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조마조마한 밤이 지나고

in #kr6 years ago (edited)

hodolbak2.JPG

내리치는 번개와 천동소리에 눈을 떴다.

둘째와 막내를 재우며 살짝 잠이 들었나 보다.
아이들을 재우려다 내가 먼저 잠이 들고는 하는데 그러다 잠이 깨면 항상 잠은 저멀리 달아나 버리고 만다.

그제 부터 시작된 비가 오늘은 더 맹렬하게 세를 과시하고 있다.

퇴근 무렵 계속 울려대는 재난안전메시지로 인해 서둘러 전화를 돌렸다.


* * * * * * * * * * * *


5월 어느날 아침!
동생으로 부터 온 카톡에는 뒷 집 축대가 무너져 집마당으로 흘러내린 사진이 하나 놓여있었다.

며칠 계속되었던 비로 인해서 새벽녁에 뒷 집 마당의 1/3 가량이 축대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자다가 '꽝' 소리에 놀라 나와보니 뒷 집 축대가 무너져 내렸단다.

50여년이 넘은 오래된 주택에 벽돌로 지어진집이라 집으로 밀고 들어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나 다행히 어느정도 마당쪽으로 흘러내려 벽을 밀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무너져 내린곳이 바로 부모님이 계시는 안방쪽이라 자칫 큰일이 일어날 뻔 했다.

그래도 육안으로도 느껴질만큼 안방벽이 안으로 휘어졌었다.

퇴근을 하자마자 본가에 들려 상황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
화가나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저 윗집을 오고가며 벌어진 일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어찌되었든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앉아 있다 집으로 돌아왔다.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과 동네이기도 하고 건너편에 이루어지는 재개발 현장의 공사충격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사후처리에 있어 다행히 아버지가 재개발현장의 발파와 공사등으로 구청과 건설사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셨던 것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보상을 바라고 하신 것이 아닌 크랙등으로 인해 진짜 문제를 제기하셨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한달후에 있을 지방선거가 빠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표가 무섭긴 무섭나 보다 선거때를 제외하고는 볼 수 없는 양반들이 당을 떠나 얼굴을 드밀고 해결의 의지를 보인 것을 보면 말이다.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일이다.

좁은 계단식 골목에 층층히 위치한 집들이다 보니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복구공사를 하다 보니 꽤 오랜시간이 걸려 복구가 이루어졌다.
여름이 되기전 공사가 완료되었으나 충분히 다져질 시간이 없다고 생각이 들다보니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오면 걱정을 놓을 수 가 없다.

동네에서 현재 부모님이 사시는 구역만 재개발을 못하고 있다.
여러번의 재개발시도 끝에 각자의 이익다툼으로 무산히 되고 현재는 그저 떠나지 못한 자들만 남아있는 형국이다.

아마 서울에서 오래된 동네중에 하나일 것이다.
언젠가 부터 드라마상에서 오래된 동네나 못사는 동네의 배경을 삼을때 자주 등장하게 되더라.

초등학교 1학년때 이사간 후 현재까지 살고 있는 본가!
당시 부모님은 지금의 건너편 동네로 가고 싶어하셨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금의 집을 사고 싶어하셨단다.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의 뜻대로 현재 집에 머물러 아직까지 40여년 가까이 터를 지키고 있다.

건너편 동네로 갔으면?? 꽤 많은 돈을 손에 쥐었을 것 같다.

며칠전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주택조합하나가 들어왔나 보더라.

좋은 조건에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털고 떠나셨으면 좋겠다.

오래된 터를 떠나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떠날때가 된 것 같다.

아니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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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울먹이는 전화를 받았던 것은 2011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며칠간의 폭우가 끝난 바로 다음날 아침이었다.

파주에 계시는 장인어른이 새벽녘 범람한 하천을 피해 신발도 신지 못하신채 간신히 몸만 피해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처가로 나오셨단다.

장인어른은 파주에서 염소를 키우시면서 건강원을 하고 계시느라 장모님과는 따로 떨어져 계신다.

회사에 사정 얘기를 하고 바로 파주로 갔다.

