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응모작 | 수필 | @flrodiasnail | 말 한마디, 글 한구절에 울고 웃는 우리네의 삶이란 별 거 아닐지도 모른다.

in #zzan5 years ago (edited)

이달의 작가 응모작

장르 : 수필
응모자 : @floridasnail
제목 : 말 한마디, 글 한구절에 울고 웃는 우리네의 삶이란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저는 글을 잘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 생각이나 느낌을 노래나 그림, 춤의 예술로 나타낼 수 있는 재주도 전혀 없습니다.
그저 마음 속으로 되새김질하며 살아갑니다.

일요일 오후... 오랫만에 자유롭고 여유롭게 스팀짱의 피드를 따라 내려갔다가 올라갔다를 하며 게으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wonsama 님의 잡설) 나를 위한 삶인가 가족을 위한 삶인가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일까, 가족일까...
전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일했고 또 바쁨을 즐겼고, 편찮으신 엄마를 한국에 두고도 미국행을 택했었습니다. 내가 잘 사는 게 효도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배경으로 하고 말입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엄마부터 행복해야 된다는 개똥 철학으로 '난 베타 맘이야' 라는 자부심 비스무레한 자만심으로 아이들을 방목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도 내가 잔소리를 안해야 나도 잔소리를 안듣는다는 황금율을 믿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래, 난 그런대로 잘 살고 있어 하고 자신을 위로, 다짐하고 글을 나옵니다.

또 피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naha 님의 이달의 작가 응모작 | 시 부문 | 나 다시 태어나도 네 엄마 할거야 응모작이 보입니다.
ZZAN 의 운영위원이니까 응원해줘야지 하는 맘으로 들어갔다가 엄마의 사랑 고백 시에 가슴이 찡해서 답글도 달아봅니다. 1분전까지만 해도 함께 했던 베타맘의 자부심이 파도에 모래성 쓸려가듯 저멀리 사라져버리고, 나도 우리 아이들의 엄마로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말이 절대 안나옵니다.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나도 사춘기 소년들의 엄마가 된 건 처음인데...

이제 그만 점심 먹어야지 하고 무심히 글목록으로 돌아왔다가 @dozam 님의 [독서잡기]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글 제목이 눈에 확 하고 들어왔습니다.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다는 제목만으로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습니다. 글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이 말입니다.
엄마는 26년을 투병하시다가 4년전에 저 세상으로 다시 가셨습니다.
수차례의 대 수술, 방사선 치료, 그 후 후유증으로 뼈 괴사, 인공 뼈 수술, 암 전이, 장기 입원 등 아마 병원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본 것 같은 환자였습니다.
그땐 마지막이 될지 몰랐지만..., 그때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덜 후회되게 했을텐데... 아쉽기도 하지만, 돌아가시기 일년 전에 다행히 한국에서 엄마와 시간을 잠시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통증으로 고생하시면서도 진통제 한알 드시지 않는 엄마에게 농담 한마디 했습니다. 엄마와 친구같은, 버릇없는 맏딸이니 할 수 있는 농담입니다.

"엄마, 이번 생은 그냥 꽝이라고 생각해~ 그냥저냥 살다 간다고~ 다음 생애에는 더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에이, 왜~~ 얼마나 운좋고 행복한 삶이었는데~ 아빠같은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받고 살았지, 너희 셋 같이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 둬서 학부모 모임에도 얼마나 목에 힘주고 어깨펴고 갔었는데~ 지금도 너희들 다 잘살고 엄마한테 이렇게 잘해주고, 더 이상 어떻게 좋아~"

엄마 앞에서 울지 않을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는 저였기에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엄마 떠난 수년 후에 바보같이 글 한구절에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예전에 방송 등에서 나이 많으신 분들이 수십년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움에 눈물 짓는 것을 보면 '세월이 지나면 무뎌지지 않나...' 하고 의아해했던 어리석은 저였습니다.
말 그대로 세월이 흐를수록 더해지네요...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노트북 앞에서 키보드 치면서 혼자 잘 놀던 아내, 엄마가 갑자기 엉엉 우니 세 남자가 득달같이 달려옵니다.
왜? 왜? 왜? 무슨 일이야?
어딘가에 털이 날 지도 모르는 걱정도 잊어버리고 웃울며 세 남자에게 다짜고짜 따집니다.

'자기는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거야?'
'하늘, 바다! 너희는 나중에 다시 태어나도 엄마가 너희 엄마였음 좋겠어?'

'당연하지, 난 당신 없으면 다시 안태어날거아'
'You're so weird... but yeah...'
'Sure, why not~'

글 한구절에 울고 말 한마디에 웃는 우리네의 삶이란 별 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닌 다음에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용서하지 못할 것도, 미워할 것도 화낼 것도 슬퍼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자유롭고 여유롭게 살다 가야겠습니다.


덧붙임 :
참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거 오랫만이네요...
그럴려고 시작한 건 아닌데, 다 쓰고 나니 zzan 이달의 작가 공모 이벤트 의 활성화를 위해서 참가자 수를 늘리는데 하나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필이라 부를 수 있을지 부끄럽지만, 제가 작가 공모 이벤트 참여의 문턱을 낮추어 드릴 수는 있겠습니다.
글 올려놓고 창피함에 후다닥 사라졌다가 저 아래 피드에서 사라질때쯤 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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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dolbak님이 floridasnail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hodolbak님의 [ZZAN댓글이벤트]감사&하루노트 - #0005 - 2019.07.08

...ub>
futurecurrency
오늘은 저녁때 운동을해야겠습니다~몸이 처지니^


floridasnail맛있는 비빔국수 만들어준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bluengel
마음 짠해지는 오...

글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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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ㅠㅠㅠㅠ

smongo님이 floridasnail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smongo님의 오늘도 스팀짱과 스팀몬스터와 함께~ 오늘은 17.5 스팀~

녕하세요, 스몬 게임하는 floridasnail의 스몬고 smongo 입니다.
쉬는 일요일입니다.
오후 4시 토너먼트는 스팀짱 때문에 못잔 새벽잠을 만회하기 위한 낮잠으로 패스하고 6시 토너에 참여했습니다.
참여자가 적어서 첫 ...

멋집니다 저도 연관 포스팅을 둘러보고 갑니다~^^

자유롭고 여유롭게 살다 가야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이 말은 참 우리가 원하는 삶인데 전 그게 그렇게 힘드네요.
가끔은 훌훌 던져버리고 싶을때가 많네요
다 던져도 가족과 함께 하는건 못 던질것 같네요
다음 수필도 기다리겠습니다.

아마 전생에서도 인연이였을거에요
그리고 다음 생에서도 인연이겠죠^^

Hi @floridas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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