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사람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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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접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양당제로 흘러가는 간접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정치인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이전에 당내에서 입지를 굳히는게 우선이다. 이제 간접 민주주의는 귀족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죽 선거가 우스워 보였으면 지역구에 전혀 관심 없는 정치인들이 지역구에 입후보하고 심지어 "한 자리" 하겠는가? 이는 간접 민주주의라는 체제의 문제이기도 하고 국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가 일상적인 토픽이 되며 정치적 이슈와 연예인들의 연애 스캔들의 무게가 같아지고 있다. 나는 현대 사회의 간접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정신을 모조리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경제다. 나는 자동화 된 기계가 인간보다 퍼포먼스가 뛰어나다면 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계에 대체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자동화 된 기계를 통해 발생한 잉여 이익이 이들의 재사회화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에 노동자는 없다. 시스템 유지를 위한 소수의 기술자, 시스템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상가, 그리고 백수들이 있다. 계급사회 같은가? 경제적 자유가 주어지는 세상에서 백수란 인간과 동의어다.

사법체계는 어떤가? 여러번 밝힌 적 있지만 나는 사법체계에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며 더 이상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구시대의 사법체계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그렇다. 나는 유전자 조작도 긍정적으로 보고 사이보그에도 열려있다. 내가 열등한 존재가 될 수도 있지만 감당할 수 있다. 후대의 인간은 우리보다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 너무 급진적이라 느껴진다면 작은 것에서 시작해도 좋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유전병 환자를 자유롭게 하는걸로 시작하는건 어떤가. 태어날 때부터 갖는 질병에 자신이 어떤 책임이 있는가? 그 어떤 질병이 자신의 문제겠냐만 유전병은 특히나 심각하다. 낳아주신 부모를 탓할 순 없지 않는가.

이렇듯 내 성향은 급진적이다. 하지만 내가 스팀잇에서 내세우는 입장은 급진주의자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철저히 Proof of Brain을 통한 보수적인 보상분배 모델에 집착한다. 이러한 내 입장이 너무나도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급진주의자가 보수적이라는면 모순일까? 사실 이는 모순이 아니다. 원칙은 보수적이다. 그리고 현실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났다면 원칙을 고수하자는 주장은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적인 급진주의자는 모순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를 밝히겠다.

우선 보팅봇을 대표로 한 자동화 내지는 자동화에 가까운 보상분배를 보자. 굳이 보팅봇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때로는 이벤트의 형태를 띄기도, 환급형 서비스가 되기도 한다. 여러가지가 중복되기도 한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우회한 셀프보팅에 지나지 않는다. 다운보팅을 피하며 효과적인 자본소득을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받는 보상이 부족하다 여기는 신규회원들이 이러한 보상분배에 기댄다. 묘하게도 불균형에 대해 불평하는 그들의 활동이 보상 불균형을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살아나서 전세계 언어를 다 배워 글을 써도 보팅봇이 늘리는 스팀파워가 높을텐데 어찌 공정한 보상이 가능하겠는가? 자본소득 격차가 커지면 빈부격차가 커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ourselves 태그에 있는 포스트들을 읽다가 굉장히 서글픈 글을 보았다. 셀프보팅을 하지 않는다는건 포스트에 대한 평가를 타인에게 미루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팅봇에 뉴비지원서비스들을 잔뜩 이용하고 있더라.

사업자 내지는 서비스 제공자들의 입장을 변호하자면, 많은 글들을 읽고 보팅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기껏 충전한 스팀파워를 썩히는 것도 내키지 않는게 당연하다. 그래서 무작위성 보팅, 내지는 대가성 보팅에 스팀파워를 이용한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들이 특별히 이기적이라 그런게 아니라 스팀잇의 보상체계가 이들을 이끈다.

이 문제를 가장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큐레이션 보상에 대한 개선이다. 큐레이션 보상이 진정 좋은 글에 대한 보팅에 제공하는 보상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무작위성 보팅, 대가성 보팅이 힘을 잃는다. 정도에 따라서는 셀프보팅의 효율을 넘어설 수도 있다. 유상임대도 훨씬 긍정적인 사업모델이 될 것이다. 큐레이션 보상이 개선된다면 열정적인 큐레이터에게 일정 비율의 큐레이션 보상을 대가로 임대한다면 썩어가는 스팀파워를 플랫폼의 건설적인 발전에 기여하며 보상도 얻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유상임대 후 셀프보팅만으로 임대료를 충당하는 사용자들이 있다. 결국 우회한 셀프보팅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좋은 큐레이션과 나쁜 큐레이션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좋은 큐레이션을 찾아낼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좋은 글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간을 거치지 않아도 좋은 글을 찾아낼 수 있다면 큐레이션 보상이 필요 없다. 따라서 다시 원점이다. 자동화 할 수 없다면 인간의 힘을 또 다시 빌릴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지독한 모순이 나타난다. Proof of Brain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Proof of Brain의 힘을 빌린다니? 도저히 답이 없으니 그냥 투덜거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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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오늘도 생각하게 만드는 글 잘 읽었습니다.
보상분배와 큐레이션에 관한 글은 아직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이번에는 경제다. 나는 자동화 된 기계가 인간보다 퍼포먼스가 뛰어나다면 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계에 대체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자동화 된 기계를 통해 발생한 잉여 이익이 이들의 재사회화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에 노동자는 없다.

이 부분에서는 깊게 공감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 인간은 '소비'하는 것이 직책이 될 것입니다. 기계는 먹지 않습니다.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장이 되었지요. 10년 전부터 그리 생각했었는데 책이라도 한권 낼걸 그랬습니다. 10년 전에도 흔한 생각이었던가요?

