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곰의 자손과 가래떡

in #kr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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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자손과 가래떡 @jjy

추운 날씨에 얼굴이 발그레 진 그녀가 가방을 평상에 휙 던지듯
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뭔가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평소에는 웃는 얼굴로 인사도 잘 하는 사람이 오늘 따라 부은 얼굴로
보아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지 않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평상에 코트를 벗어 걸고 바로 평상에 앉더니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는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 미동도 않고 있어
말도 못 붙이고 나대로 움직인다. 조금 있다 맥을 모르는 사람이
자기 가방 놓을 자리가 편치 않았던지 조금 비켜 달라고 하자
얼굴을 들고 옆으로 옮겨 간다. 그새 눈은 충혈이 되었고 눈물을 닦아도
울고 난 얼굴이다.

작년 가을 차가 자꾸 말썽을 피워 폐차를 하고 새로 차를 구입하기로
했으나 하루하루 미루게 되었는데 신랑이 아침에 차를 가지고 출근을
하면 그대로 집에 묶이게 된다. 시골은 차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곳이 많다. 대중교통이 있기는 하지만 간격이 너무 길고 차타는 곳까지
한참 떨어진 곳도 있고 그나마 간격이 멀어 길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웬만해서는 차 없이 나서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래도 그냥 불편한 대로
지냈는데 설이 돌아오니 차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생겼다.

설에는 시어머니나 다른 형제들이 살고 있는 서울에서 모였다.
그녀는 떡을 하고 음식을 해서 서울에 있는 시댁으로 가서 설을 쇠는
역귀성을 했다. 일단 쌀을 20kg 한 포대를 담갔다. 그리고 남편에게
방앗간에 떡쌀을 맡겨 달라고 하니 올림픽 중계에 정신이 팔린 남편이
혼자 갔다 오면 되지 뭘 나까지 동원하느냐고 텔레비전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퉁명스럽게 한마디 뱉는다. 은근 화가 났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을 생각해서 그냥 참기로 하고 내일 아침에 조금 일찍
서둘러 출근길에 같이 가서 떡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아침에 그 얘기를 하니 남편은 무슨 떡을 얼마나 하겠다고 어제부터
떡쌀 타령이냐고 귀찮게 굴지 말라는 식이다. 어제부터 참고 있던
화가 치밀면서 저 쌀을 어떻게 들고 가겠느냐 차라도 있으면 치사하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벌써 했다고 쏘아 붙였다. 그 말에 남편은
그럼 회사 때려치우고 떡이나 하러 가느냐고 언성을 높이다 결국
밥도 안 먹고 출근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그마치 마른 쌀 20kg를
불렸으니 버스 타는 곳까지 들고 갈 수도 없고 택시를 부를 수도 없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떡을 하는 것도 싫었다.

화도 나고 혼자 설 준비해서 가야하는 자기 신세도 한심하고
이래저래 속상하고 남편하고 싸우기도 싫어 바로 나왔다고 하며
이번 설엔 떡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집에서 혼자 있고 싶다며
솔직히 말해 설 준비 안 하면 나도 힘 들 것도 없고 피곤하게
신경 안 쓰고 뭐 내가 손해야 자기네 손해지... 하고 말하는 틈틈이
남편으로부터 무슨 연락이라도 있나 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철도 없고 정도 없는 남편이 밉기도 하고 무슨 일이든
자기 손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김치 하나도 안 하고 사시는
시어머니도 점점 싫어진다고 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웃는 속이 오죽하랴 싶어 위로의 말을 건네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서라도 설은 차려야지 어쩌겠느냐며
안 좋은 마음 너무 길게 갖고 가지 말고 신랑한테 먼저 전화해서
기분전환 하라고 얘기해 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서 보면 살림도
잘 하고 아이들도 잘 기르고 재주도 많아 집도 예쁘게 꾸미고 사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사람인데 누가 곰의 자손이 아니랄까봐
정작 남편만 자기 아내가 얼마나 좋은 여자인지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남편이 조금만 마음을 써 주면 열 가지를 할 사람인데 그걸 몰라주면
서운함을 지나 상처로 남는다.

오후에 친한 사람이 전화를 해서 문 앞으로 빨리 나오라고 한다.
가래떡 뺐다고 말랑할 때 먹으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몇 가락 집어주고 간다. 떡을 맛있게 먹는데 아침에 있던 일이
떠오른다. 아무리 곰의 자손이기로 미련한 것도 유분수지 자기 조상
차례 모신다고 떡 하러 가자는 아내를 울린 남자가 아내 달래는 재주나
알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에라도 신랑하고 웃는 얼굴로 떡도 빼고
장도 봐서 명절 준비 즐겁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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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감사합니다.

참~~ 그 집에 남자가 참 눈치가 없네요. 그런 남편이랑 같이 살고 있는 여자가 보통 고생이 아니겠어요.

그것도 열 살이나 어린 여자랍니다.
업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이제 설이구나 생각이 정말 드네요.ㅎ
편안한 밤 되세요^^

손꼽아 설날을 기다리던 시절
그 때는 왜 그렇게 시간도 안 가던지
예쁜 설빔도 입고 집집마다 세배하러 다니면
어른들이 주시던 세뱃돈으로 주시던 노란 동전

같은남자가 봐도 너무하네요 ㅜㅜ 흑흑 jjy님 편안한밤되세요^^

남편도 고시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자격증을 발부하고

어째 그런일이 ~~
간이 커도 너무 큰거 아닌가요?

그 사람은 간이 너무 커서
분양을 할 지경이랍니다. ㅎㅎㅎ
그런데 악성 간이라 아무도 안 받는다네요.

곧 설이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 뭐라 할말이 없을 정도로 안타깝지만 어디 그집 사정이 남의 집 사정하고 크게 다를게 없는게 더욱 안타깝네요. 에궁!

떡 하면 나눠먹자고 아침에 가지고 나왔을 텐데
아무 말이 없네요.
여태 안 풀렸는지 몰라요.

참~~~~ 눈치 없는 남편을 두신 분이네요. 에휴. 배려를 왤케 모를까요ㅜㅜ 그분이 얼마나 고생하실까 결국 남의 가족집에 일하러 가는 건데....

한 마디로 말해서 철로 없는 것이
눈치도 없는 남자라고나 할까
예쁜 얼굴만 봐도 사랑이 샘솟을 것 같은데

이왕이면 가레떡보단 절면...그러나 가레떡도 꿀발라서 후라이팬이나 화로에 구우면...ㅋㅋㅋ

절편도 맛있지요.
금방 해온 절편 김 싸서 먹으면...
꼴까딱 !!!

조금만 상대를 생각해주면 그런일이 없을텐데요.
다들 정신이 부족해서 그렇지요.
자신의 정신세계에 높은 담을 쌓아놓고
출입문은 조그맣게 만들어 놓습니다.
분가를 했으면 자기 가정이 중심인데
배우자도 챙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부모와 형제를 챙길 수 있겠습니까.
방송이나 정규교육에서
행복한 가정 만드는 방법을 귀에 못이 박힐정도로
전달하면 좋겠네요.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듯이요^^

아내를 반려자가 아닌 공짜 도우미로 아는지
참 갑갑합니다.

하~ 여인의 운명이라니... ㅠ

옆에서 보면 안타까워요.
늘 명랑하고 발랄해서
그런 그늘이 있을줄 상상도 못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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