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라이프] #16 아침이 고즈넉할 수도

in #zzan4 years ago

출근길 분주하게 뛰었다. 화사에 지각할까보담은 순환열차를 타고 싶어서다. 마두역에서 9시 54분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 삼송행 열차는 비록 을삼까지 가는 동안은 끼이고 밀린다 하더라도, 삼송까지는 달콤하고 쾌적한 앉을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지만 거의 매일 동행일 사람들은 하지만 이 기차를 잘 타지 않는다. 낑기더라도 앉아서 혹은 서있게 되더라도 좀 좋은 저리를 선점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조삼모사이지만 암튼 그들 덕에 텅빈 기차로 몇 정거장 편하게 가는 편을 선호하는 나는 육중한 몸으로 보도블록 몇 개 정도는 가볍게 격파하며 뛴다. 백팩이 심하게 요동치지만 상관없다. 여유가 있을 때 가방끈을 조절하면 그만이다.

삼송행 열차는 전역인 원흥역부터 다음역이 마지막역이라고 제발 좀 내려달라고 애원하듯 방송을 튼다. 그 소리가 귀를 너무 파고들어 잠이 덜 깬 뇌를 흔들어 놓는다. 코인거래소에서 혹시나 하고 만원어치씩 사재놓은 코인들이 혹시 밤사이 올랐을까 눌러보던 나는 한 량에 딱 세 명씩 앉아있는 그 쾌적한 분위기에서 이미 대곡역쯤이면 꾸벅꾸벅 졸고 있다.

다음역 방송 안내가 나올 때 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역이름이 화정이나 원당쯤이면 잠결에도 기분이 좋다. 두어 정거장 더 졸 수 있거니 하는 생각에.

원흥역에서 출발하면서 종착역을 알리는 방송이 오늘따라 아주 낮은 볼륨에서 느긋하게 들려온다. 주 5회 듣는 내 뇌는 큰소리가 빠르게 들려올거라는 걸 대비해서 이미 원흥에서 긴장하게 되는데, 오늘은 그 느리고 나즈막 한 소리가 꼭 한낮의 시골역사 어딘가 한 두명씩 하차하는 곳에서나 들릴법 한 어조라 괜히 기분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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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의 활기찬 일상이 손에 잡힐듯 그려집니다. ㅎㅎ

20대때 수도권에 잠시 살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지하철은 타기 싫은데요! ㅋ

수수님 출퇴근길이 평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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