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추운 나라에서 온 보드카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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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프랑스에서 온, 포도로 빚은 보드카 ‘시락’을 먹었다. 시락은 프랑스 꼬냑 지방의 포도를 저온 발효한 뒤 다섯 차례 증류해서 만든다. 화이트와인을 증류한 셈이다. 세상에.

러시아를 대표한 술, 보드카는 일반적으로 감자, 옥수수 등 곡물로 주조한다. 보통 저렴한 곡물을 쓴다. 재료가 무엇이든 간에 증류를 반복하다 보면 풍미가 비슷해지기 때문에 굳이 비싼 재료를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시락의 풍미는 여느 보드카와 완전히 다르다. 포도의 힘이 센 모양이다. 흔히 보드카를 무색, 무취, 무미하다고 한다. 시락은 무색투명하지만, 무취, 무미하지는 않다.

희미한 레몬향이 난다. 알코올과 섞인 레몬 냄새다. 보드카 특유의 짜릿함, 강렬함은 없다. 시락은 그저 살포시 혀 위에 올라온다. 제조사에서는 포도맛이 난다고 설명한다. 나는 옅은 민트향을 느낀다. 그만큼 청량하다.

시락은 목구멍의 입구에서 기화하듯 사라진다. 분명히 술이 식도를 따라 흘러내려 갈 것인데, 느낄 수가 없다. 그제서야 입이 뜨겁다. 달달하고 상큼한 피니시가 입과 코로 퍼진다.

냉동고에 두고 마셔도 좋다. 보드카는 얼지 않는다, 다만 걸쭉해질 뿐이다. 입술에서 차갑고 끈적이던 시락이 혀에 닿으면 불타오르듯 달아오른다. 이 극적인 대비가 쾌감을 준다.

나는 앱솔루트 보드카 등급의 보급형 보드카는 토닉워터에 타 먹는다. ‘보드카 토닉’이다. 나는 술 1대 토닉워터 3의 비율로 마셨다. 궁금해서 시락으로도 만들어봤다. 둘의 향이 어우러지지 않고 따로 놀았다. 별로였다.

보드카 토닉을 즐겨 마셨었다. 프리미엄 보드카로 만든 보드카 토닉은 마셔본 일이 없다. 토닉워터 3대 보드카 1의 비율로 보드카 토닉을 만들었다. 토닉워터 맛만 났다. 1대1로 섞었다. 술맛이 너무 셌다. 토닉워터 2대 보드카 1이 그나마 먹을 만했다. 토닉워터와 시락의 향이 섞였는데,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탄산수와도, 오렌지 주스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시락은 스트레이트로 상온에 두었다가 드시든지, 냉동고에 두었다가 드시기를 추천한다. 375㎖에 약 3만원. 700㎖짜리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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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냉동실에 있던 앱솔루트가 바깥구경을...ㅋㅋ 오늘 이상하게 피곤한데 마시고 얼른 자야겠어요. 시락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이럴때만 호기심이 차고 넘쳐서...ㅋㅋ

작은병으로 하나 구입하시죠! 맛있습니다!!

화이트와인을 5번이나 증류하다니. 호화로운 술이네요.

그러게요. 맛도 썩 괜찮답니다^^ 언제 한번 드셔보시죠!

목요일이군요! 목요일엔 술을 사야하고 차차차님의 빙고게임에 참여해야 해요! ㅎㅎㅎㅎ 한동안 진을 사다가 집에서 진토닉을 해 먹었는데, 전 역시 그냥 그대로 먹는게 제일 좋아요. 보드카 마셔본지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네요.

우왓 진도 스트레이트로 드시는군요. 역시! 저는 진만큼은 스트레이트로 먹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화장품 마시는 느낌이라서... 다음주에는 진을 한 번 흐흐

일주일을 기다려오던 포스팅입니다.. 동네 마트에 있는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해라님 늘 힘이 되는 댓글 넘나 감사드려요 흑흑

오 가격이 세군요. 포도주를 여러번 증류해서 그런 모양이네요.
맛이 궁금합니다 ^^

맛있습니다! 보드카라기보단 그냥 포도 증류주라고 하는 편이 적확하지 않나 싶어요 ㅋ

시락 시락 시락 ! 이렇게 칼님과의 기분좋은 우연을 글로써 다시 한번 접하니 매우 즐겁습니다 ㅎㅎㅎ

시락 마케팅팀에서 포도향 난다고 영업하는거 진짜 .... 너무 뻥이 심한 것 같아요 ㅋㅋㅋㅋ

셀레님 저도 깜짝 놀랐고 재미있었어요 ㅋㅋ

포도향이라니
팔라는 술을 안 팔고 어디서 약을 팔... ㅋ

목요일. 이 곳은 가능한한 많은 술을 사야할 목요일 입니다. 내일부터 술에 30% 세금이 붙어요. :(

헉 어찌 그런... 술집을 싹쓸이 하시죠!

아 음........음.........................

하하... 로얄살루트 38이 떠오르네요. 언젠가 먹고 말겠어요.

어머 제이미님 프사!

여름용으로 바다 배경으로 하려다가 실패;;ㅎㅎ

크... 술을 좋아하는 사람한텐 눈에 확 들어오는 글이군요..
ㅎㅎ

크으 술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한답니다 ㅋㅋ

저는 프랑스 보드카라 해서 그레이구스를 말씀하시는 줄 알았는데 (사실 프랑스에서 만든 게 아니고 마케팅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시락이었군요.

근데 시락외의 다른 보드카들의 경우 무향 무색이 원칙인데 굳이 비싼걸 마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불순물이 더 적기에 다음날 머리가 좀 덜 아플수는 있겠군요 ㅎㅎ.

보통 보드카가 무향 무색이라는데, 프리미엄급 보드카를 마시면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들큰하고 고소하고 시큼하고... 백주 특유의 매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역시 돈이 좋... ㅋㅋ

매도 맞아본 사람이 안다고 ㅋㅋ 저는 좋은 보드카를 안 먹어봐서 잘 모릅니다

흡 찰떡같은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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