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담배를 피우게 된 이유

in #kr-pen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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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he writer





   나는 흡연자가 아니었다. 몇 년 전까진. 이후 몇 달에 서너 번 정도 파이프를 피운다. 얼마 전엔 이틀이 멀다 하고 피우기도 했다. 아버지의 유품인 지포 라이터를 잃어버린 여파였다. 그걸 잃어버렸음을 깨달은 건 지난 여름의 일인데 내 마지막 파이핑은 그해 봄이었다.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알아챘던 것이다. 그 뒤로는 비상용으로 챙겨둔 성냥만 쓴다. 가장 가까운 마지막 담배가 언제였는진 기억이 잘 안 난다. 한 달은 족히 된 것 같다.

   내가 주로 피우는 건 파이프 담배와 시가릴로(미니 시가)다. 시가릴로는 외출용이다. 여기도 파이프는 중년 이상은 되어야 남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다. 거기에 동양인이. 너무 이목을 끈다. 흔히 하는 오해가 프랑스 사람들은 남이 뭘 입고 뭘 먹고 뭘 하든 상관 안 한다는 건데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지 않다. 아는 사람이든 길에서 만난 사람이든 엄청 신경 쓴다. 도시별로 지붕 색깔까지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오죽하겠나. 이곳의 공동체의식은 개인주의를 앞지른다. 워낙 패션이나 연애 등에서 관용도가 넓어서 그렇지 사실 돌아서기 무섭게 담화를 늘어놓는 게 이곳 사람들이다. 우리랑 별로 다르지 않다. 뉴욕 정도는 되어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살아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잠깐 이야기가 샜는데 그런 이유로 밖에선 거의 시가릴로를 피운다. 다행히 이건 많은 사람이 피우기에 전혀 튀지 않는다. 파이프보단 맛이 없지만 친구와 커피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기에 나쁘지 않다. 이렇게 파이프나 시가를 피우는 것에 대해 한국에 있는 지인들의 반응은 두어 명 정도를 빼면 한결같다.

폼 잡으려고 피우는 거지?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음식은 자신을 위해 먹되 옷은 남을 위해 입으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신봉한다. 나는 속멋만큼 겉멋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류니까.

   하지만 이건 절반의 이유에 지나지 않다. 평생 입에 안 댔던, 대어서는 안 됐던(폐 수술을 받았다) 담배를 물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폐암과 싸운 마지막 몇 년을 제외하면 한평생 흡연자로 살았던 그. 무엇 때문에 담배를 피웠고, 끝내 그것을 끊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아리송하다. 니코틴이 나를 중독시키지 못한 탓이다. 라이터를 잃어버리고 반작용으로 연달아 피웠던 때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끝내 완벽한 답을 찾진 못했다. 내 생에 아버지가 될 일은 없기에 여기서 더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다만 흡연 행위 자체에서 약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음주보다 더 엄격한 규칙으로 담배를 피운다. (내 예전 글을 본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술을 기분 좋을 때만 마신다) 내게 흡연은 거의 보상에 가까운 일이다. 주로 일을 완전히 끝마쳤을 때나 반가운 지인을 오랫만에 만났을 때 담배를 태운다. 그래서 텀이 길다. 아주 가끔은 명상에 가까운 행위로 태우기도 한다. 처음에는 긴장이 풀리고 그 다음에 오는 각성 효과를 즐기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가 피운 건 파이프나 시가류가 아니었다. 궐련- 일반 담배였다. 가장 오래된 기억으론 솔, 88라이트... 이후로는 관심이 없었기에 모르겠다.

   이런 사연을 그들에게 구구절절 늘어놓진 않는다.

홈즈를 좋아해서.
톨킨을 좋아해서.
호빗과 난쟁이들과 아인슈타인을 좋아해서.

