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낭만일기] Are U Ridi?

0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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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한 벽면에 결국 광희작가님 페도라 안착쓰!


매우 바쁘지만 어머님(L군의 어머니) 생신을 놓칠 수 없어 양해를 구하고 오늘은 늦게 출근하기로 했다. 내가 좋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그날따라 대화도 재밌고, 음식점의 음식도 너무너무 맛있고, 케이크도 수박도 커피도 먹고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 어머님이 내가 오니 집안에 활기가 돈다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따뜻한 눈빛으로 말해줘서 더 힘이 났다.

비록 잠을 얼마 자지 못해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에너지가 뿜뿜 차올랐다.


어제 두시쯤 잠들었는데, 느슨하게 기획하고 '그냥 하자고' 휘뚜루마뚜루 잡아 놓은 릴레이 북토크의 일정과 비용, 대략의 내용을 채워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메뉴개발과 인테리어에 골몰하느라 프로그램을 생각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것들을 생각하게 되더라.

급하게 미리 섭외해둔 작가님들과 한 명씩 통화를 하면서 일정과 가격을 픽스해달라고 떼를 썼다(불쌍한 척 하면서) .뭐라도 채워넣어야 하는 상황인데다가 내 맘대로 채워넣기도 어려워서 피치못하게 갑자기 가제를 생각해달라고 애원도 했다.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매우 황당,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평소 내게 호의와 애정을 지닌데다가 꽤 관계가 두텁고 신의가 쌓인 분들이라 불평이나 불만을 나타내기보다는 응원과 칭찬, 기대를 말해주셔서 많이 고맙고 미안했다.

돌아가는 길에 한 작가님께서 '아 그래서 결국은 기획도 홍보도 제가 해야하는 걸까요?'라고 묻는 카톡에 정신이 확 들었다. 아니라고는 말했지만 사실상 짐을 덜어주지도 않고 사실상 해드리는 게 거의 없었다. 아무런 대가없이 도움의 손길을 꽉 잡아주신 고마운 작가님들인데, 제대로 일하고 있지 않다는 기분이 들어 너무 미안해졌다. 피곤함이나 시간이 없음 같은 건 내 사정이니 변명이 안 된다. 일단, 월요일날 만나서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며 전체적인 컨셉에 대해서 함께 논의해보기로 급 결정하고, 집에 오자마자 나름 북토크 가제도 정하고 방향도 제시하고 구글 문서에다가 차곡차곡 정리해서 공유해드렸다. 계좌도 신청도 내가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고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이렇게 말하고나니 굉장한 죄책감에 시달린 것 같지만, 미안함과 죄책감은 아주 잠깐이었고 너무너무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라 신나게 재밌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작업했다. 잘 하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그래도 그래도 함께이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니 끝까지 즐겁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거란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너무 다행이다. 무슨 복이야 :D


토요일엔 아마 어머님 댁에 들렸다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뭘 했는지 모르겠다. 찍어 놓은 사진이 거의 없고 기억은 이미 날아갔기 때문이다.

아마도 프로그램에 관해서 이야기했던 것 같아.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채널을 일원화 하기로 하면서 라라님의 심적 부담이 더 커졌다. 스마트스토어에서 프로그램 신청을 받고 정산도 모두 라라님이 책임지기로 했다. 나는 할 일 많은 라라님을 대신해서 어차피 관리의 영역이고, 그런 일을 잘 챙기는 편이니 내가 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마법사님은 칼같이 라라님이 하는게 좋겠다고 정리해버렸다.



라라님은 결연한 얼굴로 알겠어요. 해볼게요. 라고 비장하게 대답했다.

많은 걸 했지만, 해야할 게 아직도 많았다. 가오픈은 겨우 이틀 남았다. 나는 물론 모두가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다고 느낀 하루였다. 앞으로 두 달 간 우리가 잘 버틸 수 있을까? 함께 하니 힘이 되지만 매번 이렇게 다 같이 달리면 몸이 못 버틸 것 같다고 느꼈다.

특히나 우리 젠젠님은 저녁도 먹지 못하고 야밤까지 일을 하느라 너무 배고팠다고, 나와 라라님은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젠젠님을 다그쳤다. 결국 지하철 입구 근처 편의점에 잠깐 들러 삼각김밥 사 먹는 불땅한 젠젠님 ㅠ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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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밤은 평일 주말 없이 뜨겁더라고요... 통근버스 지옥체험 중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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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예쁘면 기분이 조크든요 >_<

어제는 푹 잤다. 내가 안스러웠는지 마침 스케줄이 없는 L군이 장충동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이 날 하늘이 너무너무 예뻐서 기분이 엄청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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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L군만큼 빠른 속도로 답변을 보내주신 쿨한 판매자님 감사합니다!



