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복지, 볶지

in #kr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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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볶지 @jjy

하루하루 기온은 떨어지고 가을이 짙어간다. 하늘은 누가 닦은 것처럼 티 없이 맑고 푸르다.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덩굴만 무성하던 고구마도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고들빼기 몇 포기 뜯어 별 양념 없이 버무리면 맛도 철을 따라 온다. 부르지 않아도 가을이 오고 때를 찾아 물빛도 깊어지고 산열매도 여문다. 언제나 사람만 때를 놓치고 허둥댄다.

박스와 폐지를 주우며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호박 몇 개를 들고 오셔서 볕 좋을 때 썰어 말리라고 들고 오셨다. 바쁜 시간 아닌지 살피시며 얼굴 잊어버릴 지경이라시며 일부러 핑계를 만들어 오신 듯 해 잠시 마주 앉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들이 하나 둘 병치레 끝에 요양원으로 옮기기도 하고 하늘나라로 떠나는 와중에 가을이 오니 허전한 속마음을 슬쩍 비추신다. 외아들에 딸 셋을 두셨는데 요즘은 딸이 더 잘한다는 말도 듣기는 하지만 딸이고 아들이고 모두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고 저희들 잘 사는 것만 바라고 살아오신 할머니시다.

차츰 힘이 부치면서 곁을 지키는 자식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까지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하신다. 혼자 살면 젊어서야 편하고 좋지만 막상 힘 떨어지니 끼니 때 돌아오는 게 제일 귀찮다는 말끝을 흐리며 빈 몇 번을 우리고난 빈 종이컵을 놓지 못하고 계시다 갑자기 바쁜 사람 일 밑지면 손해라고 하시며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씩씩하게 전신주에 기대 졸고 있던 리어카를 끌고 햇빛을 향해 떠나가신다.

할머니는 가끔씩 자식들과 사는 사람들을 부러우신 속내를 비추시다가도 어느새 혼자 사는 게 속 편하고 좋다는 말씀을 일부러 힘주어 하신다. 그 힘으로 꿋꿋이 사시다가 무슨 종교 단체나 봉사단체에서 주는 음식이나 밑반찬을 자랑삼아 들고 오시기도 하고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연료비나 의료지원비를 자랑삼아 얘기로 함께 계시던 할머니들의 부아를 슬슬 긁어 놓기도 하신다.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지원이 마냥 부러운 할머니들은 그 자리에서는 별 기색이 없으시다가 막상 집에 가셔서 분풀이를 하신다. 누구는 나라에서 돈도 주고 김치도 주고 틀니도 공짜로 해 준다며 자식 보다 났다고 하시는 통에 모시고 사는 자식들이 이런 저런 말로 이해를 시키려 해도 막무가내라 나중에는 어디 골방이라도 얻어 따로 분가시키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일도 간혹 생긴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그렇게 부러워하시던 분들도 막상 나라에 빚도 많다는데 무슨 수로 다달이 삼십 만원씩이나 주느냐고 하신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주기로 한 유아수당도 그렇고 청년수당까지 그렇게 퍼주면 나라살림을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이시다. 노령연금도 올리지 말고 그대로 주는 편이 좋겠다고 하신다. 그분들이 그렇게까지 너그러워지신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금이야 옥이야 기른 손자들이 우리 때문에 진 빚에 치어 고생할까봐 염려하신다는 말씀이다.
복지, 복지 하다가 나중에 괜한 애들만 볶지...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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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복지 하다가 나중에 괜한 애들만 볶지...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당신만 아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그리고 노령 연금은 차별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저녀가 많으면 노령 연금도 많이 주고 자식이 없으면 적게 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자식이 있으면 안주고 없으면 줍니다.
노후대책이 무자식이 노후 대책이 되는 나라는 온전할수 없습니다.
세상천지에 무자식을 부러워하고 자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노인들을 양산하는 복지는 복지가 아니라 망국의 그늘을 드리우는 것입니다.

복지자체가 워낙 예민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도 그늘은 있을 것이고
그늘에 숨은 사람을 찾아 햇볕이 있는 곳으로 데려와야 하는데
햇볕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이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워 답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그냥 가끔 듣는 얘기를 옮겼습니다.
가볍게 지나시기가 걸리시는 면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평소에 사유가 깊으신 분이시니
저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 아침
좋은 하루 이루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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