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백조의 배웅

in zzan3 years ago (edited)

이렇게 오늘도 저물었다.
일 년에 한 번 뿐인 2월 22일이다. 특이하게 2자가 세 번 겹치는 날이다.

연중 같은 숫자가 세 번 겹치는 날은 단 두 번이다.
1월 11일이 1자가 세 번 겹치고, 2월 22일이 오늘이니 내년이 되어야 또 겹치는 날을 맞게 된다.

나는 숫자 2를 좋아한다. 단순한 듯 기교적이고 앞으로 숙여질 듯 하여도 균형을 잃지 않는 글자다. 예전 우리 아들을 어린 때 티브이에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1부터 0까지 숫자로 노래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따라부르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숫자를 익히도록 한 노래였다.

커다란 숫자가 쓰여진 달력을 보면서 숫자를 익히게 하는 집이 많았는데 다행이도 그 노래를 들려주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 조금 큰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엄마에게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그 노래에 1은 공장옆에 굴뚝으로 표현했고 숫자 2는 연못속에 오리라고 노래했다. 그런데 그림 솜씨가 전혀 없는 엄마가 연못속에 오리를 그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단 연못이라고 하며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다음이 문제였는데 오리를 그리지 않자 기디리던 아이가 왜 오리가 없느냐고 했다. 나름 머리를 짜낸 엄마가 대답을 했다.

오리는 연못 속으로 들어갔어

아이는 수시로 오리가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보고 엄마는 아직 멀었다고 하며 시간을 끌었다.
커피 마시자고 해서 갔더니 바로 스케치북을 내밀고 오리를 그리라고 한다. 바로 오리를 그려놓고 오리가 나왔다고 했더니 그 집 딸이 그림에 뽀뽀를 하며 좋아하던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숫자 2를 보면 우아하게 호수위를 떠도는 백조가 연상 된다. 그러나 그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기 위해 수면 아래서는 잠시도 쉴 새 없는 발놀림이 필요하다고 한다. 숫자 2도 그렇다. 위부분에 아름다운 곡선을 유지하기 위해 밑받침 흔들리지 않는 직선을 이루고 있다.

바로 우리 인간사도 다르지 않다. 번민으로 잠 못이루는 수 많은 날이 튼실한 뿌리가 되고 남모르는 눈물과 땀이 밑거름이 될 때 비로소 행복을 구축할 수 있다.

세 마리의 백조가 배웅하는 겨울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고 봄은 우리 곁으로 온다.


이미지: 다음블로그

Sort:  

그런 날이 었군요. 의미있는 날 인줄 이제 알겠습니다.

예전엔 백조클럽도 있었는데
이제는 백조 배지 다는 날을 기다립니다. ㅎㅎ

정말 2자가 백조를 닮았습니다.
역시 시인의 눈은 남다르십니다.
감사합니다.

원래 백조가 아름다워서 모두가 좋아하니까요.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오리새끼도
어느 날 백조가 되는 게 아니라 원래 백조라서 실망이었지만 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3
BTC 64303.16
ETH 3137.29
USDT 1.00
SBD 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