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감나무이야기

in #dclick6 years ago (edited)

옛날에 초딩시절 국어책에 나오는 개구쟁이 이항복에
대한 일화를 읽은 적이 있었지요..
대장간 앞에 뜨겁게 달군 못을 던저 놓아 소년 이항복을
골려준 이야기 였었는데요 오늘은 감나무 잎은 다 떨어지고
감나무에 감이 주렁 주렁 달린 가을날
이항복에 대한 감나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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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나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마침 가을이라 가지마다 탐스럽게 주렁주렁 잘 익은 감을 매달고 있었다.
그런데 감나무는 옆집과 경계를 이루는 담에 바짝 붙어 있고 또 가지의 대부분이 담 너머로 넘어가 있어서
소년은 감이 먹고 싶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달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소년은 그래서 하인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감이 먹고 싶어. 저 감 몇 개만 따 줘."
소년의 말에 하인은 기겁을 하듯 손을 내 저었다.
"안됩니다요, 도련님."
"안되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도련님께선 감나무 가지가 어디로 넘어가 있는지 몰라서 그러십니까?"
"그걸 왜 몰라. 나무 가지가 저쪽으로 넘어가 있으니까 너한테 부탁하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더 안된다는 겁지요. 저 감은 저댁 사람들이나 딸 수 있지, 소인네들은 손도 댈 수가 없습니다."
"손도 댈 수가 없다니. 못 따게 한다는 말이냐."
"담 너머로 넘어간 가지는 자기네 것이라고 따지 못하게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구나. 감나무는 분명히 우리 감나무가 아니냐?""예.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우리 감을 우리가 따는데 누가 못 따게 한다는 말이냐?"
"도련님은 저 댁에 누가 사시는지 몰라서 그러십니까?"
"나를 바보로 아느냐? 옆집에는 우찬성 권철 대감께서 사시고 계시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그래서 소인들은 그 댁 하인들에게 감히 따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하인들의 설명으로는 옆집에 우찬성 대감께서 살고 계시는 만큼 그보다 한 계단 직급이 낮은, 참찬 벼슬을 지낸 대감을 모시고 있는 자기들 처지는 그 댁 하인들이 아무리 부당하게 나와도 달리 대처할 길이 없다는 그런 얘기였다.
"그래서 소인들이 감에 손을 댔다가는 어김없이 몰매를 맞게 됩니다요.""아니, 저런 못된 사람들이 있나…"
하인들의 설명을 듣고 잠시 마당을 서성이던 소년은 급히 대문께로 향했다."아니, 도련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가서 따져야겠다."소년은 단걸음에 옆집으로 달려가서 소리를 질렀다."이리 오너라."잠시 사이를 두고 청지기가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대감마님을 뵈러 왔다. 나를 대감마님께 안내해라."
"아니,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대감마님께 여쭐 말이 있느니라."
청지기는 대감이 거처하고 있는 사랑방으로 소년을 안내했다.
"대감마님. 옆집 이참찬 댁 도련님이 대감마님께 여쭐 말씀이 있다고 왔습니다."
"그래? 어서 들라 해라."
대감의 허락이 떨어지자 소년은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소년의 두 손은 어느새 불끈 쥐어지고 완강하게 다문 입술이 초롱초롱한 눈을 더욱 빛나게 했다.
청지기가 저만치 물러나기를 기다려 소년은 다짜고짜 불끈 쥔 한쪽 주먹을 장지문을 향해 힘껏 내뻗었다.
"아니?"
옆집 아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대감은 갑자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장자문을 뚫고 팔하나가 쑥 들어오자 적지 아니 놀라며 주춤 뒤로 물러 앉았다
"무엄하구나. 이게 무슨 짓이냐?"
대감이 큰소리로 꾸짖었다.
"용서하십시오.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여쭐 말이 있으면 들어와서 말을 하면 될 일이지 이런 버릇없는 장난이 어디 있느냐?"
"대감마님. 그럼 여쭙겠습니다. 지금 방으로 들어가 있는 제 팔이 누구의 팔입니까?"
"이 녀석아. 그거야 네 팔이지 누구의 팔이란 말이냐?
"이게 어째서 제 팔입니까? 대감마님의 방안으로 들어가 있으니 대감마님의 팔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방안으로 들어와 있기로서니 네 팔이 내 팔이 되겠느냐?"
"분명히 말씀해 주십시오. 제 팔이 틀림없습니까?"
"암, 틀림없고 말고."
"그렇다면 저 밖에 있는 저희 집에서 넘어온 감나무 가지는 누구의 것입니까?"
"그야 당연히… 너희 집 감나무가 아니겠느냐…"
대감은 그제서야 소년이 자기 집에 온 까닭을 알아차렸다.
버릇없이 장지문 안으로 팔을 들이민 까닭 또한 알게 된 대감은 내심 크게 감탄을 했다.
`음, 녀석. 장난꾸러기로만 알았더니 보통내기가 아니로구나.'
마음속으로 사뭇 감탄을 하고 있는데, 또랑또랑 다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가지에 매달린 감은 누구의 것입니까?"
"그 감도 물론 너희 집 감이지."
"그렇다면 저희 집 감을 저희 집 마음대로 따는데 어찌하여 대감마님댁 하인들은 감을 못 따게 하는지요."
소년의 따지는 품은 여간 야무지지 않았다.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차근차근 따지고 드니 비록 지위가 높고 식견이 넓은 대감이었지만 달리 항변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음, 그런 일이 있었더냐?"
"아니, 그럼 대감마님께서는 그 일을 모르고 계셨습니까?"
"하인들이 하는 일이라 잘 모르고 있었구나."
"대감마님께서 그렇게 책임이 없는 말씀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책임없는 말이라…"
"대감마님께서는 손으로 무엇을 잘못하셨다면 그것은 손이 그런 것이지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그것이 말이 되느냐? 내 손으로 한 일이면 곧 내가 한 일이지…"
"그렇다면 지금까지 제가 드린 말씀에 대한 잘못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대감마님 댁 하인을 부리는 분은 대감마님이 아니십니까?"
"그야 그렇지."
"그렇다면 곧 하인들은 대감마님의 손발이 되어 대감마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까?""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 말씀이 맞다면 대감마님께서는 설마 손발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않으시겠지요?"소년의 이 말에 대감은 그만 말문이 막히면서 "오, 필시 나라에 크게 쓰일 인물이로다." 하고 내심 크게 끄덕였다.
"음, 알겠다. 내가 단속을 잘못해서 그리 되었으니 모두 내 잘못이다.
그러니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마. 이제 되었느냐?"
"예, 대감마님.""그러면 이제 그만 팔을 빼고 이리 그만 들어오너라."
소년은 그제서야 팔을 빼고 방안으로 들어가서 대감에게 공손히 절을 했다."대감마님. 저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허허허. 잘못은 내게 있었다고 하지 않았더냐?"
대감은 유쾌하게 웃으며 새삼 옆집 아이를 살폈다.
번듯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넓은 이마와 그 아래 자리잡은 오똑한 콧날, 그리고 고집스런 입술…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더없이 건강해 보이고, 초롱초롱 반짝이는 두 눈에서는 총기가 넘쳐흘렀다.
소년이 돌아가고 나자 대감은 혼자 중얼거렸다.
"개구장이 기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무릇 사내 대장부라면
어려서부터 저런 기백과 기상을 함께 지녀야 하느니… 정말 장차 크게 쓰일 인물이로다."소년의 이름은 이항복(李恒福).그의 나이 여덟 살, 1563년 가을 어느 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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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의 민법은 "수지 목근의 제거권이라 하여
그 소유자에 대하여 가지의 제거를 청구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청구에 응하지 않은때에는 청구자가
그 가지를 제거 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접지의 수목 뿌리가 경계를 넘을 때에는 임의로
언제나 제거 할수 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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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에 감 딸사람이 없어 떨어져 버려지는 것도 많답니다.

