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02.20 Sat

in #kr-diary5 years ago

...

"여보, 이 문서 좀 봐봐. 숫자가 좀 이상해."

"어떤 문서?"

"내가 전에 안줬나? 구글 드라이브에서 공유할게."

"그래. ... 그런데 공유된 문서를 어떻게 보지?"

내 드라이브에 공유된 문서가 안보여서 두리번 거리다가 왼편 메뉴에 "Shared with me"라는 단추를 발견했다.

'흐음.. 이런게 있었네. 왜 몰랐지?'

한편으론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론 구글이 종종 이것저것 바꾸기에 그러려니 했다.

들어가보니 가장 위에 새로 공유된 문서가 있었다.

볼 일을 다 보고 나니, 그동안 나에게 공유된 다른 파일들에 눈이 갔다.

'이건 뭐지? 어건 또 뭐야?'

분명 당시엔 일이 있어 받은 문서일텐데, 지금보면 너무나도 낯선 것들이 태반이었다.

하나하나 정리하다가 가장 밑에 도달했다.

2010년 X월 X일에 공유된 XYZ모임 주소록이었다.

'XYZ 모임이라. 정말 오랜만이네.'

XYZ 모임은 대학 학부시절 과 안의 작은 소모임이었다.

이과 대학이었는데, 소모임 주제는 영화였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우리 소모임에는 과에서 변두리 인물들이 모여들었다. 내가 1학년 때, 2학년 선배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으니 나는 나름 창립 멤버였고, 5년이 안되어서 내가 군대다녀온 후 곧 해체되었다. 내 대학 생활의 절반을 차지한 모임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해단식으로 만난 마지막 모임에서, 담담한 척 했지만 사실은 구슬펐던 느낌이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선하다.

주소록을 펴 보았다. 내 위 학번 선배 4명부터 내 밑으로 4학번 아래 후배까지 도합 20명도 안되는 이름들이 보였다. 각각의 이름으로부터 떠오르는 그들의 얼굴, 당시의 모습, 같이 갔던 여행과 엠티, 그 외 여러가지 일화들... 그동안 내 뇌 속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몇 년을 지나왔는데, 이렇게 갑자기 이름을 인지하는 것 만으로 여러 기억들이 샘솟다니 신기하면서도 먹먹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지냈구나. 여기 기록된 이메일로 단체 메일을 보내서 요새 소식이나 좀 물어볼까?'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머뭇거림으로 바뀌었다. 그냥 "궁금함"이 어떤 행동을 촉발하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를 먹은걸까. 마음 한 구석에선 연락할 이유를 찾고 있었다.

'연락해서 뭐하지? 10년만에 다시 연락해서 할 말이 있나? 아니 그 전에, 나에게 추억인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내가 추억일까?'

추억의 대상이 사람이기에 어렵다. 물건이라면 그 물건의 마음을 신경쓸 일 없이 꺼내봤을테고, 영화나 음악이었다면 주저없이 틀어봤을거다. 그러나 상대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며, 그 정확한 생각을 알 길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필시 내 추억속에 박제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진 않겠지.

나이를 더해가며 같이 늘어나는 것이 눈치이고 두려움인가 보다.

문득 아이유의 팔레트 노래가 떠오른다.

I like it, I'm 45
날 좋아하는 거 알아
Oh, I got this, I'm truly fin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I like it, I'm 45
날 미워하는 거 알아
Oh, I got this, I'm truly fin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뭐 어찌되든 이메일이나 보내보자.
기쁘면 응할 것이고, 싫으면 무시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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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노래 가사를 살짝 바꾼 게 하나의 포인트였는데, 아무도 지적 안해주셔서 섭섭...

괜잖아 라서 ^^ 아닐까요?
읽기 쉬운 잔잔한 글이 좋네요~ 종종 들릴게요 *

할까말까 고민되실 때에는 하는게 답입니다ㅋㅋ

저는 오랜만에 연락이 오면 참 반갑습니다. 그리고 항상 먼저 이야기합니다. "오랜만에 뜬금없이 연락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연락해줘서 고맙다고."

어쩜 그리 사려깊은 멘트인지, 저도 써먹어봐야 겠습니다 ㅎㅎ

결국은 추억을 소환 하셨군요. 더 즐거운 추억이 있으실겁니다. xyz 다시 뭉치실수도... . ๑ᴖ◡ᴖ๑

음... 과연... ㅋㅋ
(그럴 사람들이었으면 이미 진작에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ㅎㅎ 다들 좀 소극적이라..)

저도 얼마전 핸드폰 바꿨을 때, 10년전 주소록이 동기화 되서 ㅋㅋㅋ 친구한테 연락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또 몇 주전 여의도에서 중학교 동창을 만났었는데 인사 안한게 좀 걸리기도 하네요 ㅋㅋㅋ 모임 친구분께 답장이 오면 오랜만에 이야기 꽃이 피겠군요 ㅎㅎ

음... 과연... ㅋㅋ (2)
(이메일로 이야기꽃이 필 수 있을 지 심히 의심되네요 ㅎㅎ)

저는 혼자만의 추억에 잠겨 있다가 연락할까? 번거로운데 말자... 이쪽을 택했을 겁니다.
내성적이거든요. ㅋㅋ

저도 글을 저리 썼지만 아직 연락 이멜은 안보냈습니다. 결심 크게 하고 보내야죠. ㅎㅎ

오랜만에 연락하면 다들 반가워할 듯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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