   궐련 대신 파이프를 선택한 이유를 말해줄 뿐이다. 어차피 그들이 보는 나는 그런 사람일 뿐이므로 진짜 사정을 들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버지 기일이라는 핑계로 담배 한 대 피우며 끄적여 본다. 아버지가 마지막에 피웠던 담배는 내 기억에 레종Raison이다. 고양이 그림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Raison은 불어다. (표준 발음으론 '해종'이다) 이 단어의 뜻은 이유 / 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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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버님께서 폐암으로... 사실 제 아버지도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평생 하루 세갑의 담배를 (피우려면.. 아실듯 하지만 거의 눈뜨자마자부터 잠자리에 들때까지 입에 물고 있게 됩니다;;) 피우셨었지요. 담배 뿐 아니라 술도 많이 드셨는데 하루에 소주 2병은 늘 드셨던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늘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셔서 해드리는 음식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셔서 그랬는지 아버지는 참 건강하셨어요. 지병도 없으셨고 일년에 감기한번 정도 드시는 수준이셨거든요. 조금 이상하다 싶어 검사를 받으셨을때는 이미 폐암 4기로 판정을 받으셨고, 2년 정도 술담배 없는 병원생활을 하다 일흔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흡연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요즘엔, 남들한테 이런 이야길 하면 아버지가 알콜중독자에 줄담배를 피우는.. 소위 인생 포기한 사람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저희 아버지는 정말 성실하고 강직한 분이셨지요. 매일 술을 드셔도 다음날 아침 7:30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출근하셨고, 주말이면 늘 등산을 가셨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술 담배에 영향을 받지 않을만큼 건강한 분이라고 생각했었고 어머니가 걱정하시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계신다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역시 과도한 술 담배엔 장사가 없나봐요 ㅠㅠ 아무튼 그런데도 불구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셨던 아버지를 원망하진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아버지를 존경했었어요. 그래서인지 술 담배에 대해서도 나쁜 감정이 없습니다. 그저 조용한 성격이셨던 아버지에게 평생의 친구였을거라는 짐작을 해 볼 뿐이지요.

김작가님 글은 언제나 저를 생각속으로 이끌어 주시네요. 아버님 기일에 이렇게 당신을 기억하는 글을 쓰셨단 사실을, 그리고 당신을 이해해 보기 위해 아들이 파이프를 피우시는 사실을, 아버님이 먼 곳에서 아신다면 어떠실까요. 뭔가 마음이 애틋하실거 같아요.

아니, 사실은 제가 아버지 기억에 애틋한 마음이 드나 보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실때 제가 철이 덜 들어 그냥 슬프기만 했지 아버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종종 아버지를 떠올리면 아버지와 있었던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올라,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마음이 아프거든요.

이궁 잠시 들러서 인사드리고 가려고 블로그를 찾았다가 오늘도 이렇게 댓글을 달고 가게 됩니다. 김작가님 요즘 뉴비들에게 보팅 나눠주시느라 바쁘실텐데, 마음을 울리는 글도 남겨주시고 감사드려요. 괜히 저땜에 우울 추가 안하셨길 바래 봅니다 ^^;;

p.s. 파이프+미니시가는 멋지십니다만.. 즐거운 스팀생활 오래오래 하시길 바라는 맘에 적당히만(이미 그러신것 같긴 해요^^) 피우시길요! ㅎㅎ

아아..ㅠㅠ 저희 아버지도 발견 당시 4기셨어요. 이미 연로하신데다 지병이 있으셔서 수술도 안 되고 길어야 3개월이라고 하더군요. 치료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했는데 이후 5년을 더 버티셨네요. 아버지 인생에서 유일하게 일을 안 하고 지내신 기간이었죠. 마지막 1년을 정말 힘들어 하셨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찾아뵌 게 제일 후회됩니다. 아버지는 절대 죽지 않을 거란 어리석은 믿음이 한구석에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정된 죽음을 부정하고 싶었던 거겠죠.
전혀 우울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고요. 적당히 즐기면서 아버지 몫까지 더 오래 살다 가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아 그러셨군요 ㅠㅠ 저희도 수술은 안된다고 했었는데.. 나으실 수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항암치료를 넘 과도하게 받으셨던게 더 빨리 돌아가시게 한 화근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병원에서는 체력을 넘어갈 정도의 약물과 방사능 항암을 권했고.. 벌써 20년전 일이니.. 주변에 암환자가 없어 암에 대해 무지했던 저희는 다 해야하는줄만 알고 권하는대로 따라갔는데요...
나중에 알고보니 연세드신 분들은 어차피 진도가 느려서 그런 과도한 치료때문에 체력이 견디지 못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결국은 과도한 방사선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고 암세포는 괴멸되었다고 했지만 직접사인은 폐렴, 응급실 실려가셔서 호흡기도 못떼고 돌아가셨어요 ㅠㅠ
하지 않는 것이 하는것보다 해가 될 수 있음을 처음 느꼈던 사건이었습니다. 너무 충격이 컸지만 이미 늦어버렸고... 그 이후로 저희 가족은 병원의 치료 권유는 반 정도만 따르는 사람들이 되어버렸지요 ㅠㅠ

5년이면 그래도 오래 버티신것 같아요. 치료를 안받으셨으면 정말 괴로우셨을텐데 마지막 일년은 ㅠㅠ
그나마 저는 다른 형제들이 다 외국에 있어 본의아니게 제가 병원뒷바라지를 오래 했었어요. 엄마가 병원에 계시며 간호하셨지만 모든 잡심부름을 도맡아서;; 그래서 나중에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송스런 마음은 덜었지만(물론 그러려고 했던건 아닙니다만)저도 끝까지 아버지가 돌아가실줄은 몰랐고 충격이 컸지요.

