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essay] 우연히
살다보면 아주 의외의 인연들이 생기기도 하고 알던 사람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살다보면" 이라고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전체 생애의 반절도 살지 않았다고 믿고 싶기에, 일반화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경험을 떠올리면, 우연한 기회의 마주침이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꽤 있었다.
우연을 언제나 우연 이상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간 무언가를 준비해왔던 것에 대한 드러냄이나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기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관계를 지속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지 않다면 우연은 그냥 우연이라 치부하며 흘러갈 것이었다. 다행히 어떤 기회들은 지금 당장 준비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다려주었고, 또 어떤 기회들은 다른 기회를 물고 들어가며 정교한 시험의 장을 구성하기도 했다.
한편, 나는 언제나 관찰자의 삶을 조금 더 선호했기 때문에, 기회를 얻어 일종의 이너서클(inner circle)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많은 것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각자의 판단에 따라 자신이 하고픈 역할을 맡고 이를 잘 수행하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나 스스로를 놓아두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굳이 제어하려하지 않는 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결과는 각자 오롯이 지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기회 자체는 우연의 산물임을 알고 이 우연이 나에게 맞는 우연이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역할에 대한 범위와 책임이 잘 규정되어 있다면, 어떤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에 사건에 대한 요소를 분해하고 이에 따라 나누면 되었다. 작은 요소 하나의 실패가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이 것이 항상 그 작은 요소를 맡은 사람이 잘못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떨 때에는, 우연 - 그러니까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고 생각치 못했던 무언가가 작동해서 야기되기도 했었다. (운이 없었다고 설명될 만큼.) 그러니 어떤 사람이 맡은 부분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면 그것이 정말로 사람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우연한 환경 때문인지 맞물린 부분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했다.
우연 때문에 실패할수도 있지만, 성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패한 우연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했다. 성공한 우연에 대한 감사를 대체로 잘 하지 못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법칙들이 결정론적이고, 사실 우연이라는 것은 무수하고 계산불가능한 필연의 결과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상상과 의지를 벗어나는 사건들의 집합, 그리고 집합 중 내 앞으로 온 (예측하지 못한) 어떤 사건을 우연이라고 부르고픈 유혹이 있다. 이에 대비하는 단 하나의 최적의 경로 따위는 존재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나저나 생각치도 못한 인연을, 역시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마주치는 것은 묘한 일이다. 어쨌든 반갑다.
인연이라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김삿갓도 살아오면서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은 분에게 한없는 가르침과 배움을 받은 경우가 많거든요.
반면에 맺을 이유도 없었지만 우연을 가장한 분과 인연을 맺어 마음고생도 하고 기분도 이상한 경우도 있었죠^^
인연과 우연이라는 게 참 알쏭달쏭한 것 같습니다. 어떨 때에는 제가 저 스스로 삶의 모든 부분을 제어할 수 있다고 과신하면서 살아왔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일이 잘 되거나 잘 안되는 경우, 그리고 우연으로 인해 이러한 우연이 아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경우도 마주하곤 했었습니다.
우연은 우연대로 놓아두되, 그 우연이 부자연스럽지 않도록, (서로의) 삶에 잘 맞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그 맛에 사는 게 아닐까요?^^
모든 것들이 예측가능하고 계산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면, 아무래도 흥미 부터 떨어질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니 삶의 감칠맛 같은 존재가 우연일까요ㅎ
우연을 신기해하던 때도 있었는데, 요새는 우연이 운명/필연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수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일어나는 우연의 무게를 점점 느낍니다 ㅎㅎ
그 우연이라고 하는 것도, "접근 가능한" 우연이라면, 접근성에서 이미 개인의 삶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연이 점점 필연이 되는 과정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넘 좋아서 역시 qrwerq님 하고 있었는데..이 문장은 가슴에 콕 박히네요.ㅎ
언제나 참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연과 운과 노력은 언제나 각기 제 역할이 있고, 조화롭게 관여한다고 다들 믿곤 합니다만, 우연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이 실현되는 순간 평가가 박해지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사실은 우리가 삶을 지금 방식대로 살고 있는 것도 우연인데 말이에요. :)
어떤 인연을 마주치셨길래 ... 반가운 인연이라 다행입니다 ^^
마주치고 싶어도 절대 안마주쳐지는 인연도 있는걸 보면, 묘하긴 합니다. 우리 인연의 고리 :)
저는 내심 무척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알아보는 편이긴 합니다. 다행히(?) 아직 상대방은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입니다. :)
기술의 발달로 예전보다 많은 거리들이 좁혀지고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당장 마주치지 못하는 인연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할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