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성공 같은 건 중요치 않았으면 한다

in #zzan5 years ago (edited)

'성공의 두려움'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되새긴다. 우리는 말로는 '성공하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는 성공을 매우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으나 다음의 두 이유로도 정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첫 째, 선택에 대한 책임이 두렵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한 분야 혹은 과업 선택하고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곳에 할애해야 한다. 자신의 미래가 고정되는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이 든다.

두 번째, 이게 더 크고 중요한 이유인데 마음 한 구석으로는 성공에 대해서 몹시 두려워 방어막을 치고 있다. 성공을 회피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발휘한다. 바쁜 척 다른 일로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든지 도중에 그만두고 어떻게든 일의 완수를 회피한다. 일을 끝내지 않으면 평가받을 필요가 없어 마음의 위안을 준다. 실속 없이 바쁜 척하다 보면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다. 잘난 척, 있는 척, 가치 있는 척하고 싶으나 실상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다. 전문가가 되면 성과를 증명해야 하고 더 이상 척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결핍, 단점, 사실은 별 볼일 없는 인간이라는 게 들킬까 봐 매우 고통스럽다. 그래서 말로만 성공하고자 떠들지 실상은 조금도 성공하고 싶지 않아 하는지도 모른다.

그게 나다.

나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마이웨이로 살아왔다. 말로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거 남들처럼 똑같이 살아가는 거 싫어. 나는 내가 행복해지는 게 중요해.'라고 곧잘 떠들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 방식대로 살아도 종국엔 내가 행복해지는 걸 누구보다도 타인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 했다. 누구보다도 인정 욕구가 강했을지도 모른다. 내 방식대로 뭐라도 해서 어떤 한 부분에 있어서는 누구라도 '역시 다르네'라는 감탄을 받아내고 싶어 했었다.

타인과 사회의 기준에서 인생이 슬슬 안 풀리기 시작하고 코너로 몰렸을 때 누구보다도 초조했다. 나는 내가 실패자이고 쓰레기처럼 살고 있다는 불안과 압박감에 매일매일 우울하고 슬펐다. 내 멋대로 살다가 인생 망친 기분이었다. 어느 날 내가 '내가 알아서 할 게.'라고 오빠에게 말했을 때 오빠는 '네가 알아서 잘했으면 이런 말 안 하지.'라고 말했고 나는 우울하지만 그 말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망할 선택만 해서 망친 인생 미래에 대한 희망이 조금도 안 보였다. 나는 실패자였고 나의 방식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말대로 회계를 팠으면, 엄마 말대로 교사가 되었으면, 아빠 말대로 공무원을 했으면, 오빠 말대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갔으면 이런 망할 인생이 되지 않았겠지. 한 사람 분의 몫을 책임지지도 못하는 나이만 먹은 망할 인생. 죄인의 마음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내가 내린 멍청하고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반성했다. 그래서 유배지로 떠나는 심정으로 아무 데나 나를 받아주는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쫓기듯 들어갔다. 괴로워도 견뎌냈다. 이건 벌이다. 내 선택에 대한 벌이라고. 아닌 것 같았지만 마음은 조금 편안했다. 돈이라도 버니 만회하는 기분이 들어서.

아닌 척했지만 언제나 남의 눈치를 봤다. 언제나 사회의 인정을 갈구했다. 다만 방식만 내 방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모순적이다. 내 방식대로 했는데 남들의 인정을 받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었다니.

어떤 무엇보다도 강한 도파민의 향연, 사회의 인정. 어릴 적부터 차곡차곡 쌓여 몸을 지배하는 그 쾌감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정말로 왜 성공하고 싶었을까? 왜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었을까? 오히려 어느 순간 성공할 수 없을 거라는 자괴감에 성공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척 나를 기만했을까?

그게 부끄러워 숨어버렸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안전하게 나를 사랑해줄 착한 사람들만 남겨둔 소수의 세계로 나를 제한했다, 못난 내 모습과 자기기만과 모순에 가득 찬 내가 들킬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원하지 않은 척했다.

성공 같은 건 중요치 않았으면 한다. 그건 부산물이고 언제든 파도처럼 뜻밖에 나를 덮쳐오기도 너무 쉽게 썰물처럼 빠져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그런 불안정하고 통제할 수 없는 쾌감에 기대고 싶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나의 세계의 확장이다. 굳게 잠가놓은 빗장을 풀고 단 한 발자국이라도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거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한 뼘 자라 있고 하나를 더 배웠고 하나를 더 해봤고 하나를 더 실패해보고 하나를 더 경험해봤다면 그걸로 족한 거다. 모조리 다 실패하더라도 누군가 손가락질하고 한심해하더라도 그렇게 산 미래의 나는 소중하고 자랑스럽고 애틋할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성공 그리고 남의 인정 같은 건 완전히 내려놓고 살고 싶어 졌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글을 쓰면서 사실은 지금도 조회수, 라이킷 숫자 하나를 보고서 기분이 조금씩 왔다 갔다 거린다. 그렇지만 점점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아가기 위해서 혹은 세상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성장의 의미를 담아 온전히 다른 목적 없이 즐기며 쓰고 싶다. 무언가를 배우고 앞으로 직업을 가지고 누군가를 만나도 마찬가지다. 나의 의식의 확장, 나의 세계의 확장, 온전히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려는 소통의 시도에서 그 모든 삶을 의식 있게 살아가고 싶다.

