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책추천해드립니다] 24탄 "아버지" *(10대의 @soosoo가 쓴 글)

in #zzan5 years ago (edited)

제목처럼 스무살쯤의 @soosoo가 쓴 글입니다. 분류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책이라서 그냥 책리뷰 시리즈에 올립니다. 유치할 뿐더러 글 전체가 스포일러니 감안하시고 봐주세요. 한 때 베스트셀러였었죠. 김정현, 아버지 입니다. 문단만 약간 분리해서 그대로 올립니다.


아버지/김정현

가족의 영원한 촛불, 아버지. (김정현작 “아버지”를 읽고나서.)

이것은 내가 읽은 많은 작품중에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연, 아버지 한 정수. 그는 남신우 박사 (의사), 장변호사 두 친구와 함께 행정, 의사, 사법고시에 나란히 합격한다. 이들은 서로 친구의 애칭으로 남박, 장변으로 부른다. 사람들에게이들은 고시 3총사라고 불려졌고, 그만큼 그들은 최고의 친구다.

사건은 아버지 한정수의 건강검진 결과에서부터 시작된다. 친구의 병인만큼 남박사는 아버지 한정수의 건강을 검진하게 되고 그결과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췌장암이라는걸 알게 된다. 남은 생명은 약 5개월. 한정수는 친구 남박사와 함께 매일 포장마차에 가서 술을마신다. 그러면서 울부짖는다. 그때부터 항상 그는 술에 만취되어 집에 들어가게 되고 몇 년전부터 또 다른 이유로 각방을 쓰는 아내 영신을 포함한 가족들과의 갈등에 싸인다. 특히 자식들과는 너무 멀어져 가게된다.

그 일은 가족들로부터 소외당한 느낌이 든 어느 날 옛날에 즐겨듣던 레코드판을 듣기 위해 술취한채 비틀거리며 이 시간이면 도서관에 가있을 아들의 방에 턴테이블을 찾아 헤드폰을 낀 채 아들이 돌아오는 것도 모르고 듣고 있던 중 화가 난 아내 영신이 “이것이 무슨 짓이냐” 라는 말과 함께 더욱 심해진다. 그것을 보다못한 딸 지원은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하고, 자신에게 무관심하던 딸이 보낸 편지를 한정수는 고맙게 생각하고 뜯어보지만 아버지의 무관심과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의 행동을 원망하는 내용인것을 보고 미칠 듯이 괴로워한다.

자신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 그리고 아버지인 자기가 생각하는 자식들을 향한 사랑을 몰라줌이 너무 충격이었을 것이다. 한정수는 딸의 편지를 받고 난 뒤 더욱 괴로워하며 몸에 통증을 느낀다. 한정수는 이 일로 더욱 방황 아닌 방황을 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안해본것 없이 다 해보고 싶은 마음에 고급 식당, 고급 술집을 찾는다. 그러다 한 일식 집에서 이소령이라는 아가씨와 사랑에 빠진다. 한편 아버지의 아픈 현실을 알 리 없는 딸 지원은 편지를 아버지 침대 위에 올려놓은 그날 아버지가 맨 정신으로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오히려 더 취해서 들어오는 아버질 보고 너무 실망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이 생활은 계속된다.

