하고 있습니다. 삶에 의미가 빽빽하게 들어찬 느낌이 어릴적에는 좋았는데, 의미를 생산하기 위한 의미를 붙이고 있구나를 언제부턴가 깨닫게 되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저도 사실 적절한 거리두기가 아직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관계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나봅니다. 저는 사람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존재라 믿습니다. 조금 희망적일지도 모르겠네요. @sunghaw 님께서도 올 한 해 희망차게 시작하시길 기원합니다. :)

부디
지혜로운 성장
사랑스럽고 예쁜 성장
남도 이롭게 하는 성장.....이런 성장을 하는 한 해 만들어 가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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