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여름, 두 번째 일지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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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화

오늘은 마법사님 지인분께서 지하 방음 관련해서 견적을 내러 오셨고, 광희 작가님 지인분께서 드립 커피에 관련해서 여러가지 팁을 알려주러 오셨다. 우리를 위해 먼길 온 손님들에게 일요일에 실험한 브런치 메뉴를 선보였다. 파니니는 반응이 좋았으나 샐러드 파스타의 반응은 뜨뜨미지근...일요일과 달리 소스가 좀 아쉽게 나왔으며, 맛을 좌우할 결정적 재료 없이 빈약한 것이 문제였다. 광희 작가님 지인분께선 드립 커피 관련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가이드를 제시해 주셨고 오늘의 만남으로 우린 선택과 집중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사실 포탈을 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함인데 음료와 음식이라는 부가적인 요소에 매몰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이것이 결국 우리를 힘들 게 할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f&b는 최소한으로 우리를 힘들지 않게 하는 선에서 늘리기로 했다. 과한 메뉴는 전부 가지치기 했다. 그리고 다음 화두는 광희 작가님의 글에서 시작해 마법사님이 제기한 '감정 노동'에 관하여. 서로가 받아들이는 '감정 노동'은 다를테고 이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냐에 따라 그 정의는 달라질 것이다. 여튼 우리는 '감정 노동'은 하지 않는 걸로. 우리는 술과 음료와 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이 아닌 이야기를 팔고, 이 공간을 타인과 함께 향유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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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수

브런치 메뉴인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를 처음으로 만들어봤다. 단촐하지만 든든하게. 보통 회의 시간은 2시 전후지만, 약속에 맞춰 움직이면 하루가 너무 짧아지기에 좀 더 일찍 만나기로 했다만,,,,전날 늦게 잔 나는 늘 꼴찌...토스트가 없어 파니니 그릴에 구워낸 빵까지 완벽한 모양새다. 마법사님 광희작가님은 아침 일찍 움직여 에스프레소 머신과, 조명, tv 등을 픽업해 오셨다. 술 진열대의 위치를 바꾸고 너무 추운 실내를 벗어나 야외에 자리를 잡고 앉아 회의를 했다. 유난히도 하늘이 맑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었다. 오후 4시 반의 햇살은 20세기 소년 쪽으로 깊이 드리워져 온몸 구석구석을 따사로이 채웠다. 그동안 부족했던 비타민 d가 한꺼번에 공급되었다. 회의를 하는 도중에 한 손님이 펍을 찾았고 내부에 앉으려던 그녀는 밖으로 나서 우리가 방금 전까지 차지하고 있었던 테라스에 앉았다. 테라스는 위의 사무실 직원들이 담배를 피고 차에 가리워져 가꾸어지지 않고 방치된 공간이었다. 마법사님의 의견으로 개업 선물로 들어온 나무로 구획을 하고 테이블보까지 깔아 진정 유럽풍 테라스를 만들었다. 이것이 오늘의 마법. 테라스가 생기고 테라스를 바라보는 바의 와인병을 모두 치우니 시야가 넓어져 바의 매력도도 100% 증가. 20세기 소년은 매일 매일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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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목요일

쉽고 간단하며 맛있는 메뉴, 마지막으로 낙점된 것이 '트러플 오일 짜파게티'이다. 안주에 대한 힌트를 얻을 때 지인이 추천해준 메뉴이기도 하다. 트러플 오일을 사와서 만들어본 결과 저녁시간 출출한 배를 만족스럽게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합격. 며칠 전 주문한 천이 도착해서 지하 테이블에 어제 사온 조명과 매치하니 흐뭇하다. 공간이 워낙 커서 정교하게 인테리어를 만들기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채우면서 조정할 예정이다. 어제 조성된 유럽풍 테라스에 에스닉 테이블보와 꽃무늬 테이블보를 보니 그라나다를 소환한듯 더욱더 이국적이다. 비가 오는 소리를 들으며 광희 작가님이 기분이 좋아 어제 땄다는 레드 와인을 나누어 마셨다. 안주는 크림치즈에 건무화과를 버무리고 비스킷을 더한 크림치즈 레이즌. 와인과 찰떡 궁합이다. 맛은 좋지만 건무화과의 단가로 아마 건과일의 종류는 바뀔 것이다. 두둑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레드 와인 한 잔과 크림치즈 비스킷, 이국적인 테라스. 자꾸만 2017년 1월의 그라나다가 절로 소환된다. 기술자분들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연결하는데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만....카페 경험이 많은 지금 20세기 소년 펍의 현재 매니저님덕에 무사히 세팅을 완료했다. 말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지우며 완성에 수렴해가고 있다. <20세기의 여름>에 색이 하나하나 칠해지는 모습이 참으로 재밌다. 내일은 쉬는 날. 토요일에는 바텐딩 실습이, 일요일에는 페인팅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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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years ago 

좋네요
조만간 놀러갈게요

 5 years ago 

놀러오는 건 당연하거니와 프로그램 하나 운영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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