한정수는 더 살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끼며 그후 가족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 제과점을 하나 마련해 주려고 생각하고 그 외 모든 준비 - 자신이 없는 자리에 모든걸 채우려고. 하나하나 정리해 나간다. 그러면서 차츰 괴로워지고 이것을 지켜보는 두 친구는 정수의 아내 영신에게 결국 사실을 말한다. 한편 집에 들어와 자기 방문앞에 서서 가족들이 모두 나와 인사하는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방문을 열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본 정수는 눈치를 채고 그대로 집을 뛰쳐나온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아내영신의 편지를 직원에게 전해 받은 정수는 집으로 돌아가고 영신의 방에서 자기 방의 모든 것들이 다 옮겨왔음을 보게된다. 영신의 간곡한 슬픔에 정수는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하고 직후 이소령과의 관계를 알게된 영신은 오히려 소령을 찾아가 1000만원을 주며 정수에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게 잘 위로해달라고 부탁한다. 소령은 언젠가 정수가 받고 싶다던 선물 하얀 머플러와 아내에게 선물하고싶다고 말했던 진주목걸이를 사들고 가서 정수를 위로한다. 정수는 위안을 받지만 결국 죽을 바엔 자신의 모든 장기를 쓸 수 있을 때 남에게 기증하고자 하는 뜻을 깊게 품고 남박사에게 자꾸만 부탁을 한다.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남박사는 피눈물을 뿌리며 약을 주사한다. 한편 밤중에 남박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영신은 모든걸 예감하고 병원으로 간다, 그리고 영안실로 가는 남편의 꼭 쥔 손에서 편지가 든 진주목걸이를 발견한다. 아내 영신이 선물과 함께 든 남편의 편지를 읽는데서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난 제목에 끌려 이작품을 읽으면서 별다른 생각을 느낄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느라 다른데 신경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작가의 말처럼 소설에 나오는 아버지가 소설이 아닌 우리 주위에 모든 아버지의 모습일 것 같음을 느낀 때문일 것이다.

한 덩어리보다 더 하나여야 할 가족의 갈등. 그리고 서로 모르는 어두운 모퉁이를 느끼지 못한채 살아가는 가족. 물론 아내 영신의 남편을 위해 다른 여인을 찾아가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가족이라는 대열 맨 앞에서 가족을 이끌고 이들을 감싸고 이들에게 기대어야 할 아버지라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가족으로부터 남보다 더 먼 눈초리를 받은 그때, 그들에게조차 말못할 이 슬픔을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까. 그러면서도 당신이 죽고 난뒤에 가족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고민하는 이 아버지야 말로 이 세상에 남편, 아버지의 모습이 정녕 아니겠는가.

난 이글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이 아버지같음으로 착각했고. 그 아픔과 고통을 직접 느끼고 있었다. 이야기가 격정으로 달릴 때 내몸은 슬픔으로 번지고 있었을 만큼 난 이 소설에 빠져 있었다.

끝에서 아버지의 친구 남신우 박사는 아버지의 장기기증의 뜻을 자꾸만 부탁받게된다. 미친소리 하지말라고 그런소리 자꾸하면 병실에 오지도 않을 거라며 거절하던 남박사는 고심하던중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어쩌면 그것이 참으로 친구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링거병에 약을 넣는다.

“잘가게” 남박사의 한마디에 내손이 왜 그렇게 떨렸는지 알수없는일이다. 병원으로 뛰어온 아버지의 아내 영신. 그녀는 남편의 어쩌면 너무 바보같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그 결단을 뒤로하고 아내가 당신의 마지막을 볼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던 편지와 진주 목걸이를 받아들고 차라리 직접 걸어주엇더라면 더 좋을것이라고 말하며 슬픈 웃음을 짓는다.

이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내가 특별히 가졌다고 생각하는 능력-경험해보지 않은것이라도 느낄 것 같은 세상에 모든 아픔. 그것에 난 하나의 획을 더 긋고있었다.마지막으로 잘 갈무리했던 내 눈물울 왈칵 쏟아버린 너무 감동적이었던 떠난이의 메세지를 한번더 새기며 내 독서감상을 맺는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렇게 보내줘서 뭐라 고맙다 말해야 할지 모르겠소. 미리 써두는 것이기는 하오만 당신을 믿고 싶소. 당신이 좋았소. 난 행복했던 사람이오. 조금 일찍 간다고 가여이 여기지는 마시오. 고운 당신, 착한 아이들, 좋은 친구들. 미더웠던 동료들, 나를 위해 장어를 사러 다니던 포장마차 주인, 그리고 당신이 아는 또 한 사람. 그들 모두 사람 냄새가 났던 좋은 사람들이오. 특히 한 사람, 당신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하오. 아이들을 잘 길러주시오.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말이오.

