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혹은 부업의 추억1- 내 삶의 흔적을 찾아가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last year (edited)

알바 혹은 부업의 추억1- 내 삶의 흔적을 찾아가다

image.png

"카카이벤트 덕분에 연작으로 글을 쓰며, 내 삶을 되돌아봅니다. 고맙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나는 가난한 평창군 대화면 대화5리 산골에서 장손으로 태어났습니다. 사형제의 장남이 되었습니다.
1960년대 산골은 모두 가난하였습니다. 배를 곯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굶지 않기 위해 돈이 되는 것은 무었이든지 해야 했습니다.
학교갔다 오면, 소를 끌고 나가 풀을 먹여야했습니다. 산에서 약초를 캐고, 버섯을 따고, 강에서 고기를 잡고, 자갈을 모으고... 한 푼이라도 돈이 되는 것은 모두 팔아서 먹을 것을 사야 했습니다. 겨울에는 나무를 해서 장작을 지게에 짊어지고 가서 팔아야 했습니다.
국민학교 학생이 이런 일을 했으니, 지금의 눈으로 보면 아동학대이지요. 하지만 돈벌이가 유일한 놀이였습니다.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최고의 짭잘힌 수입이 생기는 날은 오일장이었습니다. 우전거리에서 과일을 팔았고 ‘장소’를 먹였습니다. ‘장소’란 소를 팔려고 장에 가지고 나왔는데, 팔리지 않아 그대로 우시장에 매어 놓는 소입니다. 소를 굶기지 않고 다음 장날까지 풀을 베어다 먹이면 최고의 수입이 생겼습니다. 아마 제가 중학교에 갈 수 있었던 경제력은 어머니와 함께 약초를 캐고, 장날 우전거리에서 과일을 팔고, 장소를 먹인 것이 큰 보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는 원주로 이사해서, 원주 대성중학교와 원주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머리 빡빡 깎고, 대학입시 준비하는 관계로 문과 특수반이었던 나는 자정까지 학교에 감옥처럼 갇혀 살았습니다. 알바 혹은 부업은 할 수 없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기울어 교육대학을 갔습니다. 79학번은 참 불행한 시대를 관통하는 세대입니다. 12.12와 사북항쟁, 80년의 봄, 광주혁명,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시간의 한복판은 늘 어수선했습니다. 대학교 정문은 탱크가 지키고 있었고, 툭하면 휴학이었습니다. 공부는 물 건너 간 시대였습니다.
춘천의 서점 알바, 새벽 콩나물 배달 알바, 막노동 판에서 일했습니다. 춘천의 석사동과 거두리를 도는 콩나물 배달 알바를 2년간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배달하고, 저녁이면 수금을 했습니다. 배달하면서 가게 주인들로부터 온갖 서러움 많이 받았습니다. 졸업할 때, 학생이었다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는데, 제 손을 잡고 못되게 한 가게 아줌마들이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학생이라고 말하지...”
“......?”

1980년 그 당시 춘천에는 클래식 전원다방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탱크가 지키는 학교를 들어갈 수 없는 가난한 청년은 판돌이 생활(DJ)을 했습니다. 많은 문인들을 만났습니다. 이외수, 김성동, 최돈선, 전상국... 석우문인회, 바람문학회... 그 시절 문인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이외수 형이 저를 끔찍히 여겼는데, 제 시를 읽고 밥을 사주곤 했습니다. 저는 DJ박스 안에서 음악을 들려주고 시를 쓰는 청년이었습니다. 시가 학보에 실리면서 원고료로 처음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 돈이 생긴다. 가난한 젊은이에게 영광의 순간은 아니었지만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계속)

Posted using SteemPro Mobile

Sort: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 감사히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벤트 덕분에 추억을 소환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글을 씁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거겠죠.
저도 저금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때 그 시절 춘천의 삶은 짙은 안개 속이었습니다.

오.... 재미나요.
다음편 기다립니다.

재미있다니요. 훅시 베이비부머 시대입니까. 우리 젊은 날은 무시무시하게 가난했습니다.

제 시대는 감히 겪어보지 못 한 내용들이네요

재미스리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라서 그러지
더 집중도 잘 되고, 공감도 되면서, 무언가 느껴지는 글인 것 같습니다 🙂

다음 편도 기대됩니당 ㅎㅎㅎ
(드라마 보는 듯한 느낌 'ㅡ';;;ㅋㅋ)

암울한 시대, 탱크 앞에 무기력한 청춘이 할 수 있는 건, 사랑밖에 없었습니다. 81년생 아들이 태어나게 되는 알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29
BTC 66989.78
ETH 3524.32
USDT 1.00
SBD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