장인어른이 계시는 곳은 폭이 약 20여미터정도되는 하천 바로 옆인데 그 이전에도 여러번 수해를 입어 하천옆으로 꽤 높은 둑을 쌓아놓았다.
왠만한 폭우가 와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높이인데 뜻하지 않게 하천이 범람을 해 둑을 넘어왔다.

위쪽에 다리하나가 있는데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와 나무들로 인해 다리의 교각사이가 막혀버려 하천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다 장인어른이 계시는 가게쪽으로 범람을 해버린거다.

물이 빠지고 남은 곳은 처참하기 이를대가 없었다.

조금은 다행일까 가게가 약간 움푹패인곳에 위치하다보니 범람을 한 하천이 고여있다 빠져나간 것 같은데 휩쓸고 지나가는 위치였다면 피해는 더 말할 수 없었을 거였다.
그래도 휩쓸고 들어온 힘으로 무너진 몇 몇 벽들도 보였다.

가게바닥과 거주하시는 곳의 방들과 앞 길은 쓸려온 흙더미와 뻘들로 인해 종아리까지 흙더미가 쌓여서 들어가기 조차 쉽지 않았고 함께 떠내려온 쓰레기더미들도 군데군데 쌓여있었다.

물이 빠져나간지 채 반나절이 되지 않았을 듯 싶지만 더운 날씨로 인해 슬슬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가게로 들어가기 위해 한사람이 발을 디딜만한 곳의 흙더미를 퍼내는데만도 힘이 들었다.

대면한 장인어른은 그래도 덤덤하시다는 듯 바쁜데 뭐하러 왔냐 인사를 건네셨고 나는 딱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장인어른은 뭐하나로도 건질만한게 있는지 집기들을 물로 씻고 계셨다.

벽에 남아있는 물이 들어찬 흔적을 보니 내 키만큼 물이 찼다가 빠져나갔나 보다.

새벽녘 다리 위쪽에서 물이 조금씩 넘어와 들어차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중요 물건들을 챙겨놓고 염소나 개들 우리도 다 열어놓고 차를 빼려고 하는 찰나에 물이 밀고 들어와 간신히 몸만 빠져나오셨다고 한다.
참 신기한게 동물들이 재난을 빨리 감지한다고 하더니 장인어른이 챙기기도 전에 벌써 지붕에 다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흘간의 휴가를 더 내고 수해복구를 해나갔다.

폭우는 그쳤지만 간혹 쏟아지는 빗줄기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만 보는 시간이 때때로 이어졌다.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게 많이 없구나.

쌓여진 쓰레기와 흙더미들은 근처 공병대에서 나와 수습을 해주었다.
참 감사할 따름이다.

군대에 있을때 대민지원을 나가는게 오히려 편하고 했었는데 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또한 군대에서도 읍사무소에서도 방역을 자주 나왔는데 수해복구 현장에 있다보니 전염병등의 질병방지를 위해 왜 방역에 그렇게 힘쓰는지 알게되었다.
하루가 지나니 몸이 간질간질 하기 시작했는데 여러가지 것들이 더운날씨에 방치가 되다 보니 쉽게 부패해지고 사람에게도 그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며칠간의 수해복구가 모두들 큰탈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뭐 눈에 보이는 것만 마무리 되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손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매번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마음을 졸이게 된다.

이제 여든이 되어 가시는 장인어른을 볼 때 이제 그만 손을 놓으실 때도 된 듯 싶다.

가끔 우리에게 아쉽고 아깝다는 말씀을 하시며 그럼에도 여전히 손을 놓지 못하고 계시는데 그게 장인어른의 전부이시기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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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odolbak (호돌박) 입니다.

어제도 조금 비가 내리더니 이제 완전히 비는 그친 것 같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불금과 주말보내시라고 날이 맑게 개었습니다.^^

맑은 날과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항상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임:
멋진 대문을 제작해 주신 @kiwifi 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일상이야기에도 자연휴양림이야기에도 모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대문이 있는데 그건 오늘 내일 꼭 사용할게요^^
어떤 대문인지 이웃분들도 기대해 주세요^^

비도 왔고... 힘들일도 이제는 추억이고... 또 평창으로 이사가신 @rokyupjung 님 이웃이 문세 형님이라고 해서..

