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조각

in #zzan4 years ago

평생을 두고 한 사람의 생을 떠받치고 살아야하는 운명이 있다.
좋은 날 빛나는 자리에 동행을 할 때도 있었지만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숨조차 마음 놓고 쉬어 본적이 언제였는지 모른다.
그를 소유한 사람이 쉬는 시간에야 비로소 나란히 누워 한 숨 돌리게 된다.

계절이 바뀌고 긴 휴가가 주어지기도 했으나 그들을 위한 공간은 없었다.
여럿이 함께 쓰는 방이었다. 그것도 커다란 출입문이 있을 뿐 손바닥만 한
창문도 없어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며칠인지도 모르는 긴 밤을
보내야 했다. 휴식이라기보다 차라리 수감생활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 놓고 불평을 하거나 그 이상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떠받치고 다녀야 하는 존재를 위해서 반드시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있다.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지만 답이 없었다. 가장 큰 장애는
언어장벽이었다. 하는 수 없이 몸으로 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보다 살이 두툼한 엉덩이 살을 조금씩 저미기로 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각오 했던 것보다 훨씬 두렵고 많이 아프지만 도중에 그만 둘 수 없어
눈을 꼭 감고 참았다. 날이 갈수록 상처는 깊었고 아픔도 컸다. 이를 악물었다.
이제는 똑바로 앉을 수도 없게 되었다. 아무리 중심을 잡고 앉으려고 해도
자꾸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매일 같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해는 뜨거웠지만 조금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찾아와 달아오른 이마를 식혀 주었다. 밤마다 귀뚜라미가
울던 날이 지나고 예쁜 단풍잎 하나가 날아와 앉았다.

이젠 예전처럼 나란히 있을 수도 없었다. 힘든 날을 함께 보낸 짝이 보고 싶어
손을 내밀면 기우뚱거리다 넘어져 더 멀리 가버렸다. 이러다가 그대로 버려지는
건 아닌가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솟았다.

뭉게구름이 가득한 날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길에서 넘어졌다. 다급한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바로 옆에서 멎었다. 하늘이 핑그르르 돌면서 어지러워 정신을
잃을 뻔했다.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일어날 수는 없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손이 나를 들어올렸다.
“할머니,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이렇게 다 닳은 신발을 신으셔서 넘어지신 것 같아요.
그리고 비뚜로 닳은 신발은 더 위험해요.
이 신발 버리고 다른 신 신고 다니세요.
그래야 *팔자걸음 고치시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실 수 있으세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멀어지고 나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깜빡이던 작은 별들이
모여왔다.


이미지:네이버블로그

*신발 뒷굽 바깥쪽이 닳았다면 팔자걸음이 원인이다. 퇴행성관절염으로
고관절과 무릎관절의 바깥쪽 연골이 손상되면 팔자로 걷기 쉽다.
또한 척추후만증이 심해도 걸을 때 허벅지 외부 근육이 짧아지고 약해져
팔자걸음으로 변한다. 고관절을 움직이는 근육이나 골반을 받치는 근육이
약하면 자연스럽게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는 작용으로 팔자걸음을
걷게 된다.
가족들의 신을 관찰하면 건강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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