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하루

in #kr6 years ago

하루 @jjy

하루해가 참 맥없이 지나간다.
하지 지나고 한 달이니 해도 짧아지긴 했겠지만 오후가
지나면서 어느새 햇빛이 달라진다.

앞집 유리벽이 전해주는 연한 금빛이 심상치 않아 재빨리
스마트폰을 들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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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이른 봄 못자리를 위해 갈아엎은 논처럼 길게
고랑을 이룬 노을이 보기 드문 빛깔이다.

마치 찻물이 우러나듯 연한 노랑물이 번지는 하늘은 오늘을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같다.

더위에 지쳐 늦은 저녁 먹을 일이 악몽 같았다.
아침에 먹으려다 못 먹고 냉장고로 들어간 반찬 줄줄이
불러내 차리는 식탁이 그나마 없는 입맛을 몰아낸다.

20180729_193422.jpg

하는 수 없이 냉장고에 있던 수박을 쪼개고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까서 캔 맥주를 하나 따서 자리에 앉는데 창밖이
훤하다.

오늘이 보름날도 아니고 수퍼문이 뜬다는 예보도 없었는데
달이 휘영청 밝다. 어제 새벽 보고 싶던 개기일식을 놓치고
아쉬워했더니 이렇게 밝은 달을 보여주는 거라고 우겨본다.

저녁 무렵엔 노을이 마음을 사로잡더니 밤이 되니 밥도 못
먹겠다고 늘어진 나에게 수퍼문으로 뜻밖의 위로를 받는다.

여러 가지로 하늘 인심이 좋은 날이다.
기왕 인심 쓰는 김에 시원하게 한 소나기 내려주면 더 없이
좋으련만

20180729_193536.jpg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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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감상하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지내세요.

하늘 마음은 참 넓어요.
사람들이 많이 배우고 닮아야할 텐데^^

하늘을 닮은 마음
감히 흉내내기도 어렵지요.
우러러 볼 지언정

좋은장면을 담으셨네요. 무더위 건강조심하세요.

그래도 밤에는
조금 상쾌해 진 느낌입니다.
푹푹 찌던 날 보다

하늘과 구름이 참 좋네요~ 시원하게 좀 퍼부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보는 요즘입니다^^

비가 이렇게 기다려지기도
드물지요.
더위를 씻어주면 좋겠습니다.
농작물도 비를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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