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봄밤에 들으니 간질간질한...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너는 나의 문학, 박소은

매일 저녁 이웃 아파트의 트랙을 걷고 달린다. 대부분 걷고, 사이 사이 아주 짧게 달린다. 걸으면서 한 달 동안 무료 이용을 하고 있는 바이브의 이런 저런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다. 아는 노래, 모르는 노래가 섞여서 나오는데 딱 지금의 마음 같은 노래가 나올 때가 있고, 지금 들으니까 좋은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후자다. 늦은 밤 머리 위로는 하얀 벚꽃이 망울져있고 공기의 온도도 딱 적당하다. 가로등이 너무 많아 밝은 것이 좀 아쉽지만, 아파트 주민의 치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다. 사진을 찍으니 역시나 가로등이 거슬린다.

나는 봄에 태어난 아이라 봄을 좋아한다. 봄 특유의 들뜬 공기와 설렘이 좋다. 럭키 박스를 개봉하기 위해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기분이다. 대부분의 럭키 박스에는 영 쓸모있거나 좋은 선물은 없지만 실망이 크지도 않다. 박스를 받았을 때의 기쁨과 박스를 열기 전까지의 기대감을 주는 것 만으로도 제 역할은 충분히 한 것이다. 오늘 뜻밖에 내게온 이 노래는조금은 간지러운 고백이지만 봄밤에 들으니 간질간질해서 어울린다. 그러고 보면 사랑을 표현하는데 인색한 편이라 절절한 사랑 고백같은 걸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너는 어느 얼굴 없는
소설가의 문학 첫 문장
아니 그걸론 부족한데
너는 어느 이름 없는
소설가의 마지막 문장
안돼 이것도 부족한데

너는 나의 수레바퀴 아래서
너는 나의 호밀밭의 파수꾼
너는 나의 헤밍웨이 요조
나는 너를 나는 너를

계속 읽고 싶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읽고 싶어
해져 찢어질 때까지
계속 읽고 싶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읽고 싶어
해져 찢어질 때까지

너의 말은 시가 되어
텅 빈 책에 받아 적히고
그걸 평생 들고 다닐 거야
너의 노랜 글이 되어
내 눈 속에 깊이 박히고
모두 너를 듣게 될 거야

너는 나의 노르웨이의 숲
너는 나의 데미안
너는 나의 설명할 수 없는 책
나는 너를 나는 너를

계속 읽고 싶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읽고 싶어
해져 찢어질 때까지
계속 읽고 싶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읽고 싶어
해져 찢어질 때까지
계속 보고 싶어
달이 넘어갈 때까지
계속 넘기고 싶어
해가 떨어질 때까지

너는 나의 너는 나의 책
너는 나의 너는 나의 문학
너는 나의 마지막 문장
너는 나의 너는 내 첫 문장

언젠가는 구구절절하고 구질구질한 사랑 고백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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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years ago 

가사가 넘 좋아서 듣다가 박소은님 음악에 입덕했습니다.
젠젠's 플레이리스트 감사드려요! ;ㅁ;

 4 years ago 

스텔라님을 입덕시켰다니 뿌듯. 요즘 자꾸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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