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6 | 옥순이와 옥희

in #zzan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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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순이 드디어 해냈다. 기필코 해내고야 말았다. 곽다리 옥순이에게 1cm 정도의 마루에 깔린 카펫은 오르기 힘든 문지방이었다. 게다가 카펫 아래 전기장판이 깔려있고 전기장판 아래는 얇은 스티로폼이 또 버티고 있어 곽다리 옥순이가 카펫 위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옥순이의 외모를 보다시피, 옥순이에게는 에너지를 뿜어줄 지방 덩어리도 없지만 짐종국의 등 근육 같은 것이 없다. 초콜릿 복근도 없다. 게다가 몸통 아래 바로 발이 붙어 있다.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그러니까 팩.트.만 말하는 친구의 말을 빌리면 옥순이는 곽다리, 사실 비누곽다리도 아니다 몸통 아래 바로 발이니. 해서 다리가 없어 근육이 있으려야 있을 수 없는 다리 무소유인 옥순이는 점프할 수 없고 복근조차 없어 무소유 다리에 붙은 발을 끌어올릴 수 없다. 이런 옥순이가 카펫 위로 법석대지 않고 올라앉았다. 카펫 등반에 성공한 옥순이는 '옥희 언니, 저 좀 봐주세요.'라며 옥희 앞에서 온몸을 흔들며 방실거렸다. 어찌나 몸을 흔들어 대는지 몇 올 안 되는 머리칼이 카펫 위를 쓸어댔다. 성취감에 흠뻑 취한 옥순이를 보며 옥희는 "아이구, 잘했네. 아이구 해냈네. 고생했네.'라며 큰 목소리로 옥희를 칭찬해 주었다.

옥순이는 몇 번 안되지만 반복되는 카펫 등반 실패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고 연마했는지, 몸은 숯 댕이처럼 까맸고 광채까지 났다. 칼을 갈 듯이 카펫 위에 올라가겠다는 목표로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했나 보다. 자신의 역할인 바닥 청소를 하겠노라는 마음으로.

그나저나, 옥희가 보기에는 옥순이가 카페 등반 훈련을 많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 하루 이틀 만에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옥희는 어려움에 부닥친 일을 할 때, 기본 빵으로 최소 삼 년 이상은 걸렸기 때문이다. 마음잡는데 일 년, 뻘 짓 하다가 일년, 수학 정석으로 치면 첫 페이지 집합 보는데 일년, 그러다 아~ 뭔가 이제 쬐끔이지만 희마하게 글자가 보이고 흐름이 개미 똥구녕의 묻은 똥찌꺼기만큼 보인다 생각했을 때, 그때는 맘먹은지 3년이 경과할 시점일 때다. 이런 상황 극복 문제 해결력을 가진 옥희에게 옥순이는 잘했다고 칭찬하면서도 "너는 왜? 어떻게? 금방 해내니?'라고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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