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을 벨 것인가, 가꿀 것인가-작은 습관의 힘(#143)

in #busy5 years ago (edited)

사람이란 존재는 그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권력자다. 길을 낸다고, 건물을 짓는다고 그 곳에 살던 생명들을 몰아낸다.

심지어 농사지으면서도 곡식이나 풀한테는 거의 절대 권력자가 된다. 이를테면 참깨를 심는다고 하자. 어느 걸 씨앗으로 할까. 선택부터 그렇다. 참깨 처지에서는 다 씨앗이 되고 싶을 것이다.

농부에게 ‘선택’된 참깨만이 씨앗이 된다. 나머지는 먹을거리로 사라진다. 씨앗으로 뿌린 참깨가 싹이 나면 그 다음에는 솎아주기를 한다. 너무 빼곡하면 수확이 크게 준다. 어느 걸 남기고, 어느 걸 솎을 것인가. 사람 마음과 손끝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풀을 베는 것도 그렇다. 요즘 논두렁 밭두렁 풀베기가 한창이다. 예전에 나는 곡식이 아닌 풀은 다 없애버리는 식이었다. 그나마 요즘은 조금 여유가 있어 풀을 골라가며 벤다. 들꽃 가운데 특별하다 싶은 풀은 살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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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는 풀이 백선이다. 꽃이 참 예쁘다. 예전에 무차별적으로 풀을 벨 때는 이런 풀이 있는지, 이런 꽃이 피는지를 몰랐다. 그러다가 한적한 산길에서 핀 백선을 발견. 꽃이 하도 탐이 나서 한 포기 캐다가 집 가까이 심었다. 그런데 살지 못하고 죽었다.

알고 보니 우리 집 둘레에도 여러 포기가 자생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다음부터는 들꽃 가운데 몇 가지는 살려두려고 한다. 엉겅퀴, 둥굴레, 쑥부쟁이...

나는 이렇게 곡식과 들꽃한테 권력자다. 권력이 있을 때, 권력을 제대로 누리자면 늘 감사하며 또 조심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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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정화가 되는 기분이네요. 글의 분량도 딱 적당하니 틈틈이 잘 읽고 있습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백선 처음 들어본 들 꽃 다행스럽게도 살려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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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드문 들꽃입니다.

원래 땅의 주인은 이들이지요.
사람이 마음대로 차지하고
필요한 식물을 가꾸고 있을 뿐...

그러게요^^

잡초도 꽃병에 담아 놓으면 아름다움 그 자체가 되죠.
농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두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보기 나름인 거 같아요

70년대 아부지 따라 논두렁에 있는 잡초를 낫으로 온종일 쳐냈는데요. 돌아보니 제게도 당한자가 많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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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일하며 자랐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일반 잡초들도 그 생명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백선이라니 이름 참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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