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것이 진짜인가?
이틀전 복통이 조금 가라앉고 날씨는 화창하고 몸이 근질거려 동네 나들이를 갔습니다. 용인 남사에 화훼집하장이 있더군요.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부담없이 핸들을 잡았습니다. 양재동 꽃시장을 상상하며 달려갔지만 분위기가 좀 달랐습니다. 커다란 비닐하우스 두세개가 붙어있는 구조였습니다. 외형은 그래도 내부에는 볼거리가 많더군요.
다육이를 비롯해서 처음보는 꽃과 식물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저런 꽃을 보고 사진도 찍고..그러다가 눈길이 닿은 것이 붉은 색의 장미였습니다. 장미꽃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을때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보고 놀랐습니다.
몇번을 다시보고 이리 저리 움직여도 보고 그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이미지를 보며 오래전 공부했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과학철학'이라는 주제로 개설되었던 강의였는데 당시에는 한편으로 흥미롭기도 했지만 그런 주제에 정신을 팔고있을 정도로 한가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 이런 소모적인 주제에 매달려야 하나?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와는 좀 거리가 멀군!"
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학점은 훌륭했지만, 의미는 없었던 그런 과목이었습니다.
최근에 우연한 계기로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 소위
'미시세계와 우리눈으로 볼 수있는 것 중 어느것이 진짜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핵심은 이런 것이지요.
우리 눈에 매끄럽게 보이는 플라스틱 물통의 표면이 있습니다. 손으로 만져봐도 부드럽게 지나갑니다.
그런데 그 표면을 수백배 확대해서 보게되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지요.
실오라기 같은 것들이 엉켜있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미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계입니다.
그렇다면 둘 중에 어느것이 진짜일까요?
당연히 미시적 관점에서 바라보이는 세계가 진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만일 미시적 관점에서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보고있는 것은 뭘까요? 그저 가짜일까요?
사실 이 문제는 진짜와 가짜의 차원에서 접근할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동일한 사물의 다른 측면을 나타낼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제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생활의 일부가 된 생수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종류도 여러가지입니다.
투명한 일회용플라스틱 물통에 맑은 물이 담겨있지요
우리는 그 물을 따라서 마십니다.
물을 다 마시고 나면 재활용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보통이겠지요?
저처럼 다시 사용하시는 분도 있을겁니다.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같은 플라스틱(?)물병인데 일회용도 있고 반복해서 사용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앞에서 이야기했던 '미시세계'를 기준으로 구분됩니다.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결합구조가 촘촘하고 쉽게 분리되지 않는 것은 반복사용
쉽게 구조가 풀려서 떨어져 나오는 것은 일회용.
우리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확대해서 보면
플라스틱물병을 이루고있는 구조가 분해되어 실오라기 같은 플라스틱입자들이
너덜너덜한 형태로 있다가 그 안에 담긴 물속에 퍼지게 됩니다.
우리가 그것을 마시게 되지요.
플라스틱은 분해가 되지 않기때문에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입자크기가 작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건강에 위협이 됩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것까지 신경써서 어쩌자고! 참 까다롭네!"
라고 대범한듯이 무시해버릴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제일 무서운 상대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미시세계의 존재를 몰랐고,
인식의 근거를 논하기위해 하나의 존재에 대한 두개의 상이한 차원을 놓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이미 그것을 알게된 이상 무시해 버릴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사물에 대해 보다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해 진 것이라고 생각해야 겠지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그것들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인식능력은 왜곡되거나 극도로 편협한 세계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사물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도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분명 어떤 본질이 드러난 현상이긴 하지만
그 현상은 마치 '장미의 색'처럼 각자에게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내가 보고있는 것을 다른사람에게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틀을 확인하고 서서히 접근해야 합니다.
다시한번 되새겨 봅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다른사람에게 그대로 보여줄 방법은 없다.
그리고 그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I like your posts, good posts.
보이는것과 보이지 않는것의 어우러짐이.. 지금 현실이려나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글입니다!
그 유명한 애덤옹의 "보이지 않는 손"도 일맥상통 하는 내용이지 않을까 사족을 붙여봅니다
그럼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공감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모든 현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이 공존하는데
보이는 것 뒤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볼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보이는건 그렇고
안보이는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왠지 고민하게 되네요.
나타난 현상은 놔두고
그것이 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면서 그 현상 주위에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들쳐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연결되는 것이 발견되겠지요.
그걸 비밀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하나의 사실을 알아내는것은 가치있는 일이고
양심있는 사람들이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장미의 색' 이 각자에게 다르게 나타나듯이
다양한 사고와 의식으로 표현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보이지 않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갈등구조를
안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생수에 미치는 플라스틱 미립자 영향은 맨처음 판매되는 물을보았을때의 거부감이 익숙함으로 희석되면서 자연스레 고려대상에서 밀려났었나봅니다.. 재밌는 내용이였습니다~^^ 아프지마시지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떠올라요.
그 제목 자체도 세련되다고 느꼈는데 (처음에 이유가 뭔지 모르고)
그게 1984 세계의 어떤 다른 세계를 가리키더라구요.
미시세계도 1Q84의 세계일지도 몰라요. :)
서로 영향을 주고 받지만 인지하기 어려운...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원자의 움직임과 구성이 우주의 구성과 비슷한... 고양이 방울 속 우주가 상상 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스쳐 지나갈 법한 보이지 않는 측면을 관찰하고 바라보면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었던걸 생각하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맞냐 틀리냐를 따지기 보다는
이게 나에게 이득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선별해야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