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게 사는 거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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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먹는 것의 중요성을 몰랐다. 한창 때는 노는 데 정신이 팔려 밥을 굶기도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서 잘 먹는 것만큼 삶에 큰 투자가 없는데, 그걸 모르고 밥 먹기를 그리 소홀히 했다니, 지금 내 몸이 이 꼴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청소년기에는 육체와 정신의 비중에서 정신이 월등히 높았다. 영혼을 믿어 의심치 않아 종교도 열심히 믿었고, 육체의 욕망에서 벗어나 정신적 해탈을 꿈꾸며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찌 그리 멍청했던지...

군대에서 살면서 먹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다. 하루 3끼를 먹는 것으로 그 괴로운 곳에서도 행복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었다.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이 먹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달은 거다.

단순히 맛있는 걸 먹어서 즐겁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영혼이라 불리는 것은, 인간의 정신은 모두 육체의 지배를 받는다. 육욕을 벗어나 정신적 수련을 한다는 말들은 그래서 헛소리다. 육체를 벗어난 정신은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고행을 한 성자라 할지라도 먹는 걸 통제하면 정신은 피폐해지고 타락할 수밖에 없다. 약이나 술을 먹으면 당연히 정신은 일그러지지만, 그런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매일 무엇을 먹는가가 그 사람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만든다.

그래서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거짓말이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위대한 철학자는 잘 먹고 잘 사는 사회에서 나온다. 배고픈 사회에서는 철학자가 나올 수가 없다. 사람은 먹지 못하면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생각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먹을 게 없을 때는 술이라도 마셔서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굶주렸던 작가들은 싸구려 알코올이라도 사 먹었어야 했을 것이다.

대부분 정신적 문제는 먹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울증과 무기력감 역시 제대로 못 먹어서 생긴다. 잘 먹어야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부정적인 사람을 지켜보라. 그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대부분 잘 먹지 못하고 소화를 제대로 못 시키는 사람은 삶 자체가 우울하다. 반면 즐거운 사람은 잘 먹는다. 그래서 항상 행복하고 긍정적이며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기업의 성공 척도는 그 회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먹이는지 보면 안다. 우리나라 최상급 회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직원들의 식사다. N사의 경우에는 구내식당이 호텔 뷔페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 회사는 매년 실적 탑을 기록한다.

반면 안 되는 기업은 딱 보면 안다. 직원들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어떻게든 돈만 아끼려 한다. 식사가 맛없는 직원들이 좋은 생각을 할 리가 없고 회사가 잘 돌아갈 리가 없다. 그러니 주식투자를 한다면 다른 거 볼 거 없이 그 회사가 직원 식사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만 봐도 꽤나 훌륭한 지표가 된다. 잘 먹이는 회사 치고 안 되는 회사가 없고, 못 먹이는 회사 치고 잘 되는 회사가 없다.

항상 먹는 걸 신경 써야 한다. 잘 먹어야 한다. 몸매 때문에 굶고 신경질적이 되고 우울하고 즐겁지 못한 것보다, 그깟 몸매 조금 포기해도 잘 먹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 건강상으로도 그게 낫다. 못 먹고 운동만 하는 사람이 잘 먹고 약간 통통한 사람보다 건강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은, 그래서 잘 먹어야 잘 산다는 말과도 같다. 항상 밥과 풀과 고기의 비율을 1:1:1로 유지해야 한다. 채식주의자들은 못마땅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밀가루를 못 먹어도, 고기를 못 먹어도, 그리고 풀을 못 먹어도 우울하고 즐겁지 않았다. 그 세 개가 조화를 이룰 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삶이 건강해진다. 모든 삶의 불행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잘 먹어야 한다. 먹는 게 곧 사는 거다. 제대로 못 먹으면 삶이 괴롭고, 아예 못 먹으면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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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먹고 산다는 말이 정답이네요
하지만 먹으면서도 다이어트의 압박은
쉽게 지울 수 없어요..ㅠㅠ

안선생님이 말씀하셨죠.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확~~와닿는 말씀이시네요 ㅎㅎ

와 ㅋㅋㅋ 글이 진지한데 웃겨요. 뭔가 통쾌하다 해야하나.

사람은 배가 고프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여기서 엄청 웃었어요, 전.

육체와 정신은 분리할 수 없죠. 잘 읽었습니다.

정신과 육체가 결국은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의 시작이 즐거우시길.

이 글을 읽고,
우리 회사를 떠 올려봤습니다.^^;

역시, 돈만 아끼는 회사인것 같네요ㅠㅠ

헐.... 이직을 고려하심이...;;;;

항상 건강이 1번이죠. 인생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네요. 자동차에 물을 넣으면 고장 나듯이, 몸에는 좋은 것을~ 잘 읽었습니다.

운동이나 스트레스 안 받는것도 중요하지만 먹는게 건강의 1번인 것 같더라구요.

저도 식사할 때 시간 빠듯하게 먹는 것을 진짜 싫어합니다 :D 맛있는 종류의 식사를 느긋하게, 엣헴!

바람직하군요. bbbbb

역시 먹는게 행복한거지!!다먹고 살려고 열심히 사는거고 ㅎㅎ 다크핑거님도 맛난는거 많이 드세요^^

맛있는 일상을 보아하니 우부님은 삶에 충실한 것 같습니다. ㅎㅎ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적극 동의하는 바입니다. 가릴 것없이 골고루 먹는 것에도요. 먹는다는 것은 외부의 것으로 나의 몸, 생각을 만들어내는 어쩌면 세상과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행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소통에 소홀하면 안되는 것이지요.

오....!
그러고보니 먹는 것도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었군요.

육체를 초월한다. 육체의 욕망에 끌리지 않는다, 육체는 유한한 것이기 때문에 값어치가 없다 , 이런식의 말들은, "왜 지구에 물질 육체를 가지고 태어 났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이 안되는 모순적인 생각들이죠,.

영혼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도 그래서 이상합니다. 고작 100년도 안 되는 삶으로 영원의 후세가 결정된다니...

김훈작가의 밥에 대한 수필이 떠오르네요 ㅎㅎ 밥은 삶의 근간이죠. 공감공감

먹는 건 숭고한 행위죠.
삶의 근간을 이루는...

잘좀 챙겨드세요
30대가 이케 골골해서야 ~~~~!!※÷x=♥
살아있는 동안 육신을 잘 먹여 살려야죠
맘이 주인이라지만
몸뚱아리 대접도 잘해 줘야~~1520829660090.jpg

한줄쓰고 일하다오고
한줄쓰고 일하다오고
ㅋㅋ이젠 뭘읽었는지 잊어버렸어요 ㅠ

말이 30대지 30대 초와 30대 후는 전혀 다른 종족입니다.
30대 초는 청년과 다를 바 없지만
30대 후는 흰머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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