오..
너무 높은데 있어서 그렁가요?...ㅎㅎㅎ

사진 너무 예쁘네요♪디클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옆집 나무가 우리집으로 넘어 오면 무조건 자르면 안되고 일단 잘라라고 요구부터 해야하는군요.

글쵸..
먼저 청구를 하고...안하면
직접 제거 해도 됩니다 ㅎㅎㅎ

감이 아주 탐스럽게 열렸네요
수지 목근의 제거권이란 말을 처음 알았네요 ㅎㅎ

ㅎㅎㅎㅎ
민법에 나와 있어요..
경계및 담장에 관한 법률에서요^^*

ㅎㅎ 유명한 일화지요 . 깨알 상식 감사해요^^
마지막 사진 너무 풍성합니다.
^^

ㅎㅎㅎ
즐거운 휴일 잘 보내세요^^*

훔쳐 먹는 감이 더 맛있어요 ㅎㅎ
고등학생 때 강릉에 감서리 하러 갔던 일화가 있죠

이렁..
강릉 까지 감서리를 가요?

^^ 보클하고 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휴일 좋은시간 되세요

보클하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이젠 법률상식까지.......ㅎㅎ
실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정보네요^^

ㅎㅎㅎㅎ
글쵸...
어떨땐 옆집에 아주 울창 한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낙엽은 다 집안으로 떨어지면
좀 안좋을 때가 있어요 ㅎㅎㅎㅎ

오성과 한음...
이항복이 한음이었나요???

오성은 이항복이죠
경주이씨 국당공파...
한음은 이덕형이죠 ㅎㅎㅎㅎㅎ
낼은 오성과 한음 이야기 하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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