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저무는 하늘

in #kr6 years ago

저무는 하늘@jjy

아침부터 햇볕이 강하고 뭉게구름이 탐스럽게 피어오른다.
뭉게구름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풍요로운 느낌을 갖게 하지만 강한 햇볕
아래서는 더 습하고 진득거리는 날씨를 만들기도 한다.

너무 뜨거워서인지 간간이 차가 지나갈 뿐 왕래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한창 뜨거운 시간에는 온 동네가 영화셋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적막감마저
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하늘은 그 많은 구름을 다 어디로 보냈는지 티 없이
파란 창공을 펼치고 나는 잠시 짬에 신문을 펼친다.


지난 20일 한국여기자협회가 주최한 여기자 포럼에서 도종환 문체부장관의
인사는 한편의 시로 마무리 지었다.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이미 유명 시인인 도종환 장관은 마무리 인사를 한 편의 시로 대신했다.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의 '여유(Leisure)'라는 작품이다.

이것이 무슨 인생인가,
만약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서 양과 소의 눈길처럼 펼쳐진 풍경을 고요히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그들의 도토리를 어디에 숨기는지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이게 무슨 인생인가.
대낮에도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가득 품은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다정한 눈길과 그녀의 발이 어떻게 춤추는지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환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인가,
만약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해가 기울고 하늘은 밤이 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파란 하늘이 점점 하늘빛이 묽어지고 서서히 연한 비둘기색이 얼마쯤 지나면서
잉크가 번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차츰 수묵화에서 보는 먹빛을 닮아가면서
서서히 서쪽 하늘가에 별이 하나 돋아오고 멀리 보이는 산이 밤 보다
먼저 어두워진다. 누구도 먼저 가려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지도 않으며
차분하게 안식을 나눌 준비를 한다.

저무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Sort: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바라볼 시간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그렇게 작은 것 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 만큼의 여유가 주어집니다.

저는 가여운 인생을 살고있나봅니다;; '여유'있는 삶이 그립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여유는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도 밥 세끼 먹을 시간도 빠듯하게 생활합니다.
한 번 시작해 보세요.

고개들어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그 마저도 어려운 분들이 있으니
이 피로사회의 동지들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5
JST 0.028
BTC 60228.69
ETH 2428.23
USDT 1.00
SBD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