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 시골 장터... 예산 5일장

아산 캠코에 출장 갈 일이 있었다.
예정된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끝났길래 여유롭게 서산으로 돌아오다가 갑자기 예산이 어떻게 변했나 궁금해 드라마 주인공처럼 핸들을 확 돌렸다. 참고로 아산과 예산과 서산은 같은 지방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속으로 가만히 계산해 보니 예산에서 보낸 1년이 벌써 15년 전 일이네. 세월 여수라고 정말 폭포처럼 흘러간 시간이군.

기억이라는 것이 신기해서 자주 다녔던 길은 주변이 변했어도 대체로 기억이 난다. 여기서 구부러졌고, 저기에 언덕배기가 있었고 그걸 넘으면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편의점으로 바뀌었군. 역시 시골은 크게 변하질 않아.

인근의 장삿꾼들이 다 모이는 5일장은 내 기억에 의하면 5일, 10일인데 어째 장마당이 조용하다. 장이 크게 서서 사람도 많고, 온갖가지를 다 팔았고 장터 국밥이 일품이었는데. 어라.... 극장이 들어 섰네?
장마당은 예전에 비해 잘 정비 되었고 아담한 극장 건물 앞에서 촌로들이 한담을 나눈다.

이 장마당 근처는 예전부터 국수집이 유명했지. 그러고 보니 라인을 따라 국수집이 한 두집이 아니고 더러 국수를 뽑아내는 수공업 공장도 보인다. 긴 막대로 하얀 국수발을 거둬들여 정성껏 널던 모습이 여전하다. 배는 고프지 않다만 국수를 한 그릇 안 모시면 예의가 아니지.

저녁 식사로 이르지만 국수집을 들어간다. 싸다.
맛도 괜찮다. 벽에 예산 8味와 8景 사진이 붙어 있다. 주인 어른께 장날이 아니냐 했더니 역전장날 이란다. 흠... 이 지역은 장날이 두번 있었구나. 역전 장으로 가 보았다.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역시 장꾼이 별로 없고 좌판을 지키는 주인들도 심드렁하다. 신나서 돌아다닌 사람은 나 뿐. 복숭아를 조금 샀고, 강낭콩 빵과 미니 장미 화분을 샀다.

그 시절의 나는 좀 더 젊었고, 많이 허둥댔고, 갈팡질팡 했었다. 그 직장에서의 어떤 분은 승진하여 대표가 되었다고도 하고 어떤 분은 유명을 달리 했다고도 전한다. 삶의 질곡이 누구에게나 있는데, 글쎄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지금에 맞게 살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