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끌어안고 뒹굴다 오자

in zzan5 years ago

먼길
배 타고 왔으리라
바이칼호수 푸른 빛을 담고
하늘 찌를 듯이 자란 게 잘못이어서
꿍, 그 비탈에 쓰러졌으리라
잔가지 다 쳐내고 몸뚱만 살아서
아주 먼 길 오면서 아파했으리라
그 아픔 들판에 내려놓고 파도소리 담아왔으리라

다 참아냈으리라
재제소 톱날에 켜질 때 눈물 쏟으며
톱밥 한 줌씩에 그리움 털어냈으리라
햇빛 하나 들지 않는 그늘진 구석으로 물러앉아
먼지 쌓이도록 피를 말리며 단단해졌으리라

어느 가난한 시인 마당에서
그라인더로 한 꺼풀 목욕하고
규격에 딱 맞게 또 잘려서
방안에 모셔졌으리라
그분 책상이 되었으리라

그대
도막으로 잘려서 한없이 쓸쓸했으리라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버려지려니
원망도 깊었으리라
나는
너를
여기 월세 방으로 모셨으니 눈물나겠지만
바이칼호수 위 쏟아지던 그 별
여기도 있으니 같이 살자
솔 향기 풍기며
나랑 같이 살자
커피잔 끌어안고
촛불도 켰으니 잘살아보자
나랑 눈 맞추고
살아보자 입 맞추고
첫날밤
먼 길
배 타고 같이 가자
바이칼호수 푸른 파도 건너서
하늘 찌를 듯이 자라던 그곳에 가서
꿍, 그 비탈에 끌어안고 쓰러져보자
같이 뒹굴다 오자
사랑한다, 사랑한다
콩알콩알, 그 하늘에 뿌려 놓고 오자

2021.12.8. /@Jamislee 이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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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hon pohon itu ditebang dari hutan

바이칼 호수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거기
푸른 별 한 줌 호수에 뿌리고
그 곁에서 겨드랑이 남실거리며
호수의 심연에 잠든 영혼을 깨울
아리랑을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느 날에는...

한 편의 시를
댓글로 달아놓고 가셨군요
마음은 바이칼호수
그 물결에 부서지는 별빛
아리랑 한 곡조
들려오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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