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in #kr3 years ago

영화 ‘벌새’를 보았다.

치유되는 영화.

물론 나와 같은 사춘기를 보낸 사람에 한해서겠지만.

94년에 중2 시절을 보낸 나와 같은 나이대의 주인공 은희.

나와 은희의 차이점은 나는 은희만큼 예쁘지 않았고(ㅋㅋ) 죽도로 때리는 친오빠가 없었으며, 은희는 방앗간집 딸인데 나는 미용실집 딸이고,

은희 아빠는 우리 아빠보다 양호하다는 점과 나는 키스할 남친이나 나를 좋아해주는 여후배가 없었다는 점 뿐(나는 은희만큼 예쁘지 않았기에..),

나머지는 너무 나의 그때와 비슷해서 놀랐다.

이런 영화가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감동 받았다고 한 것을 보면 나와 비슷한 사춘기를 보낸 사람들도 꽤 많은가 보다.

혼란스러웠던 시절. 빛나고 마땅히 순수해야 할 나이에 비해 전혀 빛나지 않고 순수하지도 않았던 시절.

물건을 뽀리고(훔치다의 그 당시 은어),문구점 아저씨한테 들켜서 아빠한테 연락이 가고,(은희는 경찰서에 넘기라는 말을 들었지만, 우리 아빠는 그래도 와주었다. 왠일인지 아빠는 나를 혼내지 않으셨다.)

중성적인 이미지의 여후배(헤어스타일이 정말 그 당시를 너무 잘 반영했다. 중간이 딱 갈라지면서 어색하게 휘어지는 새카만 머리)가 은희를 좋아하는 장면에서는 사춘기 시절의 야릇한 동성애 감정을 나타내주었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때 커트머리에 허스키한 목소리를 했던 남자 같았던 여자아이 두명이 떠올랐다. 그 여자아이 무릎에 다른 여자아이가 누워있기도 하고 둘이 사귄다고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는 ‘다 주면 안된다는 것’

남친한테 입을 허락하고 나서 남친이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고, 여후배한테 입과 마음을 허락하니 언니를 좋아했던건 “지난 학기 얘기”라고 한다..

영원히 변치 않을 우정인줄 알았는데 나를 배신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 친구는 너는 너만 생각한다고 얘길 하고.

어찌됐건,

혼란스러운 시절. 순수하지도 않고 빛나지도 않은 그런 지겨운 사춘기.

나는 어른이 되어가며 내가 비로소 순수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소한 지금은 물건을 뽀리며 가슴 졸이지 않고, 종아리의 파란 멍을 까만 스타킹으로 가릴 필요는 없으니.

은희의 한문 선생님이 말한다.

“세상에는 나쁜 일과 함께 좋은 일도 오더라.”

그것이 진리인 것 같다.

은희는 나처럼 자랄수록, 나이가 들수록 더 순수해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은희를 응원한다.

사실은 나를 응원하는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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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영화 봤는데... 제겐 어려운 영화였어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m님의 글을 읽으니 '아~' 싶다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ㅎ 전에 명대사 정리해 놓은 것 있는데 그거나 포스팅 해야겠네요.^^

칼님은 아무래도 소녀가 아니셔서...(이성애자 소울메이트 맞죠?)

난 이제 더이상 소녀가 아니예요~!!


ㅋㅋㅋ

나이들수록 순수해진다라는 말이 확 와닿네요^^

저도 이 영화를 봤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늘 이런 영화를 보기를 꺼려합니다.
그 아픔을 나도 함께 느끼는게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아픔을 표현하는 영화, 전쟁 영화
혹은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실화영화 등을 꺼리는데
그럼에도 볼수밖에 없는 것이 또 운명이겠죠.
그렇게 또 성장하는 것이구요.
나쁜 고통과 함께 좋은 성장이 따라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메가님의 이 글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다시봐야겠습니다.
아마도 처음 볼때와는 다른 아픔이 느껴지겠지요.

저도 세상 모든 은희를 많이 응원합니다.
메가님도 함께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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