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기록에 관하여] 유나바머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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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오늘 하루와 상관 없는 사진이다.

하루와 상관 없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오를 때가 있다. 오늘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려고 허리를 굽히다 생각났다. 유-나-바-머. 어딘가의 지명 같아 보이는 단어는 연쇄 폭탄마의 이름이었다.

1980년대, 사람들이 편지를 열기 두렵게 하던 광인. 본명은 시어도어 카진스키. 주로 대학과 항공사 위주로 사제 폭탄을 보내서 FBI는 univer + airline, una bommer라고 이름을 붙였다. UC 버클리 대학의 최연소 조교수였지만 어느 날 강단을 사임하고 시골로 낙향한 후, 세상에 대한 불만을 편지에 담아 이곳 저곳으로 뿌려대는 사람이었다. 이 행위는 자신이 살던 오두막이 개발로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더 난폭해져, 수족 절단에서 더 심각해져 사망자까지 발생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좀 더 건설적인 해결 방법을 찾았겠지만, 유나바머에겐 이 방법만이 유일했었나보다.

유나바머를 명확히 기억하고 있던 이유는 잡힌 경위가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수사는 오리무중인 상태였는데, 유나바머의 동생이 FBI에 자기 형이 유나바머인 것 같다고 제보를 했다. 마지막 폭탄 테러 이후 방송사들이 받은 50페이지짜리 선언문 '산업 사회와 그 미래'에서 자기 형의 문체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FBI도 마냥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테러가 일어난 지역의 축선 중 유나바머가 살거나 살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고, 카진스키의 과거 논문과 선언문을 비교해 본 결과 유력한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내렸다. 결국 수색 끝에 카진스키의 거처에서 폭발물과 '산업사회와 그 미래'의 자필 원고를 발견했고 결국 유나바머는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형의 문체와 유사하다. 글을 읽으니 형일 것 같다'. 글을 읽고 누가 썼는 지 눈치챈다는 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만화를 보면서 아, 이건 이 사람 작품인 것 같은데- 하면 어김없이 그 작가였다. 글도 그랬다. 디시인사이드에서 '노가다 하고 왔다'로 시작하는 대구대 야옹이부터, 로그아웃하고 댓글 달다가 말하는 게 똑같아 지적당하자 도망가는 유동까지. 글은 어쩌면 지문과도 같아서, 꼼꼼히 살펴보면 주인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글에는 그 사람이 겪었던 삶이 묻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면역문이란게 존재한다. 사람마다 걸린 병이 다르기에 가진 항체도 서로 달라서, 면역 항체를 보면 병의 기록을 알 수 있고, 항체의 주인도 특정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감기 바이러스부터 수두, 홍역, 볼거리 항체까지. 많은 병을 걸렸다 나은 사람의 면역문은 온갖 항체들로 울퉁불퉁할 것이고, 손 깨끗이 씻고 질병과 먼 곳에서 산 사람은 매끄럽고 평평하겠지. 글도 단어들을 보면 작가가 어떤 인간인 지 알게 된다. 풍파를 겪은 사람의 글은 거칠고, 마음 속 상처가 있는 사람의 글은 단어가 아프고 어둡다. 상처를 감추려고 해도, 글에서는 흐르는 피 냄새가 난다.

글을 쓰며 유리 책상 위에 엄지손가락을 꾹 찍어 본다. 옆에서 보면 기름기 섞인 지문이 보인다. 지문이 남듯 이 글도 남겠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까? 일단 퇴고따위 하지 않은 글이란 건 알 수 있겠다만. 모르겠다. 일단 친구가 쓴 소설부터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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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에서는 어떤 느낌을 받으실까요.

생각이 많고 논리정연하게 정돈된 글들이지요!! 다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옳은 편에 서서 이야기를 하시기에 실제 성격은 어떠실까 궁금하긴 해요. 옳고 싶은 욕망과 내면이 다른 경우를 왕왕 봤기에.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드러내는 글, 감성적이면서도 논리적인 글을 좋아하기에 kmlee님의 글을 읽으며 감성 한 스푼만 넣었다면 어떨까 생각하곤 해요 훗훗.

문학과는 거리를 두고 살다보니 표현이 너무 투박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속이거나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글이 사람의 지문같이 구분할 정도로 써질 경지까지 가고 싶네요 . ㅎㅎ

'아 이거 킹빗님 글이네' 그런 거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 모두 글을 보내고 그 글들을 내놔서 누구 글인지 맞추는거죠 ㅋㅋㅋㅋㅋ 복면작왕프로젝트로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호 대박 ~~ 같은 상황이나 같은 사진을 주고 짧을글 쓰기 하는거죠 ㅎㅎㅎㅎ

맞습니다~글을 보면 그사람의 삶과 마음이 보이는듯합니다^^

글만큼 사람을 잘 비춰주는 게 없죠.

자신만의 문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모두 좋아보여요. 작가라면 누구나 원할 것 같은데요. :)

브리님의 문체도 잘 알아볼 수 있다구요. 오랜만에 브리님 글 읽으러 놀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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