빗속에서 - 이문세

비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모습 생각해
이룰수 없었던 그대와 나의 사랑을 가슴깊이 생각하네
온종일 비맞으며 그대모습 생각해
떠나야 했나요 나의마음 이렇게 빗속에 남겨두고
흐르는 눈물 누가 닦아 주나요 흐르는 뜨거운 눈물
오가는 저 많은 사람들 누가 내곁에 와줄까요
비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모습 생각해
이룰수 없었던 그대와 나의 사랑을 가슴깊이 생각하네

흐르는 눈물 누가 닦아 주나요 흐르는 뜨거운 눈물
오가는 저 많은 사람들 누가 내곁에 와줄까요
비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모습 생각해
이룰수 없었던 그대와 나의 사랑을 가슴깊이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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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장인어른도 시끔하셨겠어요...
그래도 든든한 아들과 사위가있으셔서 다행이네요 ^^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엔도 장인어른계신 곳은 너무 비가 많이와서 배수가 좀 안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무사히 넘어갔지만요~

오늘은 해가 떴습니다.... 주말에는 날씨가 좋았으면 하네요..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

네 오랫만에 맑은 해를 보네요^^
다판다님도 즐거운 금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아무 피해 없으신거죠?ㅠㅠ
글만 보아도 제 일처럼 걱정이 됩니다...
오늘은 날이 좀 맑아진거 같은데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올해는 피해가 없습니다.^^
장인어른도 그 이후로는 피해가 없으시고요.
그래도 비가 많이 오면 걱정이 되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ㅎ
감사합니다. 파치아모님^^
파치아모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요몇일도 여기저기 물폭탄이 내렸다고 하여
걱정이 되더라구요ㅜ 적당히 적셔주면
좋으련만 퍼붓고 가네요~

그러게요 딱 가뭄이 해갈될 정도로만 바랐는데 좀 심하게 왔네요~~

오래된 주택이면 아무래도 비오고 그러면 걱정되쥬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이예요..

문세옵뽜가 평창으로 이사갔나요?? ㅎㅎㅎ
오래전 콘서트에서 씐나게 놀던때가 생각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문세형님 노래는 너무 좋죠^^
@rokyupjung 님 바로 옆집이랍니다 ㅎㅎㅎ

오늘 대문도 멋진데 내일은 어떤 대문일지 기대가 되네용!
날씨가 오늘처럼 계속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kiwifi 님이 참 능력이 좋으십니다.
다음대문도 기대해 주세요^^

저도 예전에 아빠가 재개발 된다고 해서
이사갔다가 한 5년 고생하고 이사나왔던
기억이 ...그 후로 10년 쯤 지나 재개발
되었더라고여 ㅠ 힘내세요 ㅠㅜ

재개발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남일같지 않아서 감정이입하고 단숨에 읽어내렸습니다! 어릴때 조금만 비가 많이 온다싶으면 둑으로 올라가 천이 범람하는지 늘 주시했던 기억이나네요.
집에 물이차서 비싼가전들은 윗집으로 옮기고 밤새물퍼냈던 기억까지 ㅎㅎ 퍼내고 또 퍼내도 도로아미타불! 수재민 보상도 받아보고 아찔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

아이고 힘든 추억이셨네요.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일 것 같습니다.
저역시 그때를 생각하면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먹먹하네요.

올해는 피해가 없으시다니...다행이예요^^
비 피해 입으신 분들도 빨리 복구가 되야 될텐데 말이죠 ㅠ 이번 폭우 넘 무서웠어요...

감사합니다. 일럭님!
일럭님도 얼른 마음 추스르세요^^

전 어제로 손절 끝~ 이예요 ㅎㅎ

뜬금없이 갑자기 쏟아부어서... 진짜 생각지도 못하게요 ㅠㅠ

그러게요 너무 퍼부었습니다 ㅠㅠ

진짜 ㅠㅠ 저는 비오는 날이 너무 싫어하다보니...ㅠㅠ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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