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쩌다 귀농) 시골에 적응하는 우리만의 방법 : 남편의 적응기
2008년 우리는 경북 상주에 귀농하여 2016년 10월 5일 제주도로 이사오기까지 시골 생활을 했었다.
9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어쩌다 귀농'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귀농이야기를 연재해볼 생각이다.
남편은 귀농을 꿈꾸기 시작하면서부터 유기농법에 대한 공부를 했다.
워낙 책읽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책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자연을 살리는 농사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또한 귀농학교에도 나와 함께 다녔다. 일주일 정도 되는 기간 강원도 홍성에 가서 다양한 교육과 실습(?)같은 것을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우리처럼 시골에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친정집 같은 역할을 귀농센터가 해주긴 했다.
어쨌든 같이 귀농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에 우리 부부가 가장 먼저 귀농을 해서 동기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기도 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전에 말한 것처럼 중고로 1톤 트럭을 구입했다.
남편이 운전을 잘해서 1톤 트럭을 구입하고 크게 어려움 없이 운전을 하고 다녔다. 겨우 300만원을 주고 산 중고 트럭이라서 말썽을 많이 부리긴 했지만 시골생활에 트럭만한 효자는 없는 듯했다.
다음으로 준비한 것이 집이었는데, 집은 내 기대치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4년이나 거기에서 살면서 시골 생활을 완전 정복할 수 있게 해준 집이긴 했다.
다음으로 준비한 것이 바로 농사를 지을 땅이었다.
우리는 상주로 귀농지를 정해놓고 내려온 것이었어서, 그곳에서 할 수 있는 농사로 시작해야 했다.
상주에 가서 귤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일이고, 제주에 가서 벼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귀농한 그곳에 맞는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과수원 농사였다.
당장 땅을 사서 나무를 심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과수원을 빌려서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우선 고령화가 심해진 시골에는 남는 과수원이 참 많았다.
그래도 쌩판 모르는 도시사람에게 평생을 가꾸워온 과수원을 맡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마을에 사과 과수원을 하고 계시던 분들이 있는데, 자식들은 다 도시로 시집장가를 가서 아무도 농사를 잇지는 않고, 아저씨는 다리가 아프셔서 수술을 받으셨고, 아주머니가 혼자서 농사를 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사과밭이 1500평 정도 되고, 거기에 배나무가 몇십 그루가 있는 비탈진 과수원이었다.
그걸 일년에 150만원의 임대료를 받기로 하고 남편에게 임대를 해주기로 했다.
우리 생각에는 그렇게 넓은 과수원을 그렇게 싸게 임대해 주었다고 땡 잡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보통은 동네 사람들끼리는 수확 때 사과 몇 박스만 주는 게 임대료 같은 거였고, 그 과수원은 우리가 맡지 않으면 폐농을 신청하려고 했던 과수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과밭 주인은 우리에게 과수원을 임대해 주고 임대료를 받는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욕을 먹긴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임대료까지 낸 상태고 우리가 안하면 폐농할 과수원이었으니, 농사 초보이면서 '책으로 배운 농사법'으로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농사를 맘껏 시도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남편은 꿈꾸던 농사꾼이 되었고, 나는 시골에 이사했지만 농사는 짓지 않는 농사꾼 아내가 되었다. 시작은...ㅋ
보통 귀농을 하려고 하면 남편은 적극적인데, 아내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도 강제로 적응하려고 하면 안된다.
시골도 사람이 사는 곳이므로 가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다보면 어느새 시골 생활이 적응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느 순간부터 실마리가 보이게 마련이다.
농촌의 고령 문제는 심각하지요. 그런 와중에 텃세도 많구요.ㅎㅎ
우리가 좀 무뎌서 잘 못랐더라구요.
우리가 모르게 텃세가 있었던 것을....
나중에 시골 상황을 좀 아니까 '아, 그것도 텃세였구나.'하고 알게 된 것들이 꽤 많았답니다.ㅋ
모르는 게 약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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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받았다고는 하나, 1년에 150만원이란 금액은 괜찮아보이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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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우리가 이사 갈때는 사과밭 주인이 우리에게 임대료 안 받을테니 계속 해달라고 한 걸 보면, 아마도 그분들 양심에도 과하게 받기는 받았던 거 같아요.ㅋㅋㅋ
작은 텃밭 하나 사려고 해도 도시근처는 정말 비싼데 1년 이면 매수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을 것 같네요.
도시근교 농업과 시골 농업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근교 농업은 웬만한 귀농인이 할 수 있는 농사 형태가 아니더라구요....ㅜ
경작을 하지 않으면
매도시 양도세가 너무 쎄서...
다들 누가 농사른 지어 주기만 한다면
땡큐인 농촌 현실이죠
저희도 나중에 알았답니다.
우리가 한 일년 먼저 농사 안 짓고 그냥 살기만 했으면 거저 농사 지으라고 부탁했을 사람이 지천으로 깔린 게 농촌이었더라구요.ㅋㅋ
그래도 야심차게 한 귀농이라 가자마자 과수원을 빌려주신다고 해서 감사히 덥썩 맞았던 거랍니다.ㅋ
"보통 귀농을 하려고 하면 남편은 적극적인데, 아내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에서 다음편의 반전을 예고하는 걸까요? 그렇게 느껴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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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음 이야기를 염두에 둔 건 아니고요.ㅋ
귀농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아내가 승락한 게 대단하다.'라는 말이였거든요.
농촌에 보면 농사짓기 싫어서 집나간 아내, 남자만 혼자 귀농해서 외롭게 지내는 아저씨... 뭐 이런 사연 있는 분들도 꽤 많거든요.
저는 시골출신에 어릴적부터 부친이 병원생활을 많이 하셔서 농사일을 참 많이 했었죠! 지금 생각해도 농사일 만큼 힘든일은 세상에 없다!! 그런생각이라... ㅎㅎ
독거노인님이 시골출신인 건 알고 있었는데, 농사일도 많이 하셨었나봐요.ㅋ
제가 시골 살때 동네 어른들이 그러셨어요.
그러니 쉬울 수가 없죠...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귀농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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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저의 시골 생활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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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따라 내려가는 여자가 별로 없다고 하던데요. 대단하십니다.
결정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이 싸웠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