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야"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야"
강의 때마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전공 교수님이 한 분 계셨다. 도대체 왜 책을 안 읽니... 너희 나름 대학 다니는 지식인 아니니?... 한탄하듯이 말하면 우리는 입을 모아서 "과제가 너무 많아서 읽을 시간이 없어요! (=그러니 과제를 줄여주쇼!) 하고 대답하곤 했다. 그럼 교수님은 게으른 자식을 보는 부모의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니들 그거 다 핑계인 거 알지? 세상에서 제일 말이 안 되는 소리가 '시간이 없다'란 말이야! 시간은 늘 있어!"
솔직히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나는 나름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는데도 그 말을 곱게 들어먹질 못했다. 일단 교수님이 내주시는 과제가 정말 너무 많았다.... ㅠㅠ 게다가 갓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은 노는 게 제일 좋다 노래하는 뽀로로와 같은 존재가 아닌가? 밤늦게 술 먹고 놀 시간은 있어도 책 읽을 시간은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러다 중간고사가 끝날 무렵... 문제가 생겼다.
당시 나는 집에서 대학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통학생이었다. 보통 친구들이랑 노느냐 늦은 시간에 지하철을 탔는데, 그날따라 무슨 변덕인지 수업이 끝나자마자 역으로 향한 거다. 나중에서야 이게 얼마나 엄청난 실수였는지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다가올 운명을 모르는 나는 마냥 집에 갈 생각에 흥겨운 채로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리고 교수님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
그순간 나는 뒤돌아내려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하고 얼른 옆칸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이미 교수님이 나를 발견한 후였다. 그는 반가운 얼굴로 "너도 이거 타냐? 왜 한번도 못봤지?" 하고 내 옆자리에 당당히 엉덩이를 붙였다.
그렇게 (나 혼자) 뻘쭘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알고보니 교수님도 나와 같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시는 거였다 (교수님... 차는요...?ㅠㅠ) 보통 내가 늦게 타거나, 교수님이 늦게 타거나 해서 시간이 맞지 않아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거다. 정말 지독한 우연이었다.
뻘쭘한 얼굴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나를 특유의 ~아이고 이를 어쩔꼬~ 표정으로 바라보던 교수님이 문득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ㅇㅇ요..." 조심스럽게 대답하니 교수님은 "아니 그렇게 멀리 다녀?" 하고 놀라더니 "그럼 이 시간에 책을 읽으면 되겠네!" 라며 뜬금없는 결론을 냈다.
"네...?"
"이 시간 버리지 말고 뭐라도 읽어. 수업 끝나면 확인할 거다?"
"네....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교수님이 그냥 한번 던져본 말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로 교수님은 수업이 끝날때마다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넌 책 읽었냐! 뭐 읽었냐!" 하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는 전공 교수였고, 당장 지금 학기가 끝나도 다음 학기에 또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다음 학기에도 역시 나를 보면 "너 책 읽고 있지! 뭐 읽냐!" 물었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몇 번 더 마주치기도 했다.
신입생이었던 나는 교수님이 참 어려웠고, 그의 질문에 대답해야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내 '없는 시간' 쪼개서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또 이게 생각보다 할만 했다.
시간을 내려고 하니 의외로 시간이 나는 거다.
특히 지하철에서 책 읽는 건 보람도 있고 핸드폰 배터리를 축내서 몇 시간 뒤 꺼진 핸드폰을 들고 슬퍼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 지하철 내에서 읽은 책은 내 한달 독서량의 세 배였다.
'시간은 늘 있다...' 교수님의 말이 그제야 와닿았다.
최근 지하철에서 다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그 이후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작은 문고판 책들을 가방에 넣어다니는게 습관이 됐다.
사실 나는 자기계발서에 흔히 나오는 '시간을 효육적으로 써라'라는 말과 틈 없이 짜인 계획표를 숨막히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혹은 해야만 할 때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진 않기로 했다.
시간은 늘 있다. 지금도 그렇듯이.
훌륭한 교수님이시네요. 시간은 늘 있죠.
항상 시간 없다는 핑계는 묘하게 설득이 되기도
하면서 속으로는 절대 동의하지 못하는 말이에요.
반성.. 많은 시간을 무엇하는 데에 쓴 것일까요..
스티밋? 카톡? 멍때리기? 글쎄요
무엇을 하는 데 쓰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이 궁금해지네요
그쵸 저도 오늘 시간을 많이 허투루 쓴 것 같아 서럽네요
자기만의 방은 오래전에 읽어서 내용을 다 까먹고 있었거든요
문고판으로 다시 읽었는데 무척 좋았어요 :)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잌ㅋㅋ아이고 교수님.. 이야기가 넘재밌네여ㅎㅎ
재밌는 교수님이세요 ㅋㅋㅋ 저를 무진장 괴롭히셨지만... ㅠㅠ
짜투리 시간들이 생각보다 많죠! 잘 활용하시게 됐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자기만의 방은 저도 읽어보려고 했던 책인데 곧 읽어야겠어요. 저도 핑계는 대지 않으려고요 ㅋ
시간 활용은 여전히 잘 못하지만 그래도 책 읽을 시간은 곧잘 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자기만의 방... 꼭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문장들도 많고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줘서 좋았어요:)
저도 최근에 자기만의 방 읽었는데 반갑네요 :> 팔로우하고 가요!
앗 저두 무척 반갑습니다! 맞팔 할게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교수님이 엄청 재밌으시네요 ㅋㅋㅋㅋ
ㅋㅋ교수님... 엘리트 학자 느낌이 뿜뿜하는 분이셨어요 본인이 무척 머리도 좋고 공부도 좋아하셔서 학생들을 무척 안타까워하셨던... 얼굴에 어이고 이것들을 어찌할꼬... 이런 생각이 너무나 잘 드러나셨던 분이세요ㅋㅋㅋㅋ
교수님이 나름의 방식으로 알뜰살뜰 챙겨주셨네요ㅎㅎ
저도 일상에서 열심히 책을 읽으려 하고 있어요. 조만간 북스팀 태그로 스티밋에 포스팅도 한번 해야겠네요!
@dorable 님의 글도 기대할게요~
그러게요 그땐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와선 좋은 기억으로 남았네요 :)
북스팀 기대할게요!
지하철이 은근히 책이 잘읽히죠...ㅎ
어처피 매번 끊어 읽게 되는 데 지하철이 은근 독서환경에 쾌적..하더라구요 (출퇴근 제외)
그쵸 특히 장시간 타야할 때는...
집에 있으면 다른 할 일들이 늘 생겨서 오히려 방해가 되나봐요 ㅋㅋ
지하철에서는 그나마 읽을만 하지요~ 버스에서는 어지러워요~~ ㅋ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장점이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죠.. 가즈앗!!
그렇죠 지하철독서가 이동시간에 가장 효율적인 일이라고생각합니다 저또한 ㅎㅎ
지하철이 없는동네에 사는게..현실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