아버님 말씀 듣다 제 생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정작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네요;; ㅎㅎㅎ 음음.. 아무쪼록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ㅎㅎ

오래전에 씨갈을 주길래 피워 보았는데 필때는 맛있어지만 굉장히 독한거였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가족생각해서 안피우지만....

씨가는 니코틴 함량이 높아서 굉장히 독하죠. 잘못하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입니다. 가족을 생각해 끊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여운을 남기는 흡연의 역사군요.ㅎ 니코틴에 지배되지 않는 한 아버님을 이해하긴 어려우실 것 같네요. 그렇다고 중독을 권하는 건 아닙니다. 부디 뇌세포를 보호하시기 바랍니다. 오래 날렵한 글을 보고 싶으니-^^

제 뇌세포 따위... 스팀팩 넣어서 좀 더 빡세게 굴려야 합니다ㅋㅋ

처음 봤을때 레이손이라고 읽었다가 비웃음을 샀죠. 시계 이름만큼이나 담배 이름도 어렵죠.. 특히나 비흡연자에게는 더더욱요.

제게 아버지는 올드 스파이스 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앗.. ㅋㅋ 저도 처음에 라이손 주세요 했다가..
X망신 당했더라는..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저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으면 아무리 머리 잘 굴려도 레이즌 정도 아니었을까...

올드 스파이스... 진정한 남자의 향으로 알고 있습니다. 맥아당님은 맥주향으로 기억될까요? 그렇다면 어떤 맥주일지 궁금하네요.

스텔라 아르투아가 될 것 같습니다. 살아 생전에 가장 많이 마신 맥주가 될 예정입니다. :)

스텔라 아르투아... 아직까진 기회가 없었는데 언젠가 마시게 되면 지금의 대화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

저도 케이크에 중독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독 힘들었던 주간에는, 퇴근길에 한조각씩 사가곤해요.
생각해보니 주말을 시작하는 의식같은 의미로 먹는것 같습니다..!
@kimthewriter 님의 담배와 비슷한걸까요?ㅎ

힘들 때 단 거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죠. 저도 중독은 아니더라도 생각날 때마다 조각 케이크나 달달한 디저트를 찾곤 합니다. 마감에 시달릴 땐 달고 살구요ㅋㅋ

어린 시절 아버지 담배 심부름하던게 생각나네요. 처음엔 솔담배를 사다드리다가, 나중에는 88을 사다 드렸죠. 지금은 담배를 끊으셨는데... 그러고 보니 얼굴 뵌 지가 오래군요.

저도 담배 심부름 하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 슈퍼마켓이 아직도 있을까 모르겠네요. 바쁘시더라도 자주 뵈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세월이 생각보다 빨리 가더라구요. 스팀잇도 아닌데...

흡연에 이유가 필요하진 않을 것입니다.
피우고 싶다면 피우는 것이지요.
그것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이유도 필요하겠지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기호를 즐기셔도 될 듯 합니다. ^^

인간의 모든 행위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고 그것을 탐구하다 보니 제 자신의 일에도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곤 합니다. 직업병이죠ㅋㅋ

저도 술은 기분 좋을 때만 마시고
담배는 군제대 이후 끊게됬네요...
이십대때 폼으로 좀 피워 봤는데
담배는 몸에 영 맞지 않더라구요.
뭐 지금은 건강상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가끔은 회식에서 담배 피러 나가서
친목을 도모하는 친구들 보면
가끔은 다시 피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 그거 있죠. 확실히. 회사에서도 흡연자들끼리 담배탐 하면서 다지는 친목과 정보 교류... 음료 들고 꼽사리 끼어도 느껴지는 벽. 무시 못하지요. 그래도 건강이 최고...ㅠㅠ

얼마 전 친형에게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요

그냥 일반 담배처럼 생겼는데 태우지 않고 전자 기기를 통해 쪄서 피는 담배인데 생각보다 연하고 부드럽다네요.

그냥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ㅋㅋ

아이코스랑은 다르게 찐 다음에 피우는 방식인가 보군요. 아직까진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게 좋아서 당분간은 파이프를 손에서 놓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쟁여놓은 담배가 여러 통이라... 제가 피우는 양으로 볼 때 향후 몇 년은 거뜬해서요 -.-; 아무튼 추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밤 보내세요.

저도 몇년전 담배를 끊기는 했지만 파이프 멋지네요
팔로합니다~

감사합니다. jungjunghoon님의 블로그도 천천히 둘러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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