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온실가스로서의 CO2의 역할에 대해 과학적인 이견은 없다

in #kr-science6 years ago (edited)

이번 글을 쓰게 된 발단은 @sd974201 님이 쓰신 지구온난화의 원인 CO2 콘크리트로 흡수 글에서 시작됩니다.

글 자체는 흠잡을 데 업습니다.
시멘트의 제조 및 사용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한다는 내용은 중요한 내용이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내용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러한 사실로부터, 엄청난 시멘트를 쏟아부어 만드는 핵발전소가 이산화탄소 발생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에 쓰일 수 있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글의 내용과는 별개로 몇 몇 분들이 "CO2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논란이 있다"라는 댓글을 주셔서 그에 대한 내용을 다뤄볼까 합니다.

팩트1: 각 분자는 특히 잘 흡수하는 복사(radiation)에너지의 고유 파동이 있습니다.

분자가 특정 파장의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말은, 전자렌지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전자렌지는 물 H2O가 잘 흡수하는 특정 파장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기기입니다. H2O에 흡수된 파장 에너지는 운동에너지나 열에너지 등으로 바뀌게되죠.

팩트2: 지구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복사(radiation)에너지는 크게 2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태양 복사 에너지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 자체에서 발산되는 지구 복사 에너지입니다.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물리법칙은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흑체복사의 법칙"입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물체의 온도가 발산하는 복사에너지의 파장을 결정합니다. 6000K가 넘는 태양은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상대적으로) 짧은 파장의 빛을 내보내며, 평균 288K (15도C)에 해당하는 지구는 (상대적으로) 긴 적외선 영역의 빛을 내보냅니다.

팩트3: 온실가스 (Greenhouse Gas)는 가시광선에는 잘 반응 안하지만 적외선 영역의 빛을 잘 흡수하는 기체를 말합니다.

Screen Shot 2018-06-14 at 3.34.06 PM.png
위 그림에서 왼쪽 빨간 선은 대기권 밖에서 관측되는 태양복사의 파장별 에너지 강도이며, 빨간색 면적은 실제 지표면에 닿는 파장별 에너지입니다. 선과 면의 차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대기중에서 흡수되거나 반사되었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구복사의 경우, 지표면 온도가 다양하므로 여기선 3가지 선이 그어졌습니다. 검은색은 210K (-63도C), 파란색은 260K (-13도C), 그리고 보라색은 310K (37도C)의 경우입니다. 그리고 파란 면적은 평균적으로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나가는 지구복사의 파장별 에너지입니다. 지구복사는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대기에 가로막힌다는 걸 알 수 있죠.

팩트4: 온실가스는 대기 온도와 지표면 온도를 증가시킵니다.

흔히 얘기하는, 농사짓는 비닐하우스 안이 겨울에도 따뜻한 것과 같은 원리 입니다. 그래서 온실가스라는 이름이 붙었죠. 지구 대기에 온실가스가 하나도 없고, 들어오는 태양복사 에너지가 그대로 다시 지구복사 에너지로 방출된다면 지구 평균 온도는 약 -18도C 정도입니다. (물리시간에 한 번씩 계산해보셨죠? ^^)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는 지구 평균 온도 증가로 이어집니다. (물론 수증기와 생물권 등 온도와 온실가스 중간에서 간섭하는 인자들이 다양하여 모든 걸 아우르는 현상을 단순한 수식으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팩트5: 이산화탄소 CO2는 온실가스의 대표주자 입니다.

Global Warming Potential (GWP)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잠재력 정도로 번역하면 될까요. GWP는 CO2를 1로 했을 때, 다른 온실가스들이 같은 농도일 경우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산한 수치입니다. 이에 따르면 메탄(CH4)는 약 30, 그리고 아산화질소(N2O)는 280정도 입니다. (출처: https://www.epa.gov/ghgemissions/understanding-global-warming-potentials) 이 말은 이산화탄소보다 더 효율적인 온실가스들이 있다는 건데, 왜 이산화탄소가 대표주자일까요? 그 이유는 대기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월등히 많기 때문입니다.
ppm이라는 단위로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300 정도인데, 메탄은 2보다 작으며 N2O는 거의 알아보기 힘든 수준입니다. 그래서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의 대표주자입니다.
그리고 위 그림을 보시면 수증기 water vapor 역시 지구 복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대기중의 수증기는 존재 시간 (life time)이 대략 9일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9일 정도면 수증기가 비로 떨어지는거죠. 비 일부는 또 금방 증발하구요. 그리고, 그렇게 때문에, 수증기는 인위적인 농도 조절이 거의 불가능입니다. 그래서 수증기는 온실가스의 예외로 보고 있습니다.

소결론: 그래서 위 사실들을 조합하면 이산화탄소의 대기중 농도가 증가하면 지표면 그리고 대기 온도도 증가합니다. 여기까지 과학적 이견은 없습니다.


