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수필] 큰아들
우리나라에서 큰아들로 산다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간소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고 십중팔구는 큰아들의 집에서 이루어진다. 단지 큰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조상님들의 제사까지 도맡아야 한다(물론 조상님들께서 굽어 살피시겠지만...). 그리고 또 하나 안타까운 사실은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맏아들이 아니라 맏며느리라는 점이다. 예전에야 유서 깊은 가문으로 시집을 가면 좋다고 했겠지만, 요즘은 그런 집으로 시집가는 것을 꺼려하는데 한 달에 몇번씩이나 있는 제사 때문에 준비하는 것만 해도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현실 때문에 큰아들은 결혼을 할 때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중매를 할 때 큰아들은 감점을 매긴다는 것이나, 큰아들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건 이제는 낯설지도 않으니 말이다.
물론 큰아들로써 이로운 점도 있다. 바로 집안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지나쳐 변질되게 되면 이 또한 피곤한 일이 되고 많다. 특히 큰아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당사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와 하고 싶은 있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큰아들은 또 왜 이렇게 마음씨가 곱고 여린지 어른들의 말씀을 지나칠 정도로 잘 따르는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보다 어른들이 원하는 일을 우선시 하다보면 종국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그뿐인가, 나 같은 천둥벌거숭이 같은 동생이라도 있으면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 어른들 말씀 받들랴 동생 챙리랴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진다. 더욱이 동생이라는 놈이 지 잘난 맛에 난리를 치면 진절머리가 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잘한다고 치켜세워주지 절대 꾸짖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동생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옛날 전래동화에서 보면 형은 모질고 악독하게, 동생은 심성이 곱게 묘사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동생을 위해 자신의 꿈을 기꺼이 내려 놓을 줄 아는 사람,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면서 동생을 뒷바라지 하는 사람이 바로 큰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큰아들이 되지 않았음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장인 어른을 모시고 병원을 다녀왔다. 병이 병인지라 치료비가 걱정되신 아버님께서 보험 정리를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본인 인증을 위해 아버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최근 통화 목록에 떠 있는 큰아들이라는 이름에 눈이 갔다.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눈에서 눈물이 먼저 흘렀다.
참여 부분 : 수필
참여자 : @epitt925
steemzzang은 @epitt925님 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 "합격쌀 누룽지"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 팔자 뭐든 팔자, 그래야 나도 살고 스팀도 산다.
⭐️ 가평 특산물 삼순이네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짠 합니다. 저도 딸만 셋인 집안에 둘째 딸과 결혼을 했고, 처형은 아직 미혼입니다. 장인 장모님께선 저를 아들이라 부르십니다. 그냥.. 공감이 가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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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힘든 자리에요.
근데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떠넘기는 분들도 가끔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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