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이달의 작가 응모작, 소설 「일상적인 인터뷰」

in #zzan5 years ago (edited)


제4회 zzan 이달의 작가 공모전, 소설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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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인터뷰


@hyunyoa

    연애는 얼마나 했냐고요? 뭘 그런 걸 물어보시는지. 할 만큼은 했습니다. 조금 뻔한 답인가요. 그런데 연애 횟수를 센다는 게 참 모호하기는 하니까.

    누구는 고등학생부터다, 아니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 세야 한다. 그런데 저는 초등학생부터가 연애라 생각하거든요. 웃지 마세요. 제가 아주 천천히 움직일 테니까 다시 잘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열두 살 때, 무려 삼 년을, 짝사랑했습니다, 그게, 첫, 사랑이었죠. 끄덕이시는 걸 보니 이제야 알아주시는 거려나요. 지금요? 네. 가끔 연락해요. 주로 스마트폰으로요. 저랑 얘기하는 걸 좀 어려워하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그래서 맨날 비슷한 사람이랑만 얘기해요. 비슷한 사람이라니, 제가 말해놓고도 웃기네요. 어쨌거나, 오랜만에 낯선 사람이랑 얘기하니 즐거워요. 엄청요.

    늦었지만 한 번 더 안녕하세요. 맞아요. 오른손으로. 잘하시네요. 그런데, 저랑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일상적인 얘기요? 사는 얘기? 재미없을 텐데. 그래도 기분 좋긴 하네요. 저 또 그런 인터뷰인가 싶었거든요. 왜, 이제까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냐 같은 거. 처음에 그 질문을 들을 때는 뭐라 말해야 하나 당황했는데, 이제는 그렇기보다 재미가 없어요. 듣는 사람은 처음 듣는 얘기니 신선하겠지만, 저는 매번 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하는 식이니까.

    요즘엔 영화를 자주 봐요. 드 니로에게 빠졌거든요. 특히, 에브리바디 파인. 아, 이걸 뭐라 설명하지. 그, 모든 게 괜찮아……. 아, 아닙니다. 어쨌거나. 평소에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아 저, 문과랍니다. 대단하죠? 이게 왜 대단한 거냐면, 대부분 이과로 가거든요. 상대적으로 문과보다는 혼자서 해도 괜찮으니까요. 연구라는 게 아무래도. 참. 그러니까, 문과에 가면 계속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잖아요. 저도 그게 걸려서 이과로 갈까 했는데, 책을 너무 좋아해서요.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고. 아, 저 출판사에서도 잠깐 일했었어요. 제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예요.

    힘들지 않았냐고요? 당연하죠. 그런데 일뿐만 아니라 사는 것도 어차피 힘든 건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죽을 만큼 괴롭지는 않았어요. 물론 낯선 사람들과 편하게 말하는 법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마케팅이나 영업은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물론 저를 뽑지도 않겠지만. 그래서 언론 홍보로 갔습니다. 글 쓰는 건 익숙하거든요. 당연히 말보다 글이 편하기도 하고요. 글 하니까 생각난 건데, 스마트폰 덕분에 확실히 생활이 편해졌어요. 예전엔 멀어도 걸어가서 포장하고 다시 왔는데, 요즘엔 도시락도 배달되잖아요. 그것도 그냥 손가락 한 번에. 계산도 스마트하게 하고. 말고도 다들 전화보다는 카톡을 하기도 하고. 에이, 그래도 또 엄청 편하지는 않아요. 이건 정말 의식주를 행하는 삶의 부분이니까요. 기계랑 친해져서 얻는 건 편리함뿐이죠. 사람과 더 멀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하는 게 훨씬 커지던데요.

    아고, 자꾸 원점으로 오네. 오늘 뭐 했다, 어제 뭐 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인터뷰다 보니 부담감에 다시 하던 말로 오네요. 네. 그런 거요.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함이라거나 편해진 것들. 그렇죠. 굳이 힘들일 건 없는데. 자연스럽게. 또 자연이라는 말이 나와서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은 자연이라는 말이 자연스럽지 않아요. 모든 자연스러운 행동들을 다 외우고요. 연습하고, 무한 반복이에요. 그래도 안 자연스러워요. 물론 요즘은 칭찬받기는 하지만. 네.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거. 그 말을 들으면 기분 좋다가도 다시 또 집에 오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아까 들은 게 칭찬인가?

    그들 입장에서는 칭찬이겠죠. 아마 다른 사람들은 다 칭찬으로 받아들일 거고요. 그런데 이렇게 그냥 넘길 수 있는 말들도 자꾸 곱씹게 되더라고요. 일부러는 아니고, 어쩌다 올라와요. 그냥 가만히 있는데 훅하고. 우와, 대학교 나오셨다니 대단해요. 이런 거.

    아, 그렇죠. 미안해하시지 않아도 돼요. 당연한 거죠. 대부분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데 우리, 대부분의 사람한테는 그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대학 진학이 워낙 당연해진 세상에서. 아, 수능이요. 독해 지문으로 봤죠. 음. 그 질문에 답변하자면……. 웹툰이라거나 영화로도 많이 다뤄지니까 인식도 좀 대중적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어떤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오른다고 하더라도 관심이 있어야 클릭을 하잖아요. 저는 그런 쪽에서 무지했나 봐요. 나름대로 홍보에서 일했다고 했는데도, 웃기죠. 오, 맞아요. 조사 좀 하셨나 보네요. 친구들은 서비스 쪽에서 많이 일하죠. 아예 카페를 차린 친구도 있고요. 직접적인 소통은 어려울지 몰라도, 표정을 알아차리는 데는 훨씬 밝아요. 그래서 슬픈 점은 동정의 눈빛도 쉽게 볼 수 있다는 거죠. 피해망상인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아, 슬픈 얘기는 이쯤에서 끝낼게요.

    어, 그래. 감각이라는 게 하나가 후퇴되면, 하나가 발전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뭐, 그래서 표정을 잘 본다는 게 하나의 높아진 감각이라는……. 여기서는 개소립니다. 다 노력이에요. 욕은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네, 음. 그런데 잠깐. 갑자기 제가 하는 말을 얼마나 이해하실지 조금 걱정이 되네요. 수화 배우신 지 별로 안 됐다고 하셔서. 너무 힘드시면 입 크게 벌리셔도 돼요. 저 독순술에 강하거든요.


13.4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전을 꾀하지는 않았어요. 반전이라고 하기엔 일상이니까요. 아시는 분은 처음부터 아시도록, 모르신다면 끝까지 모르시는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쪽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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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인터뷰가 너무 횡설수설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런 반전이..ㅎㅎ
정말 미리 준비하지 않은 인터뷰를 음성으로 듣는 느낌이었는데 마지막에 이런 포인트를 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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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어서는 모르겠어요. ㅎㅎ

제 주변 친구들도 많이 모르시더라고요..! 저 역시도 잉? 하면서 읽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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