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과 같은 메세지, "왜 알아야 해?" -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in #kr-movie9 years ago

tumblr_ovm9l4o6jG1ugdugro1_1280.jpg
블레이드 러너의 다양한 요소들은 고평가 받으며 재생산 되었습니다. 동아시아어(한중일)이 가득한 거리, 강렬한 네온사인, 거리를 뒤덮은 스모그, 몽환적인 음악까지 계속해서 재생산 됩니다. 심지어는 Like tears in rain이라는 대사까지도 계속해서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요. 인간의 창조물의 정체성과 내적갈등, 자신을 도구로만 취급하는 인간에 대한 반감까지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타납니다. 최근에 소개하기도 했던 출시예정작,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에서도 이를 표현하고 있지요. 위쳐의 제작사인 CD Projekt Red에서는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Cyberpunk 2077을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영화의 요소는 "왜 알아야 해?"라는 메세지입니다. 전작도, 후속작도 영화는 꾸준히 의문을 남깁니다.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답해주는게 없습니다. 데커드는 인조인간인 레플리컨트인가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계승되어 케이가 무엇인가로 나타납니다. 레이첼과 데커드의 사랑은 조이와 케이의 사랑으로 계승되어 진정한 사랑인가, 설계된 것인가 하는 의문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이 외에도 인물들 제각각에게는 다양한 의문이 생기며, 영화가 끝나고도 명쾌하게 알 수 없습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차별의 시작이 어디인지를 알려줍니다. More human than human(인간보다 인간답게)라는 슬로건에 의해 만들어진 레플리컨트들은, 특별한 방법 없이는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움에도 이들이 레플리컨트라는 사실을 안다는 이유만으로도 차별이 시작됩니다. 예전에 소개한 적 있었던 책에서 저자인 노인은 젊어서부터 꾸준히 수영을 했던 자신을 향한 "아직도"라는 말에 차별적인 시각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이어가는 것을 칭찬하는 말이었음에도 노인은 상처를 받은 것이지요. 자신이 노인이 아니었다면 '아직도'와 같은 수식어는 없었을테니까요. 최근에 소개한 사가에서도 유사한 주제가 표현 되지요. 외형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랜드폴의 인종과 리스의 인종. 하지만 외형적인 요소를 숨기면 쉽게 구분도 안 되는 이들에게, 외형적인 차이를 인지한 순간 차별적 시각을 내비칩니다.

인간의 본성은 무리짓기입니다. 사람들은 무작위로 나누어 다른 색 티셔츠를 입게 하면, 같은 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끼리 쉽게 공통점을 찾고 배타적인 내집단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무작위로 나뉘어 다른 색 티셔츠를 입은 구성원과도 동일한 수준의 공통점이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구분은 차별의 시작입니다. 앎은 차별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왜 알아야 해?"라는 영화의 메세지는 강렬합니다. Like tears in rain이라는 감각적인 대사, 차별적인 사회에서 레플리컨트들의 몸부림보다도 강렬한 메세지를 지닌 것이 영화의 표현 방식에서 나타납니다. 대사를 통해서, 행동을 통해서, 영화에서 나타난 것들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표현하지 않음으로서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요즘의 문화컨텐츠는 친절합니다. 등장인물들의 목적, 의도, 결과까지도 뚜렷하게 나타내며 에필로그에서 등장인물의 나레이션을 통해 후에 사건 후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조차도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불친절한 표현법조차도 하나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일부로 모호한 표현을 섞어 수용자가 상상하게 합니다. 수용자는 창작자가 의도한 장면에서 창작자가 의도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의 메세지는 더욱 특별합니다. 모호한 표현에 대한 수용자의 자유로운 상상에 가치를 부여한게 아니라 감춤이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메세지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고등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보았습니다. 영화 내내 졸더니 영화가 끝나고 악평을 합니다. 괜히 보았다며. 지금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 했다 하더라도 이 학생들도 영화의 메세지를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성적에 따라 차별 받는 학교 생활에서, 학벌에 따라 차별받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내비칠 기회도 없이 서류단계에서 내쳐지는 구직활동에서까지도.


