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영화 토론 모임 사람들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토론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보셨어요?"라고 참석자 한 분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와락 눈물을 쏟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내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슬픈 눈물을 보았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낳았다고 다 엄마가 되는건가요?" 너희가 생각하는 가족이 도대체 무엇이니? 아마 그녀는 그렇게 되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 어떤 핏줄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이 가족이 '가족의 이데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늘 가족이라는 테마에 천착해 왔다. <걸어도 걸어도>에선 상실을 겪은 가족의 드러나지 않는 빈자리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선 기억과 가족애의 상관 관계를,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선 배 다른 자매의 평화롭고 선량한 연대를 그렸다. 아마도 그 모든 영화들은 이 작품을 위한 전주곡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가족>은 긴 말이 필요 없는 걸작이다. 고레에다는 혈연의 끈 바깥에 놓인 가족을 설정해 놓고, 거꾸로 서로를 옭아매는 현대 가족의 혈연주의적 상식을 비웃는다. 버려진 자들, 그들이 엮어낸 이 가족은, 비록 훔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해도, 명백한 낙원이다. 그 낙원이 세상의 오염된 상식에 의해 파괴될 때 노부요(안도 사쿠라)가 말 없이 훔치는 눈물은, 영화 역사에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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