이제 @sd974201님이 언급하신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제목은 "Global warming preceded by increasing carbon dioxide concentrations during the last deglaciation 지난 해빙기에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라오는 지구 온난화"이며, 인용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Shakun et. al., 2012, Nature 484, 49-54, doi:10.1038/nature10915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0915

제가 보기에, 이 논문이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은 그림 2와 관련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원래의 그림 정보를 가져오겠습니다.

a, The global proxy temperature stack (blue) as deviations from the early Holocene (11.5–6.5 kyr ago) mean, an Antarctic ice-core composite temperature record42 (red), and atmospheric CO2 concentration (refs 12, 13; yellow dots). The Holocene, Younger Dryas (YD), Bølling–Allerød (B–A), Oldest Dryas (OD) and Last Glacial Maximum (LGM) intervals are indicated. Error bars, 1σ (Methods); p.p.m.v., parts per million by volume. b, The phasing of CO2 concentration and temperature for the global (grey), Northern Hemisphere (NH; blue) and Southern Hemisphere (SH; red) proxy stacks based on lag correlations from 20–10 kyr ago in 1,000 Monte Carlo simulations (Methods). The mean and 1σ of the histograms are given. CO2 concentration leads the global temperature stack in 90% of the simulations and lags it in 6%.

위 그림 상단 a에서, 파란선은 지구 평균 온도라 추정되는 값 (proxy), 빨간선은 남극 얼음층에서 복원한 온도정보, 그리고 노란 점들은 대기중 CO2 농도입니다. 그리고 LGM은 Last Glacial Maximum, 즉, 지난 마지막 빙하기 한창때를 말합니다. 하단 b는 CO2 농도를 기준으로 남반부 (Southern Hemisphere) 온도 (주황색), 북반부 온도 (푸른색), 그리고 지구 전체 평균 온도 (회색)를 가지고 Lead-lag correlation을 계산한 결과입니다. 점선 기준으로 왼편은 온도가 CO2농도를 선행하고, 오른편은 CO2 농도가 온도를 선행합니다.

위 그림을 보면 확실히 남극 근처 남반부 온도는 CO2보다 선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반부는 CO2가 선행하고 있죠. 이건 어떻게 해석 가능할까요? 논문의 본문 한 부분을 인용해봅니다.

This finding suggests that CO2 was not the cause of initial warming. We return to this point below. Nevertheless, the overall correlation and phasing of global temperature and CO2 are consistent with CO2 being an important driver of global warming during the deglaciation, with the centennial-scale lag of temperature behind CO2 being consistent with the thermal inertia of the climate system owing to ocean heat uptake and ice melting15.

쉽게 말해서, (남극 근처에서 시작된) 해빙기 시작의 주 원인이 CO2는 아니다. 하지만 이후 CO2 농도가 해빙기동안 지구 전체 온난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정도로 파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즉, 결론은, CO2 농도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아직) 이견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견이 있다면 이런 거겠죠.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 추세로 계속 증가할 때, 50년 후 지구 평균 온도는 지금에서 정확히 몇 도가 올라갈까, 2도? 3도? 4도? 이 부분은 수많은 요인들이 얽힌 복잡계인 지표면/대기 환경에서 계산을 통해 도출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다양한 옵션으로 가동하여 통계적 처리를 통해 예상되는 범위를 추측하고 있죠. 그래서 나오는게 IPCC 보고서이구요.
Global_Warming_Predictions.png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a/aa/Global_Warming_Predictions.pn g
레전드에 보이는 이상항 약자들 각각이 세계 여러 기관들의 기후예측 모델들입니다. 각 모델마다 세팅과 계산 방법이 다르니 어떤게 정확하다 말하긴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예측되는 범위는 알 수가 있죠.

그리고 아래는 CO2 농도의 시계열 Time Series 그래프입니다.
509px-Carbon_Dioxide_800kyr.svg.png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1/11/Carbon_Dioxide_800kyr.sv g/509px-Carbon_Dioxide_800kyr.svg.png
위 네이쳐 논문의 LGM이 20kyr 정도였잖아요? 그 부분은 바로 위 그림에서 오른 쪽 끝부분 (0 바로 왼쪽)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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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soo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soosoo님의 [Link & List] “한쿡세계시민” 38차 (57 Steemers)

...
chaelinjane 뉴질랜드
Ddayoung 영국 dj-on-steem워싱턴 DC, 미국 donkimusa 남캘리포니아, 미국
...

감사합니다 ㅎㅎ 저의 글에 좋은 의견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산화탄소가 핵발전소까지 연관이 있게 될줄이야 생각도 못했네요 ㅎㅎ 리스팀해갑니다^^

zorba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8/6/14]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enerva 뉴욕 dj-on-steem/td> DC 근교 hello-sunshine DC

전문가의 이런 글,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

제가 전공 관련하여 글 쓴게 이번이 두번째인데, 둘 다 무언가 반박하기위해 작성하게 되었군요 ㅎㅎ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즐겁게 잘 보았어요. 800만년 전이면 인류와 침팬지가 갈라져 나올 무렵이군요.
공룡 시대 이전부터 광합성으로 축적해온 탄소 에너지를 짧은 시간에 집중 배출하고 있으니 그래프가 납득이 돼요. 거대한 이스터섬이 될 수 있겠어요. ㅠ

생물이 처음 출현하기 이전에는 이산화탄소가 공기중에 엄청 많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겠어요. 지금은 화석으로 땅 속에 잡아두고 있으니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은 것이고, 예전엔 매우 뜨거웠을 것이라고 말이죠.

네, 맞습니다. 사실 40억년 전 지구의 모습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일이나 식물이 번성하기 전까지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같은 분자들이 지금보다 농도가 훨씬 높았으리라 생각하고있죠.
저 그래프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사고가 미치다니 평소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사고 훈련을 하고 계신지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칭찬이 과하세요.. ㅠ. 부끄러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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