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답하기 싫은 질문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10년도 전에 아는 언니가 이태원 우드스탁 바에서 알바를 했었다. 구석에 큰 당구대가 있어 당구 대회도 자주 열리는 그곳은 대부분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한참 많이 놀러다닐 때였고 꽁술을 많이 줘서 이태원을 가면 늘 우드스탁을 코스처럼 들렸다. 우리는 잭콕이나, 데낄라 같은 어렵지 않으면서 쉽게 취하는 술을 그곳에서 마셨다. 사장님과도 친해져서 딱 하루, 대타로 알바를 했다. 바 밖에만 있다가 안에 들어가는 기분은 묘했다. 책자처럼 정리된 칵테일 레시피 북을 바쁘게 뒤적이며 손님들이 시키는 술을 만들었다. 바의 업무는 술을 만드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대화와 음악 선곡도 바텐더에게 주어진 일이다. 하루짜리 직원이지만 외국인 손님들은 내게 이름을 묻고 나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바는 전설적인 록 페스티벌의 이름을 딴 만큼 음악 신청도 적지 않았다. 음악 신청을 하며 한 외국인 손님이 내게 물었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뭐야?"

자주 듣는 노래라든가, 지금 듣고 싶은 노래가 뭐냐고 질문했다면 차라리 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는 질문에 나는 어떤 노래도 떠오르지 않아 어색하게 말했다.

"나는 그냥,,,다 들어...들리는 대로 들어."

답하기 싫은 질문이었다. 악의없는 질문에 취향을 테스트 당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 때는 어렸고 음악을 잘 모르며 취향도 뚜렷히 없다는 자격지심이 발동해서 더 그랬다. 특히 팝송은 전혀 듣지 않았으므로. 누구의 입김없이 내가 좋아할 법한 팝송을, 가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그 때부터 늘 했었다. 그러다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면서 무한대로 알고리즘을 따라 팝송을 플레이하다가 이 노래를 듣고 설레서 몇 십번이고 돌려들었다. 혼네를 유난히 좋아한다거나 찾아듣는 건 아니지만, 이 노래는 말하자면 좋아할 법한 팝송을 찾아 듣겠다는 의지의 첫 발현이었다. 뭐 여전히 음악 취향은 딱히 없고, 들리는 대로 듣지만. 차곡차곡 채워지는 나의 음악 리스트가 나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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