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미용실

in zzan5 years ago

오늘 오전 미용실 예약을 했다.
머리 손질을 할 때가 지났는데 지난 번에 마음에 안 들어서 일부러 머리를 조금 길렀다. 컷트도 해야 하고 염색도 해야해서 부지런히 서둘러 약속시간에 도착했다.

우선 길게 자란 머리를 다듬고 염색을 한다. 집에서 염색을 할 때는 팔도 아프고 염모제가 여기저기 묻기도 했다. 또 고루 발라지지 않아 얼룩이 생기기도 했다. 그것도 보이지 않는 곳이면 그냥 지나가는데 꼭 보이는 곳이 그렇게 되어 신경이 쓰였다. 미용실에 맡기니 편하고 좋다.

염모제를 바르고 앉아있으니 옛날 생각이 난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시골 미용실에 가면 머리를 하는 사람도 많아서 기다리다 시간이 가기도 했다. 그것도 안 되면 그냥 집으로 와야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 항상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동네에 미용사가 출장을 나오기도 했다.

동네에 미용사가 온다고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아주머니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머리를 한다고 해야 빠마라고 하는 곱슬곱슬한 파마였고 스타일은 하나 같이 똑같은 쇼컷트였다. 넓은 대청마루가 이동식 미용실이 된 것이다. 미용사가 자리를 잡고 그 앞에 머리를 하는 사람이 앉으면 그 주변을 둥글게 앉아 기다렸다. 닭뼈 같은 기구에 머리 끝을 대고 비닐을 조각을 대고 돌돌 말아 고무줄로 엮었다. 기리고 머리에 비닐로 된 헐렁한 수영모 같은 모자를 쓰고 기다렸다.

한 사람 머리를 하고 나면 자동으로 물러 앉고 그 자리에 다음차례가 앉는다. 대여섯 명이 비닐모자를 쓰고 앉으면 그사이 중화제라고 하는 물약 같은 것을 발랐다. 그리고 또 삼십분 정도 기다렸다 풀고 각자 집에 가서 머리를 감고 왔다. 푸시시하던 머리가 곱슬거리는 게 신기했다.

머리를 하면 아주머니들만 오시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더 많이 따라왔다. 남자애들은 따라왔가 재미 없다고 금방 가버렸지만 여자애들은 자기 엄마가 머리를 할 때 옆에 바짝 붙어앉아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머리숱이 별로 없는 엄마 딸은 앞 머리에 하나 말아주면 좋아서 입이 귀까지 가며 거울을 보고 또 보며 좋아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가고 점심때가 되면 아주머니들이 집에가서 먹을 만한 반찬을 가져오고 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넓은 그릇에 밥을 비벼 먹기도 했고 여름이면 호박 부침을 하거나 감자범먹을 하기도 했고 옥수수를 찌고 참외를 따다 깎아 한 쪽씩 먹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은 배가 볼록하고 나오도록 먹으며 볼에 참이 씨를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하면 미용사도 다리도 아프고 약도 떨어지고 멀리 일 갔다 늦게 오신 아주머니는 오늘도 머리 못 한다고 아쉬워하며 돌아섰다. 지금은 미용실도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아까운 시간 미용실에 앉아 기다릴 필요도 없고 시골로 출장 나가는 미용사도 없다. 간단하고 깔끔해서 좋기는 한데 달도 별도 없는 하늘처럼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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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집에가서 머리감고 왔었군요 ㅎㅎㅎㅎ

그때는 물도 귀했어요.
지금처럼 수돗물 나오는 시절이 아니라
여름에는 다같이 개울로 가서 감고 ㅎㅎ

그때 파마약이 얼마나 독했던지 다들 머리결이 상했어요. ㅎㅎ

그래도 머리가 잘 나와야한다고
독한 냄새가 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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