사람 냄새가 그리운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오. 메마른 이 세상, 우린 사람으로 남읍시다. 당신과 아이들이 사람 냄새를 그리워할까 염려되오. 그러나 둘러보면 많이 있을 거요. 그래서 나는 이제 마음놓고 눈을 감을까 하오.

내 하얀 구름색의 머플러는 나 태운 뼈와 함께 먼 하늘로 날려주오. 아무래도 미덥지 않소만……. 당신 마음대로 하구려. 저승이나 다음 생이 있다면 당신을 또 만나고 싶은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사람 냄새가 그리우면 또 만납시다.
정말 사랑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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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쯤 스무살이 되기 직전이었거나, 이제 막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의 @soosoo가 빠져 있었던 것은 비교적 많이 남았던 시간동안 빠져있던 창작의 시간이었죠. 그로부터 20년 후 지금도 여전히 많은 오타와 비문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너저분 하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데 불편함이 크게 없는 건 아마도 그 시간들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지금처럼 컴퓨터라는 매체였습니다. 주로 아래아 한글을 이용해서 10대 때 여기저기 갈겨둔 감성그득하고 유치한 일기, 편지, 감상문 따위였는데, 컴퓨터를 이용할 때마다 옮겨쓰고 수없이 복사해 온 덕에 아직 몇 개가 남아서 돌아다니고 있군요.

XT인가요? AT인가요? 게임기처럼 까만화면에 초록색 글씨가 있던... 그걸 하나 얻어서 열심히 타이핑을 해서 옮기다가 아래아한글에 복붙하기를 10년도 넘게 하면서 편집을 바꾸고, 폴더정리를 하고, 또 업그레이드 된 플그램과 새로 나온 글꼴에 맞추고 그렇게 유지해왔는데요. 서른이 넘으면서는 감성적인 글들을 별로 안썼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채 파일로 컴퓨터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있다가 오늘도 하나 찾았습니다. 이제 스팀잇에 올려두면 다시는 새로 정리하고 백업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여기에 올리고 나면 마음편하게 파일을 삭제할 생각입니다.

유년시절의 제 유치한 감성들을 정리해 둘 곳을 이제야 제대로 찾은 것 같습니다. 스티미언 여러분들도 오래된 기록들, 습작들, 스팀잇에 정리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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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빠져서 엄청 우셨군요. 순수한 수수님이셨네요. 지금도 순수청년이시고. ㅎㅎ
저런 실력이 오늘날 수수님 문장의 초석이 되었네요.

지금은 닳고 닳았죵^^ 역시 @dozam님은 예쁘게 봐주시네용^^ 감사함당!

진짜 멋지신데... 쉑쉬한 뒷태 히마판님 사진에서 뵈었어요. ㅎㅎㅎ

하하! 보셨군요~

저는 이책보고 펑펑 운 기억이 나네요ㅠㅠ

엄청 울었죠. 이거랑 그 때 함께 유행하던 책도 있었습니다. 가시고기던가… 것두 엄청 슬픈뎅 ㅠㅠ

맞아요 가시고기도 엄청 울었어요ㅠㅠ
완전 오열 수준 ^^;;

본 듯한 소설인데, 기억은 가물 거리네요.
너무 오래 된 듯 합니다.

눈가에 살짜기 눈물이 고입니다.
저도 아버지 이고 최근에 몸이 좀 아파서 더 그런 듯 하네요.
더불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요...

괜히 읽었다는 생각도 잠깐 해 봤네요.
마음이 아파요...^^

@happy-banguri님의 맘을 아프게 해드렸군요. 어쩌면, 자식 입장보다 아버지 입장에서 더 가슴아픈 책이었을거에요. 얼른 건강 되찾으세요. 정말정말 중요한거니까요.

아버지가 되니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음을 더 잘 알게 됩니다.
아이들과 오래 살고 싶네요.

운동 열심히...^^

즐거운 하루 되세요.

#bookirsuda 태그를 사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1 BOOK 토큰을 드립니다.

우앙~ 고맙습니다. 북잇수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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