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어둠의 품

in #kr6 years ago

어둠의 품 @jjy

뜨겁던 태양이 서서히 어둠의 얼레에 감기기 시작하자
높은 하늘에 떠돌던 새털구름도 살구 빛으로 물들어간다.

하루의 마무리가 아름답다.
저녁노을은 아침 비라고 했는데 혹시 가까운 날에 더위를 식혀줄
소나기라도 한 차례 시원하게 내릴지 기다려진다.

해는 물러가는 순간에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는데
사람의 하루 일과는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지는 못한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그늘에서도 더워서 시원한 것만 찾은데
바로 앞 신축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 사람들이라고 더위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달아오른
철근을 만지며 하는 일이 불안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점심때가 지나서였다. 사이렌을 울리던 119 구급차가 집 앞에
섰고 누군가가 실려 가는 것 같았다.

얼마 후 듣기로는 위험한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런 날씨에
강행할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이 끝나고 모두들 떠나간
후에도 간간이 밖을 보며 바깥 동정을 살핀다.

노을도 사라진 자리에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고 어느새 거리엔
어둠이 내려앉는다.

빛을 감사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둠이 있음에 감사했던 적은
없었다. 흔히 빛은 밝음이요 정의를 나타내고 어둠은 상대적으로
죽음이나 의롭지 못함에 비유되어 왔다.

어느 날보다 힘들게 보낸 하루가 단순히 빛의 반대개념으로만
인식 되던 어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둠 속에서 휴식을
얻고 빛이 차단 된 공간에서 창조가 이루어졌음을 간과했다.

어둠이 주는 안락함 속에서 하루를 돌아보고 육신의 휴식과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고 새로 시작하는 날을 활기 있게 살아낼 힘과 지혜를
구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오후에 구급차에 실려 갔던 사람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나도 이제 어둠의 품에 묻힌다.

20171220_202321.jpg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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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품을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낮 보다 어두운 밤을 지내며
생각을 놓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지요.
무엇을 위해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도 건설현장같은 야외 노동을 하는 분들에대한 처우가 부족합니다 ㅠㅠ
하루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너무 안타깝지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린 곳 같은데
더위와 싸우며 일을 하자니
고생이 말로 다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랫만의 방문....@jjy님의 글은 여전히 마음을 울리네요^^

행복한 한주 되세요

감사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간
더위에 건강하게 지내세요.

이더위에 야외근무하시는 분들 참고생 많은 듯 싶습니다

제가 덥다는 말을 하다가도
그 분들 생각하면 덥다는 말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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