10년 은 너무 이르고 8년 전에 책 내셨으면 좋았겠네요 ^^

제일 안타까운 건 조회수도, 댓글도 많은데 보상은 얼마 안 되는 그런 글들입니다. 결국 고래에게 보팅 받지 못하면 보상이 커질 수 없는게 아닌지...너무나 단순한 힘의 논리가 모든 걸 지배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건 허리층이 늘어나면 많이 경감될 문제입니다. 지금은 허리가 얇아서 그렇지요. 개인적으로 보상보다는 엄청나게 노력해서 쓴 글임이 눈에 들어오는데 관심을 못 받는 작가들이 더 걱정됩니다.

스팀 최적화 블로그를 누군가는 이미 연구했을겁니다.

본제와는 별개로 파워 100도 안되는 뉴비들이 셀봇안하는 건 안타깝습니다.
셀봇으로 논란이 될려면 수억원어치 스팀파워를 구매해야 하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뉴비들이 먼저 겁먹는게 아닌지.

미래에 대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1. 자본주의 체제가 붕괴될것입니다.
  2. 소수의 어드민이나 미래기술로도 대체가 힘든(자원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부 직업을 제외하고는 전멸하게 됩니다.
  3. 소비계층이 줄어들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축소됩니다.
  4. 일부 사치품 시장, 하이테크 연구산업만 살아남습니다.
  5. 인간이 만들었다라는게 프리미엄이 붙습니다.(지금도 그렇지만 더 심하게 편중됩니다.)
  6. 1번으로 돌아와서 시장경제의 축소가 가속화되면서 인류의 번영이 막을 내립니다.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할까요.

내일 주제로 써먹어야겠군요. 날먹거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1번 동의요...

정독한 후 뭐라고 코멘트를 달까 하다가 굳이 제 머리로는 추가할 만한 요소나 흥미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잘 읽고 간다고만 씁니다ㅋㅋㅋ 생각해보니 스팀잇이야 말로 사회의 축소판이란 생각은 드네요.옛날에 와우라는 온라인게임에 버그로 운영자도 막을 수 없는 전염병이 돌았을 적 플레이어들의 행동 양상을 통해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이 전염병에 감염되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논문을 썼다는 글이 생각나네요. 어떤 사회학자가 스팀잇내의 발전과 흐름에 대해 연구한다면 그게 블록체인과 기타 AI에 기반한 미래사회를 예상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스팀잇은 확실히 기술적으로 신선하다기보다는, 사회학적으로 무척 신선했어요. 죄수의 딜레마나 크랩 멘탈리티 같은 설계도 말이지요. 정말 사회의 축소판이에요.

오염된 피...

ㅋㅋ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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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나쁜 큐레이션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성배같은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보팅 봇이 셀프 보팅이라는 하는 주장을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뉴비들 중에서 $0.1 도 자기 스파로 찍기 힘든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 사람들이 SBD 내서 보팅을 찍는 것은 SBD를 제공하고 스파를 사용하는 일종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봅니다. 일시적인 파워 임대 시장인 것이죠.

또한 보팅 봇은 구조상 피래미들만 유리하게 되어 있고 금액을 더 많이 넣을 수록 기대되는 수익은 더 적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뉴비들에게 좋은 것입니다. 일종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팅 봇이 SP를 축적하는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보팅 봇들은 SP를 임대해서 사업을 운영합니다. SP를 임대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 해야 하는데 보팅 봇이 여러개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보팅 봇에게 파워를 임대해 줍니다. 이러한 경쟁 상황에서는 보팅 봇은 들어오는 대부분의 금액을 스파 임대자에게 돌려주게 되고 보팅 봇 자체는 거의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팅 봇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게 보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 엄밀히 말해 보팅봇을 통해 자기 포스팅에 보팅을 하는건 셀프보팅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셀프보팅 자체가 나쁜건 아닌데 이게 과해지면 문제가 되겠죠.

아, 네 kmlee 님의 답변과 함께 생각해서 어떤 의미에서 셀프보팅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해지면 안 된다는 것은 언제나 맞는 것 같습니다.

보팅봇에게 스팀파워를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는 것이 우회한 셀프보팅과 다르지 않습니다. 셀프보팅으로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이 약간 우회하여 자신, 보팅봇, 보팅봇 서비스 이용자에게 나누어졌을 뿐이지요. 만약 셀프보팅에서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무작위성 보팅이라 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작위성 보팅으로 인한 재분배가 건전한 재분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렇다면, 스파를 임대 해주는 사람이 셀프 보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네요. 음 그렇게 생각하면 셀프보팅이 맞네요. 제가 이 쪽으로 최근에 실험을 해보려고 보팅 봇에게 조금 임대를 해주었는데, 생각을 다시 해 봐야 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상임대후 셀프보팅으로만 쓰는분들이 종종 보이긴 하네요 정말..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래의 부분에 동의합니다.

  • " 이 문제를 가장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큐레이션 보상에 대한 개선이다. 큐레이션 보상이 진정 좋은 글에 대한 보팅에 제공하는 보상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무작위성 보팅, 대가성 보팅이 힘을 잃는다. 정도에 따라서는 셀프보팅의 효율을 넘어설 수도 있다. 유상임대도 훨씬 긍정적인 사업모델이 될 것이다. 큐레이션 보상이 개선된다면 열정적인 큐레이터에게 일정 비율의 큐레이션 보상을 대가로 임대한다면 썩어가는 스팀파워를 플랫폼의 건설적인 발전에 기여하며 보상도 얻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유상임대 후 셀프보팅만으로 임대료를 충당하는 사용자들이 있다. 결국 우회한 셀프보팅에 지나지 않는다."

답이 없는 푸념이지만 그 푸념을 하게 된 사고과정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가즈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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