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영화이야기) 보헤미안 랩소디가 800만명을 넘은 이유

in #oldstone5 years ago

휴가 나온 아이와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것이 벌써 1달은 다된 듯 하다. 솔직하게 말해 영화를 보고 나서 별 감흥은 없었다. 다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었다. 우리 나이에 퀸은 한때 다 지나간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영화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도 별로 였다. 스토리보다는 음악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재미있게는 보았다.

그런데 보헤미안 랩소디가 800 만명을 돌파했으며 전세계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관객들을 동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미술품을 감상하고 토론하는 모임이 있었다. 아모레 본사 지하에서 열린 조선의 병풍전을 보고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왜 한국에서 보헤미안 랩소가 800만명을 넘었나 하는 것이었다. 그냥 아! 800만명이 넘었구나. 성공했네. 라고만 생각하던 나는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문제를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많아서 인지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그 중에서 나의 관심을 끈 이야기는 이제야 한국이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에서 벗어 났다는 분석이었다. 사실 수천년 동안 한국은 중국의 문화적 식민지였다. 어저께 본 조선의 병풍전에서도 조선 지식인들의 이상향은 중국이었다. 병풍에도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야 말로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 운운하면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2000년 동안 중국은 우리 문화를 지배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류까지도 언급되었다. 한류야 말로 중국의 문화권에서 벗어난 증거라는 것이다. 한류는 우리 고유의 음악에 일본의 음악 거기다 기독교의 음악까지 모두 합쳐진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한류에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난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에서 이렇게 성공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사회가 마치 프레드 머큐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소수인종으로 소수성애자로 생기기도 이상한 프레드 머큐리가 온갖 편견을 뚫고 정상에 섰다는 것은 오늘을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멧세지를 던져 주는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사회은 프레드 머큐리가 성공할 수 있던 영국과 너무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 오늘의 한국인들이 절망하면서 영화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 오늘날 한국은 능력이 있으면 그리고 열정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 아닐까? 한국의 관객들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한국의 현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경직성에 대한 불만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젊은이들의 욕구를 계속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리나라 사회가 위험해 진다는 것이다. 현상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우리사회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계를 극복하고 그 가능성을 어떻게 최대화해 나가는가는 순전히 우리의 능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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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가 요즘 유행한다고 들었어여

네 그렇다네여

개인적으로는 중국문화를 벗어났다가나 한류 바람이 일어서 좋다거나하는 표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편이죠. 공통의 문화적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민족 혹은 국가 주의는 필요하겠지만 친근감(kinship)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면 족쇄로 작용되것 같습니다. 병적증상이 발현되면 국수주의 같구요. 조선선비들의 풍류가 중국문화의 영향이라거나 사대주의였다기 보다는 그당시 주류 문자가 한자였기 때문에 한자문화권의 공감이 아니었을까요? 지금은 영어 문화시대여서 서양 인문학이 많이 인용되지요. 문제는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지나친 열등의식이나 우월의식인거 같습니다.

ps. 易에서 한국은 艮卦의 특성을 갖는데 이는 山을 상징합니다. 산은 그침과 보수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은 산사람의 특성으로 역동적이기도 하지만 엄청 보수적인 성향도 있다고 해석합니다. 고인돌님의 글을 읽고 사족을 달아봅니다.

주역을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주변에도 주역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적절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헌데, “친근감”이 아니라 “병적증상”이 지나친 이웃나라의 ‘역사 침탈’은 어쩐다지요?
일제 식민사학자들은 우리 고대사를 지워버렸습니다. 그 제자인 이병도와 강단사학자들은 이 조각난 역사를 버젓이 교과서에 올려 놓았습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에 나서, 황하문명보다 더 앞서는 홍산문명을 만리장성 밖인데도 불구하고 중국문명이라 개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구려까지도 속국으로 변질시키고자 돌로 쌓았던 고구려 성을 이름까지 바꿔가며 벽돌로 다시 쌓는다지요. 급기야 산해관에서 끝난 만리장성을 압록강 하구의 단동까지 이어 붙이고요.
천인공노할 일은 ‘자발적 식민사학자들’의 작태입니다. 일제 앞잡이로도 모자라 이제는 중국 앞잡이를 하려는지 동북아재단이란 걸 만들어 나랏돈 48억을 써가며 만든 책, 만리장성을 대동강 평양까지 끌어왔다니---.
부끄럽고 치욕스런 역사학계의 현실, 그냥 치나치지 말자고 끄적여 봅니다.

댓글속에 분노가 스며들어 계십니다.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문화에 대한 열등의식, 자존심, 자부심, 자만심, 우월심은 같은 성격이지만 뉘양스가 다릅니다. 모두 '우리'라는 '친근감'에서 시작하지요. '친근감'의 경계가 지나쳐서는 해결되는 문제가 없겠지요. 감정으로 표출되니까요. 우수한 문화라는 것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감대라고 생각됩니다. 세계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문화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그 시대의 흐름과 세계인의 정서가 동조화가 되어지는 것이거든요. 문화를 말살하고 없앤다고 해서 그것이 오래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밝'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알리시려는 몇몇 분들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서 실패하고 계신것이 아닌가?도 생각됩니다. 공감대는 '삶'과 직결되는 것이지 '자랑'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자랑'이란 것의 무의식 속에는 '무시'라는 폭력되 내재해 있다고 봅니다. 다른 민족의 폭력적 성향은 우리가 제어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똑같이 분노로 응대할 필요도 없지요.

그보다는 '삶에 있어서 본보기가 되어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문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금의 기득권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분노한다고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우리 역사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실증주의 사학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있거든요. 그리고 문화는 자랑이 아니라 삶과 직결된다는 말씀도 매우 통찰력있는 표현인듯 합니다.
결국 지금의 우리의 삶이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지금 현재를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냥 와 800만이나! 했는데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읽어내시는 현안에 감탄하고 갑니다.

아직 못봤는데 보고싶네요 ㅎ

퀸의재조명...머 전 그렇게 와닿지않지만...^ 명곡들은 많죠~^

재미 있습니다.

저도 벼르면서도 못 보고 있습니다.
연말이라 또 그렇고
시간 내서 꼭 보고싶습니다.

한번 보시면 좋아 하실 겁니다.

모든 것이 정형화 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요.
심지어 연예인도 회사가 관리해서 내보내고, 공부로 성공하는 것은 진작에 전문가의 손길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회가 되고 있으니요. 프레디머큐리 같은 아웃사이더 출신 예술가가 점점 쉽지 않은듯 합니다.

그게 축적된 힘이 있어야 가능한 거라서

보클왔어요~

감사합니다. 저두요

영화에 대한 아주 색다른 접근이네요.

젊은이들 욕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 아닐까요?

저는 영화분석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머큐리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고맙더라고요.
자녀들과 즐겁게 같이 본 영화였거든요.

저도 아들하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프레드 머큐리 증후군, 대리만족, 한국사회의 경직성에 대한 불만”
정곡을 찌른 것 같아 십분 공감이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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