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힘든 이름 유영철

in #zzan7 years ago

2004년 7월 18일 잊기 힘든 이름 유영철

과자를 조르는 아이의 손에 이끌려 인근 편의점을 찾았던 나는 그만 TV 앞에 못박히고 말았다. 20여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이름이 천둥처럼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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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원한도 이유도 없는 무고한 사람을 유인하여 잔인하게 살해한 사이코패스가 아닌밤중에 홍두깨처럼 나타난 데 대해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동명이인인 여러 명의 유영철들이 곤욕을 치렀다고 하며 고려대 앞의 명물 햄버거집이던 영철 버거까지도 타격을 입었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유영철에게 된통 속아 한 번 도주를 허용한 경찰은 형사를 유치장에 들여보내 함께 자면서 '밀착마크‘를 했다. 대한민국 전체가 당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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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관심은 대개 두 가지에 집중됐다. 그 범죄 내용은 무엇이며 그는 어떻게 처벌되어야 하는가였다. 식인을 했느니 안했느니 부인을 닮은 여자들은 더 잔인하게 죽였느니 .... 하는 정보들은 거의 정확하게 때로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져서 산더미처럼 전달되었고 다음으로는 “저놈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교도소의 사형수들부터 “저놈 때문에 우리까지 죽게 생겼다”며 동요했다고 하며 사형폐지론자들은 “니 딸이 유영철에게 토막났다고 생각해 보라.”는 공박에 진땀깨나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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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의리 넘치는 소년이었고 약한 친구들이 맞고 오면 대신 가서 싸워 주기도 하던” 유영철이 절도 혐의로 소년원에 가고 끝내 범죄의 구렁에 깊숙이 빠져 살인을 밥먹듯이 하는 살인마로 돌변하게 되었는지의 과정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크게 일지 않았다.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와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주장은 지대하고 강경했지만 그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사이코패스는 뇌가 일반인가 다르다.”거나 “감정 자체가 없는 일종의 외계 생명체와 같은 존재”라는 요령부득의 설명이 대중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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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마들이 외계에서 온 것이 아니라, 결국은 이 사회가 길러낸 흉기라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서 잘 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놈들은 왜 그러냐?”라고 묻기는 쉽지만 이는 풀빵 팔며 커서 대기업의 사장까지 너끈히 한 나도 있는데 요즘 젊은 애들이 눈이 높아서 문제라는 어느 나라 전직 대통령 각하의 논리와 일맥상통하며 결국 괴물을 필연적이고 태생적인 부산물로 인정해 버려 되레 괴물의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일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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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 없이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 이기는 자만이 추앙받는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는 필연적이다”는 로버트 드 헤어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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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의 대선배격인 연쇄살인마 김대두. 유영철은 전 가족을 몰살시키면서도 갓난 아이는 죽이지 않았지만 김대두는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이까지 밟아 죽였던 어찌 보면 한 수 위의 괴물이었다. 그는 사형 집행 전 이런 유언을 남긴다. “사회의 전과자들을. 좀 더 따뜻히 대해주셔서 갱생의 길을 넓게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교도소에서 초범자는 분리 수용하여, 죄를 배워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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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을 먹여야 한다.”고 분노는 즐겨 하고 “저놈한테는 콩밥에 드는 세금도 아깝다.”고 절세정신도 잘 발휘하지만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었을까?”의 진지한 고민에 둔감한 사회는 결국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반드시 괴물과 마주할 게 될 것이다. 김대두가 사형당한 지 35년째이지만 아직 초범자를 분리 수용하거나 그 외 재범의 고리를 차단하는 목적으로 기동하는 시스템은 꿈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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