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노을을 보면 떠오르는 사랑

in #kr6 years ago (edited)

노을을 보면 떠오르는 사랑 @jjy

며칠째 노을이 아름답다.
떠나는 2018년의 뒷모습도 노을 속으로 떠났고
새해의 첫 해도 노을빛을 정표처럼 남기고 산을 넘었다.

노을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일이 있다.
남녀가 서로 만나 부부의 연으로 핏줄 보다 가까운 사랑을
나누며 산다.

우리에게 알려진 다산은 실학자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가 가부장적이던 조선 시대에 한 여인과 자녀들을
사랑한 지아비요 아버지의 모습을 돌아본다.


하피첩(霞帔帖)

2005년, 수원 어느 모텔 주인이 파지들을 마당에 내놓는데
폐품 모으는 할머니가 지나가다 달라고 했다.

주인은 할머니 수레에 있던 이상한 책에 눈이 갔고
그는 책과 파지를 맞바꿨다
그리고는 혹시나 하고 KBS '진품명품'에 내놓았다.

kbs진품명품 김영복 감정위원은 책을 본 순간 "덜덜 떨렸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이었다.
감정가 1억원을 매겼고, 전전하던 이 보물은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7억5000만원에 국립민속박물관에 팔렸다.


'하피'는 옛날 예복의 하나다. 붉은 노을빛 치마를 말한다.
다산은 천주교를 믿었던 죄로 전남 강진으로 귀양을 갔다.
경기도 양평에 남았던 아내 홍씨는 남편 귀양 10년째 되는 해,
시집올 때 입었던 치마를 그리운 마음을 담아 남편에게 보냈다.
그 치마에 다산이 두 아들에게 주는 당부의 말을 쓰고
이를 책자로 만든 것이 '하피첩'이다.

다산은 치마 한 조각을 남겨 매화와 새를 그린
족자를 만들어 시집가는 딸에게도 주었다.

"부지런함(勤)과 검소함(儉),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 나은 것이니
한평생 써도 닳지 않을 것이다"라고

어머니 치마에 아버지가 사랑을 담아 쓴 글씨,
세상에서 이보다 값진 보물이 있을까.

다산 부부의 애절한 사랑을 담고 세상을 떠돌던
하피첩은 국립박물관에 자리를 잡았다.

다산의 위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노을빛 치마에 얽힌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200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들 가슴을 잔잔하게 적신다

또 하나 눈 여겨 볼 것은 정약용·홍혜완 부부의 결혼과 사랑이다.

寄康津謫中 (기강진적중)/ 홍혜완

歲次丙寅 時維納氷 (세차병인 시유납빙)
雪上寒氣 愁心添增 (설상한기 수심첨증)
燈火怨女 耿耿不𥦤 (등화원녀 경경불매)
君別七年 相逢茫昧 (군별칠년 상봉망매)
병인년 섣달 천지는 꽁꽁 얼었는데
눈위에 한기 서리고 수심은 점점 늘어
등불아래 님 보내고 더욱 잠 못 이루어
서방님과 이별 칠년 만날 날 아득하여라.

이토록 절절한 사랑이 다산의 손에 전해졌다.
나이 마흔에 생이별을 했던 부부는 거의 환갑이 다 되어서야
재회한다.

1818년 9월 유배가 풀려 고향에 돌아간 다산은 여생을 부인과
해로하다가 1836년 2월 22일, 혼인 60주년 회혼례 날 세상을 떠난다.

다산보다 한 살 많았던 부인 홍씨는 그로부터 2년 후인 1838년 남편의
곁으로 간다. 20년 가까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얄궂은 운명을 뛰어넘어
15세에 혼인해 75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60년을 동고동락한 부부는
다산 생가 뒷동산에 나란히 묻혀 못 다한 이승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피첩은 원래 네 첩이었으나 세 첩만 알려져 있다.
구입 당시 각 첩의 표지에 제목이 일부 남아있었지만 첩의 순서는
탈락돼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유물 보존처리를 위해 두 권의 첩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을(乙)’과 ‘정(丁)’이라는 글자를 통해 갑을병정 순으로 제작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 한 첩은 보존상태가 양호해 해체하지 않았지만 세 첩
가운데 저술시기가 가장 빠르고 본문 전체가 비단으로 돼있으므로 순서상
갑(甲)일 확률이 높다.

다산은 3년 동안 이 치마를 고이 간직했다가 1810년 하피첩을 만들고
또 3년 뒤 남은 천을 장정해 딸을 위한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를 완성
한다.
남아 선호 사상이 강했던 시절이라 아들에게만 신경을 썼을 법도 한데
매화병제도에서 은근한 딸 사랑의 면모를 보여준다.

포롱포롱 날아온 새
우리 집 매화 가지에 쉬는구나
꽃향기 짙으니
그래서 찾아왔겠지
여기 머물고 깃들어
네 집안을 즐겁게 하려무나
이제 꽃 활짝 피었으니
열매도 많이 열릴 거야

꽃망울 가득한 매화가지 위에 두 마리 새가 정겹게 앉은 그림,
그 밑에 쓰인 다정한 시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 뭉클하다.

1813년(순조 13) 7월 다산이 딸에게 그려준 《매화병제도 梅花倂題圖》에
하피첩을 네 첩 만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원래 네 첩으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지만 현존하는 것은 세 첩뿐이다.

그 중 두 첩의 서문에 각각 ‘가경 경오년 수추(首秋; 음력 7월)’과
‘가경 경오년 국추(菊秋; 음력 9월)’로 기록되어 1810년 7월과 9월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첩은 치마를 마름질하고 종이를 덧대어 만들었다.
천의 재질은 비단이나 옅은 갈색으로 변한 상태이며, 바느질 흔적도
보인다. 세 첩 가운데 한 첩의 크기는 가로 14.2㎝, 세로 24㎝이고,
다른 두 첩의 크기는 가로 15.6㎝, 세로 24.6㎝로 같다.

한 첩의 표지는 박쥐와 구름무늬가 장식된 푸른색 종이,
나머지 두 첩은 미색 종이로 되어 있다. 세 첩 모두 표지 안쪽에 붙이는
면지는 붉은색 종이를 사용하였다.

내용은 선비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가치,
삶을 넉넉하게 만들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효와 우애의 가치 등을
담고 있어 다산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서체는 전서·예서·행서·초서가 두루 구사되었으며, 행서와 초서를
섞어 쓰는 다산의 전형적인 행초서풍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서와
예서는 다른 서첩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필체이다.
2010년 10월 보물 제1683-2호로 지정됐다.

제작연대는 경오년 즉 1810년(순조 10) 7월과 9월로 그의 나이
49세 때였다.

하피첩은 우리나라 아픈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라졌다 발견됐고,
예금보험공사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파산 당시 압류했다가
서울 옥션 경매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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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y님 새해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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