성공 같은 거 남의 인정 같은 거 중요치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두려움 같은 거 못 느끼고 활짝 더 활짝 내 세계를 열어두고 싶다.

Sort:  

끊임없이 남을 의식하면서도 앞에 나서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그게 자신인 걸 어쩝니까.
고물님이 빗장을 여는 날 창공을 훨훨 날아 눈부셔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할 것 같네요. 미리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ㅎㅎ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한계와 모순을 지니고 살아가더라고요. 그래서 사람을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 깊이 조용히 그런 날을 만들어가리라 다짐하며 쓰는 글이네요. 따뜻한 격려에 감사드려요. 항상 감사한 도잠님 :D !

성공이니 돈이니 사회적 위치니 모두 투박한 말들만 넘쳐나기에 실로 공감이 가네요. 저도 타자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만 초점을 맞춰 살았고 지금도 벗어나긴 어려워하고 있지만, 사람이 행하는 일이고 사람들이 가꾸는 사회니 ‘감정’과 ‘공감’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나 이 두가지를 모두 누구보다 잘 다독거리시는 초오오능력자 고물님이시니, 너무 큰 걱정은 마시기를. 세상에 좋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언젠간 모두에게 닿을거에요. (책 펀딩 응원해요!!)
+저도 사인 줄서봅니다. 2빠..

그 모든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아니 오히려 저를 얽매이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짐이었음을 최근들어 느끼고 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모두들 인정욕구에 많은 영향을 받으리라 생각해요.

감정과 공감이 기반되는 세상 -조금씩 그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여요. 10년 전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레일라님의 분에 넘치는 칭찬에 몸둘 바 모르겠어요. 이 또한 좋아지는 거 보니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거죠. ㅋ 예전엔 걱정이 정말 많았는데 요새는 잘 안해요. 히힛. 고마워요 레일라님 오늘 엄청 행복한 하루 되세요!!

+사인은 제가 받고 싶은데 말이죠- 더불어 레일라님의 종이책 출간도 버킷리스트에 추가해봅니다. 저를 위해 언젠간 한 권 내주시라 믿습니다!ㅋ

Congratulations @fgomul!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got more than 2500 replies. Your next target is to reach 2750 replies.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타인의 인정, 이것에 초연하기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끔 그것이 인간의 본능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남 때문에 내가 하고픈 것 못 한다면 죽을 때 정말 후회지도 모른다며 저를 다독이지만, 그래도 어렵네요.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맞아요 gluer님 제가 목표한 것 중에 가장 어려운 거 아닐까 그래서 그만큼 가치있는 게 아닐까 잘 안되지만 조금씩 자각하고 내려놓으려해요. 삶의 불가능은 없기에!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용기있고 현명한 gluer님이 되시길 제가 응원합니다.
우리 같이 화이팅해요 +_+!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이라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모두 실패한 삶이 되어버리잖아요.
우린 실패자가 아니에요 ㅎ
조금 다른 취향을 가졌을 뿐 ㅋ

Posted using Partiko iOS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집과 고집과 실수투성이의 제 삶이 참 좋아요- 이 모든 것으로 인해 지금의 제가 만들어줬으니 토닥토닥 아주 기특해하고 있습니다. 모든 건 취향의 차이 언제나 긍정해주시는 이와이님 덕분에 힘 나요-!
(아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건데 화장실 콘센트 집주인 아저씨한테 말하니 돈도 안받고 뚝딱뚝딱 전기기술자가 와서 고쳐줬어요. ㅋ 운좋게 딱 맞는 콘센트가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었어요 왜 그리 걱정했는 지 바보같아요 ㅋㅋㅋㅋ)
목요일이네요. 좋은 일만 있으시길 :D

저도 조금씩 더 하고싶었던 일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실패나 불안, 걱정보다는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 되었으면 해요~^^

같이 걸어가는 동지처럼 느껴지는 파치아모님! 파치아모님의 모든 시도와 가족과의 시간 격하게 응원합니다 :D

안정, 좋은 생각, 즐거움, 실패를 완전히 상관하지 않는 성장의 마음으로 살아갈게오 오늘도 재미난 하루 되세요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 음... 좀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세상이 만든 성공이라는 기준을 '나'에게 적용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 힘내세요!!!

네 맞아요 예전에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최근 들어 정말 진짜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나하님!

인생 한번 사는겁니다
그냥 하고 싶은데로 사는거지요
남 눈치볼것 하나도 없지요

Posted using Partiko iOS

맞습니다! 인생 한 번이고 하고 싶은 거 하다가 가는거지요 :D

남의 인정 같은 건 완전히 내려놓는 일에 성공 하시길 바랍니다 ^^

아직 어렵지만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죠 감사합니다 dj님 :D!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207.55
ETH 2571.17
USDT 1.00
SBD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