이전 문화컨텐츠 소개글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이야기 - 사가(Saga)
당신만의 이야기, 당신들만의 이야기 - Detroit: Become human, Hidden Agenda
우리는 소유이자 쇼코다 - 쇼코의 미소


글이 증발해서 새로 썼습니다. 보통은 백업을 해두는데 꼭 백업을 하지 않을 때 이런 일이 생기지요. 대부분은 기억을 토대로 살려냈지만 찝찝함이 남습니다. 중요한 문단 하나가 기억나질 않습니다. 통찰은 순간에만 나타나서 금방 사라지곤 하네요.

그나저나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철학적 메세지를 떠나서 시청각적 즐거움도 충분히 제공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도 충분합니다. 오락적 즐거움은 덜하겠지만요.

내일은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워(Middle-Earth: Shadow of War)로 찾아뵙겠습니다.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원작도 못 봤으면서 블레이드러너가 탄생시킨 세계관이 반영된 다른 영화나 게임 등을 소비한 1인이네요

옛 작품들이 다 그렇죠. 배트맨을 좋아한다고 1930년대, 배트맨의 탄생부터 읽어야만 하는건 아닌 것처럼요.

저도 재미있게봤습니다 그리고 포스팅했는데 증발했어요..신기하네요.. 저는 이 영화가 제시하는 다양한 질문이 좋습니다. 보고나면 여러가지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조'는 '조이' 덕분에 특별한 리플리컨트가 된것같습니다. 그게 수학적인 계산에 나온건지 아닌건지는 별개로요...

저는 해리슨 포드의 감정이 궁금하더군요. 30년도 지나서 이전에 연기했던 인문을 연기하는 기분이 어땠을까요?

^^스타워즈에 이어서2번째죠. 근데 이번엔 물만먹는 개고생한거같요 ㅋㅋ

이번에도 그럴 줄 알고도 나오지 않았을까요 ㅎㅎ

영화를 아직 안 봤는데요..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부분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왜 알아야 할까요? Kmlee 님 말씀처럼 알고 나면 결국 차별의 시각이 시작될 텐데요…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은 결국 그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죠…

감춤이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메세지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여운이 남는 말씀입니다.
중요한 문단이 기억이 나시지 않는다니 ㅠㅠ 그 문단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영상미와 음악을 빼놓고 이 영화를 소개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 보시고나서 읽으시면 감회가 또 새로울겁니다. 오늘도 깊게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았으면 더 깊게 공감이 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함께합니다.
그러면 “감춤의 행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메시지를 남기는지”에 대해 깊게 이해 할 수 있을 테니까요 ㅠㅠ 영화 보고 나서 다시 찾아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행복한 하루 되세요~^^~

친구와의 약속이 깨져서 ㅠㅠ 뭐 할까 하다 영화를 보고 왔네요. kmlee님의 감상을 다시 읽고 드는 생각은 영화를 한 번 보시고 어찌 이런 근사한 리뷰를 쓰실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저는 곱씹으며 다시 봐야 될것 같은데요. ㅠㅠ 인간인지 아닌지 이전에 저는 그저 조에게 너무 몰입하다 보니 그런 모양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저는 딱 한 단어 “절제미”가 떠올랐습니다. 영화속 영상과 음악 대사는 물론이고 오로지 블랙과 레드만을 사용한 오프닝과 엔딩까지…

ㅎㅎ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에 둘러싸여 보았습니다. K가 박사를 만나는 시점부터 우느라 정신없는데 ㅋㅋ건너편으로 앉으신 할아버지까지 엄청 우셔서 ㅎㅎ 서로 심난한 상황이 되기도 했다죠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렇죠. 해방운동을 하는 조직의 목표가 무엇인지, 레이첼과 데커드는 어떻게 살았는지, 대정전은 왜 일어난 것인지 등 하나도 설명하지 않지요.

감상에 중점을 두는 곳은 제각각 다른 것이니 어느 한쪽이 더 영화를 잘 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며칠간 글을 쓰지 않아 댓글에 닉네임을 보자마자 "아! 영화 보고 오셨구나." 싶었는데 역시 보고 오셨군요.

영화 보시고 다시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다 보고 나서 진이 빠셔서 ㅎㅎ 집에 와서 누워야 했어요 ㅋㅋ 묘한 분위기 하며 K의 감정선을 따라가느라 가슴이 먹먹했네요. ㅠㅠ 조가 데커드를 구하러 가기 전 그 어두운 길에서 거인 조이를 만났을 때는 어린왕자의 장미가 생각났었습니다.

어쨋든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05
TRX 0.33
JST 0.080
BTC 63386.83
ETH 1683.18
USDT 1.00
SBD 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