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다양성

1년 전 관리에서 안전으로 강제 직무 전환을 당한 뒤 좋은 점이 있다. 관리직에 있을 때는 돈과 인원, 자산에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좋던 싫던 감사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안전으로 직무 전환한 뒤로는 그런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었다. 그렇다고 안전 분야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감사가 나온다고 다들 난리가 난 상황에서 태연하게 지낼 수 있는 건 고마운 일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인사팀, 해외 지사, 국내 현장, 자재팀, 그리고 안전팀까지 참 다양한 자리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깊이 있게 전문성을 갖추진 못했어도 조직 전체에서 두루두루 돌아가는 일은 알고 지내게 되었다. 그런 점이 장점이 되어 어느 곳에 가던지 참모 역할을 하게 된다. 다양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런 장점이 때로는 내 발목을 잡기도 한다. 너무 많은 일이 쏠리기 때문이다.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현장에 나가 있을 때도 쉴 새 없이 전화를 하시는 분이 계셨고 사무실에서는 내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불려 다녔다. 지금 내 위치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나에게 넘어오다 보니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였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난 누구? 여긴 어디?). 아내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글과 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조직과 회사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려고 한다.

회사는 나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가져다 주었다. 일적 성장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배울 수 있는 선배도 간혹 있었고, 사고의 폭을 확장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앞으로도 회사라는 공간이,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삶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스트레스도 좀 줄어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