가는 길에 당마에서 봐두었던 하얀 철제 책장도 픽업해갔다. 라라님의 빠른 결정과(맘에 들면 라라님은 고고고!라고 외친다) 내 친구보다도 더 빠른 당마 마스터님의 칼답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도 짐을 꽤 들고 왔다. 출발 전 다이소에 들러 내가 갖고 싶던 잇템들을 사왔다. 화장실 슬리퍼, 계란뒤집개(곰손이라 나무 주걱으로 못 만듦), 집에서 털어온 아크릴 장갑과 소독제, 안 쓰는 걸레들, 페이퍼커터(일명 종이작두)

도착해서 신나게 신명나게 정성을 다해서 진심으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 양말 벗어제끼고 슬리퍼신고 짐 다 들어내고 바닥 쓸고 곰팡이 제거제와 소독제를 탈탈 털어 변기도 온갖 손잡이도 세면제도 마구마구 청소했다. 묵은 때들이 지워지지 않아 집에서 쓰는 화장실 세제를 사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L군과 함께 왔다 사실 조차 잊고 틀어박혀서 성에 찰 때까지 화장실 청소를 했다. 아 너무나 뿌듯해. 사실 보던 첫날부터 들어가서 화장실 청소하고 싶었는데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짜릿해, 바로 이 순간이야.

혼자 너무 뿌듯해서 라라님과 젠젠님께 오늘 꼭 화장실 가보라고 당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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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버전 파니니, 메이플 시럽으로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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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이 샐러드! 이름이 너무 귀여워!



내가 화장실 청소에 미쳐있는 동안 라라님과 젠젠님이 시식용 동글이 카프레제 샐러드와 버섯 파니니를 만들어주셨다. 거의 우리 가족같은 빠박작가님은 오늘도 출근중, 파니니를 먹어보고 마요네즈 소스와 메이플 시럽 소스 중에 뭐가 더 나으냐고 물으니, 뭐가 더 나은지는 중요하지 않고 마요네즈든 메이플이든 쳐발쳐발해서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리고 L군을 처음 본 빠박님은 조용히 내게 와서 '남편 잘 생겼네.'라고 말했다. '저랑 닮지 않았어요?'라고 물으니 '아니 하나도 안 닮았어. 남편이 더 예쁜데?' 라고 칼답을 하셨다. 사실 L군은 눈동자가 아주 크고 사슴 같다. 흑. 그 말을 전해주니 L군은 당연하다는듯 아주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 확실해 이상해. 마가 낀 게 틀림 없어.


라떼 우유거품 스팀 만들기 맹연습 하루에 두 통씩 우유 축내기, 우유가 아까웠던 우리는 남은 우유로 리코타 치즈니 커피 스프레드니 만들어 보려고 애썼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젠젠님의 노동을 착취하게 된 우유 거품 연습. 그래도 연습하니 점점 나아져서 자신감이 붙는다. 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L군에게 라떼, 바닐라 라떼를 만들어주니 맛있다고 했다. 우리 커피 진짜 맛있다, 특히 라떼가!

또 메뉴에 없는 고물표 시그니처 플로링 라떼(일명 미쿠바노라떼)를 만들어주니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L군도 마지막엔 드링킹 하더라. 후훗. 뿌듯해

오후 8시 반까지 각자 다들 알아서 미친듯이 일했다(역시 사진도 기억도 남아있지 않다) 세세한 세부사항들이 정하지 못한 채로 남아있었다. 젠젠님의 어떻게든 되더라라는 말이 내게 위안을 주었고, 그 두분의 카페 두레 이야기를 떠올리면 우리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겨났다. 우린 뭐든 잘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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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날이 프로젝트 끝나기 전 마지막 flex의 날일지도

마무리를 짓고 오늘은 마법사님이 회를 쏘시기로 했다. 주말인데도 횟집은 꽉차있었다. 간신히 자리를 확보하고 도다리세꼬시와 광어 연어를 주문했다. 마법사님이 아마도 20세기 여름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기 전에 하는 마지막 회식일지도 모른다고 건배를 하며 말씀하셨다.

주종을 뭘로할까 고민하던 그들이 소맥을 선택하자 나는 많이 드시지 말라고 엄마처럼 잔소리를 했다. 다행히 그날은 아무도 만취하지 않은 채 담백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게 앞에 있는 횟집 회는 진짜 진짜 맛있다. 반찬도 회도 매운탕도 모조리. (근데 우리 그날 무슨 얘기했지요? 광희 작가님의 좋은 소식 말고는 기억 나는 게 하나 없네요....;;)


p.s. 이제 다음은 가오픈이군요, 앞으로 최대한 1~2일에 한 번씩 쓸 예정입니다.
매일 마구마구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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